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전환 강행으로 비정규직 585명 해고 현실화
120명 출근 투쟁…기존 업무 지키며 사측과 대치
금속노조 정문서 집회 "군산 전철 답습 안돼"경고
1교대 전환으로 비정규직 대량 해고가 임박한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23일 노사 간 극한 대치를 벌였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물량 감소를 이유로 이날부터 생산공정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했다. 사측이 이날 오전 1교대 전환을 강행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존 출근시간인 오전 7시까지 회사에 나와 출근 투쟁으로 맞섰다.
한국지엠 사측이 최근 변칙적인 한시적 2교대를 제안했지만 정규직 노동조합은 합의하지 않았다.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사측은 비정규직이 있는 도급업체를 통해 임시휴업 조치를 내렸고, 이들이 맡아오던 생산공정을 정규직에게 넘기는 인소싱을 시도했다.
인소싱을 하면서 내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585명의 대량 해고가 현실화됐다. 이에 금속노조는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열고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600여 명의 노동자는 사측이 걸어잠근 철문을 넘어 사측에 1교대 전환 반대와 총고용 보장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공정 사수를 위한 출근 = 1교대 전환을 강행한 사측에 대응하고자 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 노동자 12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까지 출근했다.
사측이 이날부터 31일까지 비정규직 노동자 585명에게 휴가를 지시하며 사실상 해고했지만, 노동자들은 1교대 전환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근했다.
이들은 기존에 맡은 업무에 나섰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업무에 나서지 못하도록 직접 일했고, 나머지 노동자 450여 명이 맡았던 업무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체했다.
배성도 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존에 맡아왔던 공정에 정규직 노동자를 투입하지 못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노무팀에서 방해하려 했다"며 "오전에는 비정규직 공정에 원청 관리자를 투입하려 해 대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후 2시 30분부터 공장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750여 명이 참가했다.
특히 비정규직 해고에 이어 정규직 노동자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군산공장은 창원공장과 마찬가지로 물량 감소를 이유로 2015년 1교대로 전환됐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1100여 명이 해고되는 과정을 거쳤고 정규직 노동자도 2018년 해고되면서 문을 닫았다.
김호규 전국금속노조 위원장은 1교대 전환 거부와 함께 총고용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 합의도 없이 1교대 전환을 하는 한국지엠의 작태는 노동자는 언제든 쫓아낼 수 있다는 의식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우리는 군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지엠이 악랄하게 자본을 이용해 노동자를 핍박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진영준(47)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는 20년간 한국지엠에서 일해왔지만 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며 정규직도 해고 바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오늘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휴무를 맞았고, 노조 조합원은 아니지만 연대하고자 이 자리를 찾았다"며 "한국지엠의 물량 감소는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모습은 자본의 갑질이다. 소송을 취하하면 위로금을 준다는 것도 얼마나 노동자를 우습게 알면 그럴 수 있겠냐"며 반발했다.
◇"함께 살자" = 오후 4시께 노동자들은 단체로 사측이 걸어잠근 철문을 넘어갔다. 철문을 사이에 두고 나가지 못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120여 명은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 80여 명과 몸싸움을 벌이며 노동자들이 본관 앞에서 집회를 마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힘겹게 철문을 연 노동자들은 두세 차례 공장 본관 앞까지 가는 동안 몸싸움을 벌였고, 고성이 오갔다.
사측은 본관 앞 집회를 막고자 차량을 겹쳐 주차하며 노동자들의 진로를 방해했고, 용역은 노동자를 재차 저지했다.
하지만, 본관 앞에 선 노동자들의 요구는 절박했지만 단호했다. 이들은 '1교대제 전환 반대'와 '불법파견 인정과 총고용 보장'이었다.
황호인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창원공장 1교대 전환은 과거 부평2공장이 1교대 전환되던 모습과 흡사하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창원공장도 1교대 전환한다고 살아날지 미지수"라며 "군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지엠은 언제든 철수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만큼 구조조정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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