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정치적 심의했다가 법원 취소 반복
사실상 국가의 검열이고 기준 모호한 탓

2023년 11월 13일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들에 대해 과징금 총 1억 4000만 원을 결정했다. 이러한 과징금 결정대상 심의 6건에 대해 모두 행정소송이 제기된 상태이고 행정법원은 1심 판결 때까지 6건의 과징금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상태이다.

과거에도 이처럼 정치적 배경이 의심되는 정치심의 혹은 편파 심의가 있었으며 윤석열 정부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논란이 된 정치 심의는 총 4건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으로 제재가 이루어졌고 예외 없이 행정소송과 법원에 의해 제재가 취소되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이유로 제재 결정이 내려진 방송통신심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1년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KBS <추적 60분-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에 '경고' 결정, 2012년 3월 CBS <김미화의 여러분(선대인·우석훈 인터뷰)>에 '주의' 결정, 2013년 11월 KBS <추적 60분-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판결의 전말>에 '경고' 결정, 2014년 2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박창신 신부 인터뷰)>에 '주의' 결정을 내렸다. KBS와 CBS는 제재 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방송사 손을 들어주었다.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정부 정책의 비판과 관련해 민주주의 유지와 발전, 시청자 알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KBS, 천안함 의혹'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공정성 심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및 활동에 관해 어떤 의혹을 품을 만한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방송이 '공익성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봐야지 공정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며 "정치 권력과 광고주, 경영진, 각종 이익단체 등으로부터 압력을 받아 독립성을 잃고 편향된 판단을 내리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할 때에만 공정성 및 균형성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그렇다면 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편파적 정치 심의가 계속되는지, 그리고 법원에서 징계처분이 매번 취소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첫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자칭 민간 독립기구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인 행정기관 기능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방송통신심의제도를 악용하면 사실상 사후 검열로 비치고 다수의 법원 판례에서는 국가에 의한 공정성 심사 자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심의기구를 국가가 아닌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방송보도 심의가 논란되는 이유는 명확한 기준이 모호하며 그에 따라 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모호한 심의 기준은 표현의 자유 위축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명료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언론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 때문에 방송통신심의 규제는 최소한에 머물러야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요구는 적정한 선을 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자유의 핵심인데 국가나 행정기관이 보도의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심의하는 것은 자의성과 편파성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매우 크다.

/이건혁 국립창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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