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무조건 우승"

마산고 야구부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올해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지만 지난해 마산고는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각각 준우승을 일궜다. 

뛰어난 야구센스를 지닌 선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2번의 준우승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 지난해였다. 

그 중심에는 이효근(46) 감독이 있다. 모교 출신으로 새로운 마산고 야구부의 부흥기를 이끌고 있는 이효근 감독은 지난 7월 8일 청소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성적과 그간의 공로를 인정해 대한야구협회(KBA)에서 그를 감독에 앉힌 것이다. 

지난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마산고의 돌풍에 이어 올해는 아시아 제패를 노리고 있는 이효근 감독을 지난 4일 마산야구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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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근 청소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박일호 기자

대표팀 감독직은 가문의 영광

이효근 감독은 2003년부터 마산고 감독직을 역임하고 있다. 올해로 12년째 마산고 감독으로 부임하고 있고, 지금은 많은 지도자들과 대한야구협회(KBA)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감독으로 성장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각오부터 물었다.

“지난해 마산고를 이끌고 좋은 성적을 냈고, 최근 한국고교야구 최고의 선수들이 나서는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이 좋은 결과물을 거두지 못해 협회에서도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그런 만큼 제가 선수들을 잘 추스르고 코칭스태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반드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효근 감독은 정확히 30년 전 자신을 이끌었던 은사를 따라가고 있다. 마산야구 원로인 장순조 감독에 이어 도내 두 번째 국가대표팀 야구팀 감독이 된 것이다. 

사실 이 감독은 선수로서 날개를 펴지 못했다. 마산고를 졸업하고 2년제인 인천체육전문대 야구팀서 활약한 뒤 실업팀인 한국화장품에 입단해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마저도 2년 뒤에 팀이 해체되면서 선수로서는 만개할만한 시간이 없었다. 

“선수로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는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따금씩 신기하게 생각될 때가 있어요. 특히 태극마크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고,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전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해 더 감격적입니다. 가문의 영광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거라 생각합니다.”(웃음)

말을 이어가던 이 감독은 자신이 쓰고 있는 모자나, 유니폼을 어루만지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운동을 시작한 뒤 올해가 가장 행복한 한 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현 대표팀 수장으로서 구성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년에 비해 전력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현재 프로야구 입단 예정자인 선수들이 대부분 이번 대표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탈 고교급 선수들은 대부분 유급생이라 선발이 되지 못했거든요. 3년 만에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용마고 김민우도 유급생이고요. 하지만 톱니바퀴처럼 내·외야가 본인의 몫을 다하고 유연하게 팀플레이를 펼친다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선수들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고교야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하고 싶습니다.”

특히 대한야구협회에서도 이례적으로 이번 국가대표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국가대표팀은 1·2차 전지훈련을 진행한 적이 없지만 올해는 다르다. 

1차 전지훈련을 통해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감독이 직접 점검하고 2차 전지훈련을 앞두고 최종 명단을 발표한다. 25명의 선수 중 7명이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선수들도 대표팀에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운동에 임한다. 

“지난해 코치로 있을 때보다 확실히 감독이 되었기에 부담감이 큽니다. 또 탈 고교급 선수들이 없어서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선수단의 전체적인 경쟁력은 예년에 비해 나은 수준이고, 제가 추구하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 자신감을 안기고 있습니다.” 

2학년의 활약이 필요하다

마산고가 지난해 일으킨 돌풍 때문에 많은 이들이 올해 마산고를 두고 부진하다고 한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해 두 차례 결승무대에 오른 팀이다보니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9일 황금사자기 결승전에서 마산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정유진 덕수고 감독은 “마산고의 주축선수가 2학년인 만큼 내년에는 마산고의 전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는 마산고의 성장이 무서울 정도”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올해 마산고에 대한 기대는 어느 해보다 컸던 것이 사실이다. 

다시 이효근 감독의 말이다.

“지난해는 최고의 시즌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해 2학년 선수들이 잘해줬죠. 선발로 궁정홍(졸업)이 던지고 7회나 8회 들어 류재인(3년)이 마운드에 오르면 상대팀도 쉽사리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죠. 또 올해 주장을 맡은 류승찬(3년)도 지난해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날아다녔어요.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는 내심 지난해 성적에 기대어 올해는 우승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과 슬럼프가 팀의 발목을 잡게 된 올해다.

“이상하게 올해 토너먼트 대회는 일정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조 추첨도 강팀들이 속한 조로 빠지고, 대회를 앞두고 주축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더군요. 감독인 저도 속상했지만 선수들도 많이 힘들어했죠.”

그는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특히 지난해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2학년 선수들이 없어 걱정이 됩니다. 저는 3학년보다 2학년이 좋은 모습을 보여야 그 팀이 강한 팀으로 거듭난다고 확신합니다. 3학년이 되면 프로와 대학 진로 등으로 고민이 생기기에 제 기량을 확실히 못 보이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2학년의 활약이 중요한데 올해는 그런 부분에서 많이 아쉽습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여전히 그는 남아 있는 대통령기와 봉황기에서 4강이라는 목표를 설정해두고 있다.

“앞선 두 개의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아직 2개의 대회가 더 남은 만큼 2학년들이 제 실력만 발휘해준다면 목표에 준하는 결과를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모교에 대한 관심, 그리고 지원이 필요하다 

이효근 감독은 모교에서 12년째 감독을 맡으면서 대놓고 불만을 터트린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속마음은 다르다. 그는 지역라이벌인 용마고의 성장과 지원을 보면서 매번 부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지난달에 마산용마고 후원의 밤이 열렸잖아요. 그걸 보고 왜 우리 동문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마산고 야구부를 통해 마산고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고, 강호로 자리매김한다면 또 한 번 모교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넋두리를 하곤 합니다.”

현재 마산고 야구부의 지원은 넥센 강병중 회장이 전담하다시피 한다. 매해 야구부에 후원을 해줘 감사한 마음이 크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크다고 한다. 

강 회장의 후원금은 스카우트 비용에 많은 부분 할애된다. 야구에서 스카우트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만큼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가령 뛰어난 선수에게 여러 팀이 몰리다보면 특혜 아닌 특혜가 부여되는 경우가 있다. 프로처럼 입단계약금을 주는 건 아니지만 운영비 면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마산고처럼 운영비가 적은 팀은 원하는 선수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 감독은 최근 원동중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대통령기 중학야구대회를 직접 관전했다. 뛰어난 선수가 있으면 스카우트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원동중에서 좋은 선수를 확인한 이 감독은 스카우트를 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 감독은 “부산이나 대구에서 이미 손을 쓴 상태라 좋은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다”면서 “비단 운영비 때문만은 아니지만 뛰어난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도 꾸준히 해야 한다. 사실 이 기간이 어떤 시간보다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문들에게 마산고 야구부, 나아가 마산고를 위해 힘써주길 당부한다. 

“동문 여러분, 저는 마산고를 졸업한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모교에서 감독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더 없이 행복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은 환경에 고개를 숙일 때가 있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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