친위 쿠데타 막고 일상을 이어간다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단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태양이 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믿음일 수밖에 없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3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계엄 선포, 해제, 체포 거부, 법원 습격, 구속, 헌법재판소 심리까지 정치적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대통령 윤석열의 무책임하고 비정상적인 판단이었고, 결국 민주주의와 헌법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관련 국회 측 장순욱 변호사의 표현처럼 그는 '헌법을 파괴하는 순간에도 헌법 수호'를 외쳤으며 그로 말미암아 '아름다운 헌법의 말과 풍경'이 오염되었다.

헌법을 공부한 자가 이를 이용해 헌법을 파괴했다는 사실은 법을 다루는 사람으로서도 참담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글을 쓰거나, 선언문에 서명하는 것뿐이었다는 점에서 무력감과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통해 윤석열의 주장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지가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이를 지지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법조인들마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윤석열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비상계엄의 선포가 이른바 부정선거나 야당의 '폭거'에 대한 '계몽'의 목적이었다는 윤석열의 주장은 황당하다. '계몽'이란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것'이며 그 자체로 대상이 어리석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쉽게 용납될 수 없는 개념이다.

그는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돈다고 주장하며 국민을 '계몽'하려 했던 것일까.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절차를 준수한 야당의 정치행위를 국정 유린, 헌법 파괴로 규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혹세무민이다.

윤석열이 정말 국민을 '계몽'하고자 했던 것인지, 아니면 계엄을 통해 장기집권을 노렸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손바닥에 '왕' 자를 새겼던 과거의 기이한 모습이 떠오를 뿐이다.

분명한 사실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 행위는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한 친위 쿠데타의 시도였다는 점이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이며, 따라서 그 어떤 변명에도 헌정을 파괴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난 3개월의 시간 동안 헌법 정신이 훼손되었고, 윤석열과 그의 추종자들은 여전히 반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실패하기 어렵다는 현직 군통수권자의 친위 쿠데타를 막아냈으며, 민주적 절차와 방법에 따라 계엄이 해제되었다. 이는 우리 공동체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과정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그 권한대행마저 탄핵 소추된 초유의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우리의 일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헌법재판소를 파괴해야 한다거나 그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을 지켜온 민주주의의 힘이 계속되는 한, 그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는 여전히 돌고 있다. 그리고 어둠이 걷히면 반드시 해는 다시 떠오를 것이다.

/김태형 경남도민일보 고충처리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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