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지력 이용 않는다고 보상 줄이는 건 탁상행정"
특수성 고려·공동조사 요구

"불량 육묘를 방지하고 건강한 육묘를 생산하라는 취지에서 일반 토양과 격리해서 관리하라는 육묘법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국토교통부는 시행규칙을 통해 농지의 지력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육묘를 농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한국육묘산업연합회와 경남육묘인연합회가 18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의 '탁상행정'을 규탄했다. 육묘인들의 반발은 2013년부터 시행된 '농업손실보상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8조'에서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지력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농지가 도로 공사 등으로 편입될 때, 정부는 해당 농민이 옮겨간 농지에서 예전의 소득을 거두어들일 때까지 2년간 그 소득을 보상해주고 있다. 그런데 2013년 정부는 '지력을 이용하지 않는 재배 중인 작물을 이전해 해당 영농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4개월분의 농업손실을 보장한다'고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보상투기 방지와 형평성 등을 고려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육묘인들은 시행규칙이 개정된 걸 모르다가 지난 2017년 밀양에 있는 푸른육묘장이 함양∼울산 고속도로 편입 토지로 들어가면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육묘인들은 "지력을 이용하지 않았다 해서 영농손실보상을 6분의 1로 줄이는 것은 첨단 스마트팜이 대세인 21세기에 삽으로 흙이나 파면서 농사지으라는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한국육묘산업연합회와 경남육묘인연합회 회원들이 18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손실보상 시행규칙'을 개선해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구하고 있다. /임채민 기자
▲ 한국육묘산업연합회와 경남육묘인연합회 회원들이 18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손실보상 시행규칙'을 개선해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구하고 있다. /임채민 기자

이들은 전문가 의견을 첨부해 "4개월 만에 육묘장을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어린 모종은 이동 시 뿌리 절단 등으로 모종에 하자가 발생해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십수 년간 육묘에 대해 연구하고 여러 편의 논문을 낸 전문가들의 의견마저 국토부는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육묘판만 옮겨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는 듯한데, 이는 육묘의 실상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일 뿐'이라고 반발하는 것이다.

육묘인들은 수차례 국토부에 육묘의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며 공동 조사를 요구해왔지만 국토부가 묵살로 일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면담조차 해주지 않다가 지난해 김정호 국회의원 주선으로 면담이 이루어졌고 국토부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구두 응답을 하긴 했으나, 김 의원이 상임위를 옮기자 또다시 아무런 답변도 없다"고 밝혔다.

경남육묘인연합회는 향후 공동조사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모종폐기 투쟁, 육묘등록증 불태우기 투쟁 등과 병행해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에 편입될 밀양 푸른육묘장을 지키는 데 온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년의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공동조사도, 현장방문도 하지 않은 국토부의 작태는 직무유기에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육묘인들의 반발에 대해 국토부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육묘인들의 요구를 법령에 바로 반영하는 게 타당한지 등을 검토하는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원래 이 시행규칙의 취지는 보상의 형평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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