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기로 손꼽히던 무학산자락 주택지, 고층아파트·해양신도시로 마산만 빼앗겨

살아가면서 산이나 강, 바다, 공원 등 내 집에서 이런 자연경관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살던 곳이 그랬다. 마산 완월동. 월영동에서 자산동에 이르는 무학산 자락은 지금도 창원에서 손꼽히는, 마산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조망권이 좋은 주택지로 손색이 없다.

결혼을 하고 집이라도 장만하고자 아파트를 찾던 중 내 조건에 맞는 곳을 찾았다. 산복도로에 접해 있는 아파트는 우선 학교가 밀집해 아이들을 키우기에 좋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탁 트인 전망에 거실에 앉아서도 마산 앞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한 곳에서 살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해안도로를 끼고 있던 오래된 저층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남의 일로만 알았다. 내가 매일 마산 앞바다를 보는 것과 아파트 재건축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는 마산 앞바다를 서서히 가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파트 동과 동 사이로 조금 보이는 바다 외엔 자취를 감춰버렸다.

재작년, 정이 많이 들었던 완월동 낡은 아파트에서 나와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같은 남향이라도 이전 아파트보다 햇빛이 드는 시간은 짧아졌지만 다행히 잃어버렸던 마산 앞바다를 다시 찾았다. 좀 더 바다 가까이 내려온 덕분인지 밤이면 마창대교 불빛이 더 밝게, 더 크게 보여서 좋다. 베란다에 목공작업을 해 선반을 만들어 화분도 올려놓고, 주말이면 베란다에서 커피도 마시는 여유를 부리곤 한다.

그런데 이 경치도, 이 여유로움도 다시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창원시의 해양 신도시 조성사업이 지난달 시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인공섬 형태로 만들어지는 63만 ㎡에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고층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또다시 마산 앞바다를 빼앗기게 된다.

그나마 지금은 마산 원 도심에 내 형편에 맞는 아파트가 있어 이사를 했지만 해양 신도시에는 내가 들어가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없다. 마산 앞바다를 보고 싶어도 이젠 포기해야 할 판이다.

누굴 위한 공사인지도 모르는 이 사업을 위해 조만간 준설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가포신항 건설사업에서 비롯된 해양 신도시 조성사업은 대형선박의 진입을 위해 마산 앞바다의 흙을 파내 그 흙으로 섬을 만들게 된다. 시민단체 등의 경제성도 효용성도 없다던, 마산만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던 4500억 원짜리 사업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시작되는 것이다.

창원시의 주장처럼 바다 준설로 대형선박이 마산항을 자유롭게 드나들어 마산경제가 도약할 수 있다면 '까짓것 마산 앞바다 안보고 살면 어때'라고 싶지만 마산이 해양 신도시로 비약적인 발전을 할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무학산 자락에서 바라보던 마산만의 풍경이 바닷가에 솟아오른 고층아파트도 모자라 이젠 인공섬 신도시로 겹겹이 막힌다니 생각만 해도 갑갑하다.

   
 

오늘 아침도 화초에 물을 주러 베란다로 나가 어김없이 마산 앞바다를 본다. 벌써 바다에는 변화가 생겼다. 해양 준설을 위한 오탁방지막 설치작업이 시작돼 바다 위로 긴 줄들이 그어졌다. 마산의 운명을 바꾸게 될 해양 신도시 조성사업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데 내 눈앞에서 사라질 마산 앞바다 조망권은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할지 울화통이 치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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