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메이저대회 우승 한 풀어야죠”

지난 3월 30일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큰 사건(?)이 있었다. 마산용마고 투수 김민우(3학년)가 노히트노런(9이닝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것이다. 고교야구에서는 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물론 마산용마고 야구부 78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마산용마고 동문들은 모교 야구에 대한 열정이 뜨겁기로 소문나 있다. 야구부 후원회까지 별도로 조직해 있다. 이날 노히트노런 경기가 있었던 날, 후원회를 비롯한 동문과 학부모들은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마산용마고 야구부 지강욱(55) 후원회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마산용마고(옛 마산상고) 야구부는 1936년 창단해 해체와 재창단 과정을 거쳤다. 전국체전을 제패한 적은 있지만 4대 메이저 대회(청룡기·황금사자기·대통령배·봉황대기)에서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지난해 봉황대기에서 결승에 올라 그 한을 푸는 듯했다. 하지만 전통의 강호 군산상고에 패하면서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몇 년 전에는 선수가 부족해 해체 위기까지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40명이 넘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투수 김민우 등 전력도 탄탄하다. 4대 메이저대회를 기대해 볼 만한 전력인 것이다. 마산용마고 야구부 후원회 역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후원회는 1000명 넘는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들은 매월 1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고 있다. 야구부를 학교 운영비만으로 꾸려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산용마고 동문들 가운데 모교 야구부에 열성적인 이들이 나서 지난 2005년 후원회를 만들었다. 지강욱 회장은 그 중심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CEO이기도 하다.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에 있는 그의 회사에서 모교 야구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석형 기자

“선수들이 야구에만 열중하게 해야죠”

지강욱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마산용마고 야구부 후원회장직을 맡고 있다. “우리 학교에는 야구부․씨름부가 함께 있었는데, 성적은 씨름이 더 좋았습니다. 그래도 야구가 좀 더 인기 있는 편이었죠. 웬만한 남자들은 야구를 좋아하잖아요. 저도 그 중 한 명이었고요. 마산용마고 야구부는 역사와 전통이 있어 졸업한 동문들도 관심을 잃지 않습니다. 일종의 자부심 같은 것이지요. 야구를 좋아하고,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합쳐져 자연스레 후원회를 맡게 된 거죠.”

그는 현재 후원회 현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야구가 좋아서 선택한 학생들이잖아요. 그런데 야구는 장비가 많아 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니 학부형 부담도 큽니다. 학교 예산이 많지 않기에 그것만으로는 운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요. 그래서 후배들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후원회를 만든 거지요. 전국에서 후원회가 이리 잘 조직된 곳은 없지 싶어요. 동문․마산주민․야구팬 등 1100여 명이 가입해 있습니다. 매달 1만 원에서부터 몇만 원씩 후원금을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150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2008년 대통령배 고교야구 경남대표 선발전 때다. 상대는 궁극의 라이벌 마산고였다. 9회까지 끌려가던 마산용마고는 9회말 투아웃에서 극적인 만루홈런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홈런 주인공은 지 회장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던 선수였다. 현재 메이저리거 꿈을 안고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하재훈(24․시카고컵스)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지강욱 회장은 야구부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1000만 원 넘는 피칭기를 바로 기증했다.

/사진제공 마산용마고 야구부 후원회

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지 회장은 민망한 듯, 빨리 화제를 돌리려 했다. 그냥 하재훈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재훈이에 대해서는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있죠. 심성이 착하고 야구도 잘했죠. 운동에 전념할 만큼 형편이 그리 좋지는 않아 장학금을 지원했던 거죠.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아직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대성할 것으로 믿습니다.”

‘후원회장’이라는 말은 전해지는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같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도 그는 “후원회는 누구 한 명이 아닌 동문의 힘으로 운영된다”는 정도로 갈음했다. 그러면서 후원회 역할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어떤 학교는 후원회가 감독 선임에서부터 시작해 경기력에 대한 부분까지 관여하려 합니다. 감독의 선수 운용까지 말이죠. 그런 부분은 야구부 체계 안에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우리는 경제적인 후원 역할뿐만 아니라 선수들 자세에 대한 부분을 강조합니다. 예의범절이 중요하고, 상식․공부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들 말이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영어는 틈틈이 배워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죠. 이러한 조언은 아끼지 않습니다. 야구부 후원회 이전에 선배들로서 해 줄 수 있는 부분들 말이죠.”

/남석형 기자

옛 마산상고 야구의 추억

창원이 고향인 지강욱 회장은 마산용마고 53회 출신이다. 마산용마고, 아니 마산상고 재학 시절이 벌써 35년 훌쩍 지난 이야기다.

이 시절 역시 야구에 대한 기억을 빼놓을 수 없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야구를 좋아하게 됐죠. 그때는 프로야구 출범 이전이라 고교야구였죠. TV보다는 주로 라디오에서 중계해 줬죠. 라디오가 잘 안 들리면 친구들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듣고 그랬죠. 테니스공으로 야구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네요.”

1980년 청룡기대회 때 마산용마고는 우승 기회를 잡았다. 결승전이 열리던 날 마산 시민들은 TV 있는 곳으로 찾아 들어갔다. 시내가 한산할 정도였다.

“우리 재학생들은 서울 동대문야구장으로 단체응원을 갔죠. 지난해까지 NC 스카우트팀장을 했던 박동수, 그리고 박용성 같은 선수가 있을 때였죠. 아…. 그런데 결승에서 선린상고에 패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놓쳤죠. 그때 얼마나 아쉽던지…. 마산으로 돌아오던 중에 친구들과 함께 분을 삭이지 못하고 그랬죠.”

/남석형 기자

마산용마고는 1970~80년대에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유두열․한문연․박영태․박동수․박용성 같은 선수들이다.

“한문연이 제 동기입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리 친할 기회는 없었는데, 지금은 자주 연락하고 그러죠. 박동수가 한해 후배고요.”마산용마고 야구부의 옛 향수를 간직한 이들이 주로 지금의 50대다. 그래서 후원회도 이들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는 조정훈(롯데)이 대표적인 모교 스타이며, 오정복(NC)은 현재 마산용마고가 자랑하는 선수다.

“올해 좋은 성적 기대…늘 힘 보태야죠”

지강욱 회장은 현재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공장 배관 라인에 들어가는 밸브를 생산하는 업체다. 마산상고 재학 시절, 졸업 후 금융계통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실제 취직한 것은 당시 양복을 만드는 대우그룹 계열사였다. 이후에는 다른 회사에서 해외영업 업무를 하기도 했다. 1992년 무역 관련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가 2004년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지금은 직원 100여 명을 두고 26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탄탄한 기업체로 자리 잡았다.

/사진제공 마산용마고 야구부 후원회

고교 시절에는 취업이 우선이었지만 사회 나와서는 공부에 대한 갈증이 컸다. 무역학․회계학으로 석․박사 학위까지 땄다. 그는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한번 손대면 대충하는 법이 없다. 야구부 후원회 일 역시 다르지 않다.

“집에서는 제가 야구부 후원회 일을 맡을 때 걱정을 좀 했죠. 대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뭐, 그래도 제가 좋아서 하니까 지금은 별말 안 합니다. 아내와 함께 야구장에 갔던 적이 한번 있습니다. 아내는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눈치더군요. 그 이후로는 야구장에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서로 안 합니다.”

현재 매주 주말 경기가 열리고 있다. 마산용마고․마산고․김해고․울산공고․제주고가 속한 남부권 주말리그가 이어지고 있다. 지 회장 역시 빼놓지 않고 경기장을 찾는다. 예전에는 경기가 주로 평일에 열렸다. 그러면 지 회장은 본업 스케줄을 조정해 가며 경기장 찾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경기장에서는 좀 점잖은 편이다. 후원회원들 가운데는 야구복을 직접 차려입고 응원하는 이들도 있다. 양복이 몸에 밴 지 회장은 경기장에서도 이 복장을 고수하는 쪽이다.

곧 마산고와의 일전이 예정돼 있다.

“안 좋은 쪽으로 과열돼서는 안 되겠지만, 선의의 라이벌 의식은 필요하죠. 이를 통해 경기력이 향상될 수 있으니까요. 곧 마산고와의 경기가 다가오는데, 우리 선수들 힘낼 수 있도록 또 한 번 열심히 응원해야죠.”

NC다이노스 창단으로 경남지역 아마야구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후원회에서 NC다이노스 이태일 사장을 만나서 지역 야구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NC에서 그런 부분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합니다.”

/남석형 기자

지 회장은 마지막으로 이런 바람을 나타내며 이야기를 마쳤다.“지난해 봉황대기 4강에 올랐습니다. 학교․선수․학부모․후원회 열의가 뭉치면서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력도 괜찮습니다. 이제는 4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한번 해야죠. 제대로 된 야구명문이 될 수 있도록 늘 힘을 보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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