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40년 넘게 떡 빚은 박희조 씨

떡방앗간에서 40년 넘게 일한 박희조(59) 씨를 만났다. 박 씨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에 있는 '영식품' 대표다. 영식품은 마산지역에서 유일하게 가래떡 자동라인을 보유한 공장으로 즉석 떡 판매점 '영시루'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박 씨는 또 부산 화명동 농협 하나로마트에 직원 3명을 두고 판매와 납품을 한다. 월 매출은 1500만 원 남짓. 순 수익은 500만 원 정도다.

박 씨가 이러한 식품회사 사장으로 자리잡기까지 인생스토리를 들어봤다. 박 씨는 어려서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다. 형편이 어려워 태어난 곳 함양에서 진주까지 초등학교 전학만 세 번을 했다. 학력도 중졸이 전부다. 남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18살 때 박 씨는 외삼촌의 소개로 마산 '부림방앗간'에 취업을 한다.

"당시에 70대 박오용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방앗간이었다. 일을 시작한 지 1년 쯤 지나서 방앗간에 불이 나 그곳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내가 떡과 첫 인연을 맺은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러던 중 불행중 다행으로 박 씨 인생에서 중요한 기회가 찾아온다. 23살 때 '완월방앗간' 사장이던 조영선 할머니가 박 씨에게 방앗간을 맡아서 해 보라는 제의를 해 온 것이다. "이 할머니는 보통사람이 아닌 분이다. 당시에 할아버지가 마산세무서장을 할 정도였다. 자녀가 없던 할머니가 방앗간을 맡아줄 사람이 없어 나에게 맡긴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일어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성심성의껏 일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박 씨는 방앗간에서 일하던 도중 기계에 몸이 빨려 들어가 오른쪽 콩팥 하나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한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생명을 잃을 뻔한 일이었다. "급하게 마산 복음병원으로 실려 갔다. 천만다행으로 콩팥이 두 개가 있어 지금껏 불편함 없이 살고 있다. (웃음)" 박 씨에게 있었던 또 한 번의 시련은 홈플러스에 떡 납품 계약을 하면서 닥쳐왔다. 법인을 설립하고 3년 동안 3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해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26%의 수수료와 세금, 인건비, 물류비 등을 생각하면 결국 적자였다. "재료비도 못 건졌다. 이 때 회사가 부도가 나고 4억을 손해 봤다." 하지만 박 씨는 특유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위기를 극복해 냈다.

이러한 박 씨 이야기에 국가도 감동했는지 박 씨는 2011년 7월 대통령상을 받는다. 농식품부장관상, 경남도지사상, 창원·마산 시장상 등 수상 실적이 하도 많아 여기에 다 적기도 어렵다. 그는 한국떡류가공협회 경상남도 지부장 7년, 마산지회장 7년을 역임했다. 도 지부장 시절 주관했던 웰빙식품개발경연대회에는 410개 팀 612명이 출전해 말 그대로 성황을 이뤘다. "떡류가공협회 경남지부장 시절에 내가 주관한 행사다. 이 때 일이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박 씨의 오늘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추석과 설 당일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이 없다. 명절 대목에 오히려 더 바쁘다. 매일 새벽 2시에 공장에 나와 떡을 만드는 부지런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떡은 아침손님이 많고 새벽에 만들어야 신선한 상태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박 씨에게서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기자가 방문한 오전 10시 무렵에도 박 씨는 동료 직원과 김이 펄펄 나는 조리장에서 가래떡을 만들고 있었다. 김 씨는 이렇게 만든 떡을 매일 부산 화명동 농협 하나로마트까지 직접 배달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일과를 마무리한다.

박 씨는 또 사회봉사활동도 열심히 한다. 석전동 복지패밀리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동네 노인들 경로잔치에 사용되는 떡 일체를 무료제공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경로당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결손가정 15가구에 매년 송편과 떡국을 나눠주고 있기도 하다.

요즘 박 씨는 제과제빵학과의 한 과목으로만 돼 있는 떡 제조를 독립된 학과로 만드는 일, 학국떡류가공협회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국가자격증으로 승급시키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사회환원 활동에도 지침이 없는 그다. 오늘도 영시루 박희조 씨의 사람냄새 밴 고소한 떡 냄새가 온 마을에 퍼지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