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경남 자치행정이 남긴 것] 지방선거·통합 창원시 담당기자가 뽑은 올해 이슈
올 한해 큰 이슈를 꼽는다면 단연 6·2지방선거와 마산·창원·진해 3개 시가 통합 창원시로 출범한 것이다. 6월 말까지 선거담당을 하면서 지방선거의 중심에 있었고, 7월부터는 새로 탄생한 통합 창원시를 맡아왔다. 지난 1년 동안 신문을 통해 독자에게 이야기해왔던 '취재노트'를 중심으로 올 한해를 돌아본다.
◇지방권력 교체, 성공한 야권연대
"도지사 선거가 뜨겁다. 야당과 시민사회세력이 끊임없는 논의를 거쳐 반한나라당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결과다. 갈라설 위기까지 갔다가 다시 마주앉기를 수차례 거듭한다. 지방자치 20년 동안 전체 판을 놓고 야당과 시민사회세력이 선거를 함께 준비한 건 처음이다. 새로운 선거분위기에 열기도 뜨겁고 시민참여도 높다. 경남에서 비한나라당 도지사 후보가 탄생한다. 새로운 지방정치사를 기록한 날이다. 새로 뽑은 도지사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 힘을 합한 다른 당과 시민사회세력에서 정무부지사를 선택한다. 이로써 선거 연대를 통한 연립 지방정부가 탄생한다."
1월 13일 자 '판은 벌어졌다'는 제목의 6·2 지방선거 가상 이야기 중 일부다. 가상은 현실이 됐다.
희망자치만들기 경남연대와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경남도당은 야권 단일후보 67명을 세웠다. 선거결과는 놀라웠다. 무소속 김두관 도지사, 민주당 김맹곤 김해시장, 도의원 7명, 시·군의원 22명이 당선됐다. 야당후보, 무소속 후보의 약진으로 한나라당 장기집권 구도에 파열구가 열린 셈이다.
지방자치 부활 20년째인 6·2 지방선거에서 반쪽짜리 지방자치 혁신이 선거 주요 의제로 자리 잡은 것은 주목할만하다. 특히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시하고 후보를 지지하는 적극적인 유권자 운동이 진행됐고, 여야를 떠나 후보자들과 유권자 모두 개발보다는 복지 정책을 내세우고 갈구했다.
◇메가시티, 통합 창원시 탄생
창원·마산·진해 통합. 통합 창원시는 지방자치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다.
'지도자'라는 이들과 정부는 '자율 통합 1호'라고 했고, 주민투표를 요구해왔던 시민은 '강제·졸속 통합'이라고 맞서면서 지역사회를 달궜다. 그 논란은 6·2 지방선거에서 증폭됐다. 주민의 뜻이 아니라 중앙당과 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했다고 비판받았던 시의원들 다수가 선거에서 떨어졌다.
숱한 논란을 거치고 통합 창원시는 지난 7월 1일 출범했다. 인구 108만 명, 예산 2조 2600억 원, 지역 내 총생산 21조 7600억 원, 규모만 봐도 메가시티 탄생이 틀림없다.
그러나 통합시는 한동안 애를 먹었다. 정부의 통합 인센티브 약속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통합 특례가 담긴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안 국회 통과를 학수고대했다. 다행히 10월에 통과하면서 재정 인센티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별법 제정 지연 과정에서 여·야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생각해보자. 창원시 탄생이 정치적 산물이지 않은가. 숱한 논란과 반발, 문제점을 억누르고 정치적 힘으로 만들어진 통합시라는 말이다. 정치적 논란은 계속되지만 그렇다고 통합을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다. 어쨌든 통합시를 명품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창원시의 몫이다." 8월 4일 자 '통합 창원시 한 달' 마지막 부분이다.
창원시는 2011년 '진짜 통합 원년'을 앞두고 있다. 해양중심 문화도시로서 큰 그림도 그려야 하고, 통합시에 걸맞은 조직개편도 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골치 아픈 흔적들과 경쟁의 결과
"창원시로 통합됐지만 마산 흔적은 그대로다. 옛 마산시가 해온 사업들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제대로 되는 게 없다. 모두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현실이다. 재검토 목소리도 높다. 문제가 많은 사업이라면 이제라도 중단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9월 1일 자 '골치 아픈 마산의 흔적들'의 첫머리다.
창원시는 출범과 함께 대형사업 재검토 작업을 시작했고 넉 달 후 결과를 발표했다. 100억 원 이상 대형사업 중 11개 사업을 조정했다. 이와 함께 산업단지 18개 중 9개를 보류했다. 특히 통합시 출범 이후 사업성, 민간사업자 특혜 논란까지 일면서 경남도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져 재검토가 진행됐던 마산 로봇랜드는 단순 테마파크가 아닌 산업연계형으로 방향이 잡혔다.
재검토 작업이 길었던 만큼 고민도 깊었다고 볼 수 있다. 고민 속에는 '골치 아픈 마산의 흔적들'이 있었고, '마창진 경쟁의 결과'는 일부 사업 조정으로 정리됐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옛 창원·마산·진해시가 각자 따로, 경쟁적으로 해왔던 사업들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통합 이전부터 연담 도시로서 도시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됐었다. 이전에 해왔던 사업이니 중복되더라도 계속 추진한다는 것은 낭비일 수밖에 없다." 11월 17일 자 '마창진 경쟁의 결과' 일부분이다.
◇호랑이 꼬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옛 마산시가 추진해온 마산 해양신도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지방선거 과정과 통합시 출범 이후 마산 해양신도시 재검토 문제는 쟁점이 됐다.
상황은 계속 잡고 갈 수도 없고, 놓지도 못하는 '창원시가 호랑이 꼬리를 잡은 꼴'에 비유되기도 했다. 창원시는 조정위원회를 꾸렸고, 조정위는 지난 10월 △항로 준설하되 매립하지 않는 방법 △항로 준설하되 매립 면적을 줄이는 방법 △가포신항 용도를 변경해 항로 준설과 매립을 하지 않는 방법 등 3가지 조정안을 내놓았다.
"조정안이 어떻게 나오든 더 중요한 게 있다. 잘못된 판단과 그에 따른 행정행위를 되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일깨워 준 '비싼 공부'라는 것이다. 잡고 싶지 않은 '호랑이 꼬리'를 누가 잡게 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10월 13일 자 '호랑이 꼬리 잡은 창원시' 끝 부분이다.
창원시는 가포신항 용도를 변경해 해양신도시 사업을 폐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정부와 협의가 순탄치 않다. 그러나 앞으로 지속할 도시 생명을 중심에 둔다면 해양신도시 사업 수정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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