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번 교각 침하로 상판 두곳 30㎝ 균열..환경단체, 과도한 준설 지적
낙동강 사업 19공구 교각 보강 공사 도중 문화재청 등록 문화재인 옛 남지철교에서 상판 일부가 내려앉고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1933년 2월 개통한 남지철교는 창녕군 남지읍 남지리와 함안군 칠서면 계내리를 잇는 다리로 2004년 12월 근대 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 문화재 제145호로 지정됐다.
이번 사고는 지난 6월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왜관철교) 붕괴 이후 교량 전반에 대한 정밀 조사가 벌어지고 동시에 보강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앞서 왜관철교 붕괴 원인이 4대 강 공사에 따른 무리한 준설 작업이라는 지적이 쏟아졌고, 유사한 사고가 난 것이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수자원공사 경남본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옛 남지철교 6번 교각에서 침하가 발생해 긴급 보수 공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오전 7시께 공사 관계자가 갈라짐 등 현상을 발견해 오후 1시께 남지철교 문화재 관리자인 창녕군도 통보를 받았다. 이날 오후 함안보 상류 12㎞ 지점에 있는 옛 남지철교 현장을 가봤다.
남지읍 쪽에 있는 교각 두 군데(6~7번)에 있는 상판이 각각 30㎝ 이상 갈라져 있었다. 상판은 6번 교각을 중심으로 완만한 V자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6번 교각 아래에는 철로 된 H빔 20여 개가 기둥을 둘러싼 채 땅속에 박혀 있었다. 남지철교를 떠받치는 교각은 모두 7개로 함안 칠서면 쪽 교각 2~3번 사이에도 상판이 다소 내려앉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방과 가까운 6·7번 교각은 폭 50㎝ 정도의 기둥 4개가 결합한 형태다. 다른 교각은 폭 2m가량의 두꺼운 기둥 2개를 합친 형태다.
남지철교는 낙동강 전투가 치열했던 1950년 9월 폭파됐다가 1953년 복구됐으며, 1993년 7월 정밀 안전 진단 결과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사람들만 통행해왔다. 길이 391.4m, 폭 6m로 높이 6m의 트러스(truss·교량을 지붕처럼 얽어맨 철골)를 두르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교각 보강 공사로 통행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심한 준설로 교각 사이 역행침식이 생겼다는 주장과 교각 보강 공사 이후 준설 등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감병만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부장은 "준설이 끝나 유속이 빨라졌고, 올 여름 많은 비로 교각 아래까지 물이 차면서 지반도 약해졌다. 철 빔을 박아 진동이 전해지면서 모래가 가라앉아 교각도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며 "교각 보강 공사는 장마 전에 마쳐야 했지만, 장마 후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짚었다.
남지철교 앞에서 만난 '문화재 지킴이' 이상주 경남사회복지사협회 창녕군지회장은 "공사 기술 문제로 보인다. 다리 특성을 알고 공사를 해야 했다"면서 "2년 전 트러스와 바닥 보수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말 마쳤다"고 전했다.
공사를 진행하는 수공 측은 일단 교량 노후화와 하천 바닥 변화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조성설 낙동강 사업 19공구 공사팀장은 "80년 지난 교량으로 내려앉은 교각 부근 지표면 아래 10m까지가 연약한 지반이다. 최근 비가 많이 왔고, 지금은 암반 위에 교각을 올리는 것이 정상이지만, 6번 교각은 암반에서 무려 25m 떨어져 세워졌다. 또, 1930년대 당시와 지금 하천 바닥에는 차이가 있다. 토질이 변화해 그대로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7월 교각 진단에서는 지지력 부족 판정이 나왔다. 2006년 새 남지철교 공사 당시도 옛 남지철교 교각 아랫부분에 깎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항구적 보호 대책으로 6m 더 깊게 교각 보호공을 세우려 했다. 준설을 않는 구간이지만, 보강 대책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철 빔을 박을 때 거의 진동을 주지 않고 원활히 삽입됐다. 교각마다 기울어진 정도를 재는 경사계를 부착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며, 문화재청과 정밀 진단을 하고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가라앉은 부분은 원형에 가깝도록 복원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관계자는 "등록 문화재가 일부 훼손되거나 외관에 변형이 생기면, 먼저 신고를 해야 한다. 수공 쪽에서 신고가 들어왔고, 앞으로 문화재위원회에서 검토해 현장 점검 등을 벌일 수도 있다. 문화재를 복구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지철교 침하와 관련해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23일 오전 10시 30분 창녕군 남지체육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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