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웃이 전파하는 따뜻한 사연들
이전투구 정치권 뉴스에 잠식되지 않길
영향력은 어떤 사물의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힘을 뜻한다. 이 힘은 한 사람의 행동이나 태도가 울림 또는 감동을 주면서 지역사회나 타인에게까지 전파되는 형식으로 발현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다. 사람이 선하냐 악하냐, 그 사람의 태도가 옳으냐 그르냐에 따라 선한 영향력인가 악한(나쁜) 영향력인가가 판가름 난다.
최근 김해지역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감동의 순간에 맞닥뜨린 적이 많았다. 김해시 내외동 동네책방 '생의 한가운데'에서 작은 결혼식이 열린다는 정보를 듣고 결혼식 현장에 가게 됐다. 신부가 서점 대표와 인연이 있어 신랑과 의견을 맞춰 결혼식장으로 서점을 선택했다. 서점 대표는 공간이 좁아 만류하다가 이웃과 책방에 오는 지인들에게 결혼식 사연을 알렸는데, 그 순간 행운이 계속 이어졌다. 축하 꽃 장식, 사회자, 축사, 축가, 축하 연주 등을 모두 재능 기부해 놀라운 결혼식을 치러냈다. 축사를 한 이문재 시인 말을 빌리자면, 그날 결혼식장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를 비롯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고전 명작 작가들이 쓴 책으로 가득해 국내외 유명 문학가들이 결혼식을 축하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동네책방 결혼식 기사는 클릭 수가 엄청났고, 생의 한가운데를 아는 김해시민들 입소문을 타고 나에게까지 되돌아와 전해졌다. 결혼식 공간 의뢰를 받은 박태남 대표의 재치와 노력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다른 재능기부자들에게, 또 소문을 들은 지역민들에게 파동을 일으켰다. "이런 소박하고 멋진 결혼식 참 좋지 않나요?"라고.
김해에 정착하고 싶어하는 고려인 최알렉산드르 씨 사연도 취재한 뒤 감동으로 귀결됐다. 고려인은 귀화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지원받을 길이 없다. 독립운동가 증손자인 최 씨는 다행히 한국 국적을 갖게 돼 귀화해서 아픈 아내 의료비와 생활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생각보다 빨리 열렸다. 그를 딱하게 여긴 구소련친구들 황원선 대표가 병원 동행, 행정 절차, 통역까지 봉사했고, 김해시 공무원들이 발빠르게 협업해 한 달 만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김해에 사는 고려인들의 어려움을 사회에 적극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손은숙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대표가 김해아이스퀘어호텔 후원을 받아 주관한 '제1회 고려인 가족 추석맞이 대잔치'가 마중물이 됐다.
또 장윤정 가야당㈜ 대표는 커피 재배 주산지인 아프리카 아동들을 돕고자 매출액의 2%나 매년 월드비전에 기부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지속가능한 일터를 만들어주고자 정규직 채용 가치까지 지키고 있어 칭찬을 듣는다.
반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사람도 많다.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치인들이 전쟁 위기 불안감을 띄워 남북 이데올로기로 프레임 뉴스를 내보낼 때, 자신과 관련한 부정적인 뉴스를 덮고자 유명 연예인들 치부를 들춰 뉴스로 폭로할 때는 악한 영향력이 발생한다. 이런 뉴스들을 접한 대중은 가짜 뉴스로까지 증폭시키고, 타깃이 된 연예인들은 개인 삶이 해체되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발표한 담화문과 일문일답은 국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줬을까, 나쁜 영향력을 전파했을까. 권력을 활용해 대통령실 여론조사 사업을 거머쥐어보려고 일탈한 명태균 씨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어렵게 열매 맺는 선한 영향력이 악한 영향력 때문에 잠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수경 자치행정2부 국장 김해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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