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내동 한 '동네책방'에서 결혼식이 거행됐다. 신부는 동네책방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이었다. 결혼식에는 그 동네책방에서 강의하던 시인이 축사를 맡고 피아노 연주자, 오카리나 연주자도 동네책방 이용자들이었다. 식장 꽃장식은 동네책방과 서로 교류하던 백합꽃 소비 촉진 생산자단체에서 꽃을 후원했고 결혼식장을 꾸며주었다. 결혼식은 동네책방을 이용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매우 만족하는 문화행사가 됐다.

동네 문화의 전통적인 네트워크 거점 역할을 하던 동네서점은 1990년대 말 거의 5000여 개에서 2023년 현재 884곳으로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동네책방의 지역사회 문화거점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책을 읽고 교류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문화적 삶을 꽃피우는 공간이다. 커피와 차가 있는 책방,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책방, '큐레이션' 책방, '북스테이' 책방 등 기능도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동네서점이 책을 사는 공간으로서 문화 서비스만 제공하는 개념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서로 문화적 관계를 맺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산을 키우고 문화환경을 만들어나가는 산소통과 같은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네책방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 동네서점 운영자이자 기획가도 필요하고, 동네 문화 창작자, 동네 문화 활동가도 그들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화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해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공공투자도 절실하다.

'2022년 지역서점 실태조사'를 보면 경남은 인구 대비 서점 수가 가장 적다. 이뿐 아니다. '2024년 지자체 문화예술 부문 예산 현황 분석'을 보면 경남은 전국에서 본예산 대비 문화예산 비중이 가장 낮다. 이러한 열악한 조건에도 동네서점에서의 작은 결혼식과 같은 문화 행사의 의의는 크다. 그렇지만, 지자체가 문화투자를 견인하지 못하면 지역사회의 문화적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경남도와 각 지자체가 문화투자로 지역사회를 살리는 데 앞장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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