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기업 트래픽 과중 책임 논쟁 분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칼'빼들 듯

만약 통신사(KT·SKB·LGU+)의 인터넷망을 고도화하는 데 모든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고 거대한 규모의 인터넷망 트래픽을 유발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등은 무임승차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이 지속 가능할까요? 20일 자 기사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연방 방송통신위원회(FCC) 위원장에 빅테크 규제론자인 브렌던 카를 지명하면서 지지부진하던 '망 사용료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그는 구글, 넷플릭스 등 대량의 트래픽을 전송하는 빅테크가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판하던 인물입니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ISP)와 빅테크 간 망 사용료 부과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됩니다.

한국에서 2023년 기준 일 평균 트래픽 현황을 보면 구글(유튜브)이 30.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넷플릭스 6.9%, 메타(인스타그램·페이스북) 5.1%, 네이버 2.9%, 카카오 1.1% 순입니다. 구글, 넷플릭스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전체 트래픽의 42.6%를 차지하고 있으며 구글이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보다 28배나 많습니다. 국내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망 이용료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률 최상위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망 사용료 갈등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SKB)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 달라는 '재정 신청'을 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트래픽 탓에 속도 저하 등 인터넷 회선 품질이 저하되자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했지만 협상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양측의 갈등은 재판으로 진행되었는데 2021년 6월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를 내야 하며 이를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라고 SKB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항소심이 진행되던 2023년 9월 돌연 SKB와 넷플릭스는 소송을 취하하면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언론은 망 사용료 협상을 끝내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일정한 금액을 보상해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외에서도 2024년 5월 도이치텔레콤은 메타를 대상으로 한 망 사용료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이 소송은 2021년 시작된 재판으로 콘텐츠 제공사업자(CP)에 대한 인터넷망 제공과 관련된 인터넷 사업자(ISP)의 대가 청구권을 법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인터넷 사업자 업계나 학계에서 '트래픽의 증대가 망 사업자들의 망 설비 부담을 늘리는가?'에 대해 찬반 의견이 분분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2023년 10월 유럽 통신사 20곳의 대표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공정한 망 사용료'를 내도록 규제해야 한다"라며 공동 서한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 의회에 보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통신사들에 따르면 망 사용료 부과는 트래픽 5%를 초과하는 6∼8곳의 빅테크 기업만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인터넷 사업자(ISP)에게 망 접속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망 중립성 규칙이 중요했었지만, 앞으로는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빅테크가 되어 거대한 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망 사용료 논쟁은 한층 격렬해질 전망입니다.

/이건혁 국립창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