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갑에 지역구를 둔 최구식 의원이 결국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본인 주변 인물들이 연이어 구속되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당내 쇄신파들의 압박이 심해짐에 따라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최후의 선택으로 보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최 의원으로서는 정치적으로 생명줄을 놓은 셈이니 여간 속이 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탈당계를 쓰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는 말은 그 자체로 사실로 들린다. '혼자 당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있었다고 하니 몹시 억울했던 모양이다. 최 의원이 디도스 공격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는 차후 수사 등의 과정을 통하여 밝혀질 일이다. 하지만, 최 의원이 아무리 강력히 부인을 하더라도 세간의 의혹을 멈추기에는 부족하다.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전현직 보좌관들에 처남까지 모두 최 의원 최측근들인데다가 이런 어마어마한 음모를 자기들끼리 감행했다고 믿기에는 상식을 크게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론의 관심은 최 의원이 몸통인지, 아니면 깃털에 불과하고 배후에 진짜 몸통이 따로 숨어있는지에 있다. 탈당도 본인의 진정성보다는 꼬리자르기에 당한 것으로 비치고 한나라당이 서둘러 내친 것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린 꼴로 보인다. 디도스 공격에 대한 정권과 여권의 태도는 초기 경찰의 수사 과정부터 국민의 의혹과 분노를 증폭시켜 왔다. 운전이나 하던 9급 비서관이 혼자 벌인 일이라는 터무니없는 헛소리가 통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정말 궁금하고 그러고도 경찰 수사권을 운운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청와대 행정관이 자리를 한 사실을 감춘 이유,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정무수석한테 수사상황을 일일이 전달한 속사정은 무엇인지 낱낱이 밝히지 않는다면 몸통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보강수사를 하고 있는 듯 보이긴 하지만 겉핥기에 불과한 것도 분명하다. 술자리에서 고위직들이 말단 비서관이 큰 사고를 계획하는 것을 듣고도 말리지 못 했다니 그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국가의 대강,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일이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파장으로 보아 국민의 실망감이나 분노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수사당국이 알아야 한다. 특검이 겁나는 게 아니라 어물쩍 넘기려다가는 검찰도 정치권도 큰 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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