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파워 강세와 독창성·보편성 인정
스토리의 힘 증폭시키는 디지털 인프라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한류 팬이 2억 2500만 명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4월 2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한류문화(K컬처)를 세계 문화의 미래로'를 주제로 첫 번째 한류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정부에서도 한류의 원인 분석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정책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1980~90년대만 하더라도 영화관 스크린쿼터제 폐지와 일본 대중문화 수입금지 해제를 두고 정책 갈등이 있었고 미국과 일본 대중문화를 수입했었는데 이제는 역으로 아시아와 일본 그리고 미국 등으로 대중문화를 수출하는 상황이 매우 기분 좋으면서 낯선 경험이기도 합니다. 한류의 시작을 언제로 볼 것인지 학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1997년 중국에서 1억 명 이상이 시청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꼽습니다. 올해를 기준으로 26년 동안 한류는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키워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외국에서 수백만 이상의 시청자와 팬을 확보한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K팝 아이돌을 언급하면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한류 드라마만 나열해보면 <별은 내가슴에>(1999년), <겨울연가>(2003), <대장금>(2005)을 시작으로 <별에서 온 그대>(2013), <태양의 후예>(2016)를 거쳐 2023년에는 <더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왜 한류인가, 왜 한류는 사그라지지 않고 확대되는가, 한국 대중문화의 강점은 무엇인가를 질문하지만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문화민족주의 관점으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문화 열등감을 극복하고 한국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또 다른 관점으로 한국의 문화상품이 아시아 문화블록에서는 쉽게 수용되는 아시아적 공유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2010년 이후에는 한류 문화 수용 지역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문화상품의 독창성과 세련됨 그리고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류의 피상적 원인을 배제하고 장기적으로 근본 원인과 지속 가능한 한류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한류가 조성되기 위한 인프라 측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 번째로 산업 경쟁력이 고도화되는데 삼성과 LG, 현대자동차와 같은 하드파워에 걸맞게 3차산업 문화상품의 경쟁력을 의미하는 소프트 파워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프트 파워 강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큰데 그 기반이자 두 번째 요인으로 1987년 이후 민주주의 성숙과 무제한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냉철한 사회비판 의식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외국인들이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는 주제에서 현실비판과 표현의 한계가 거의 없고 독창성과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요인은 두 번째와 연관돼 한류의 인기요인으로 스토리 힘을 지적합니다. 디지털 플랫폼(네이버웹툰)에서 이를 가능케 하는 수많은 원작 스토리와 웹툰이 무한한 스토리텔링의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독보적인 디지털 기술과 누리소통망(SNS)의 보편화 등 디지털 인프라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K팝 기획사들은 온라인 팬덤을 활용하여 새로운 한류 마케팅, 즉 선진적 시스템을 창안하고 있습니다.
/이건혁 국립창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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