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예산 증액 안건 발의 하룻만에 철회
민주당 의원 준비한 반대 토론은 '패싱'
도민 "토론 없는 의사 진행 부끄럽다"
‘촌극’. 경남도의회 올해 마지막 본회의 막전막후를 지켜본 이들 원성은 ‘우발적이고 우스꽝스런 짧은 토막극’을 뜻하는 한 단어로 축약됐다. 급작스레 특정 예산 증액 안건이 발의됐다가 철회되고, 지역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한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토론은 실종되는 촌극이 3시간 언저리 본회의에서 빚어졌다.
지난 14일 오후 3시 14분, 김진부 도의회 의장이 본회의 정회를 선포했다. 앞서 박춘덕(국민의힘·창원15) 의원이 내년도 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토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회를 요청했다.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김 의장이 박해영(국민의힘·창원3) 의원을 데리고 급히 의장실로 들어갔다.
도의회 도청 소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조 571억 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도 예산안을 1억 1032만 원 감액해 12조 569억 원으로 수정했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지정 50주년 기념행사 지원 예산은 집행부 원안대로 5억 원이 반영됐다. 앞서 건설소방위원회는 5억 원을 증액해 총 10억 원으로 늘렸다.
본회의 하루 전인 지난 13일, 건설소방위원장인 박해영 의원은 동료 의원과 자신을 포함한 43명 동의를 받아 예산안 수정안을 긴급하게 발의했다. 창원국가산단 지정 50주년 기념행사 지원 예산 5억 원 증액을 재차 요구한 것. 앞서 증액하지 않기로 의결한 예결특위 위원 15명 가운데 5명도 수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의장실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오후 3시 38분, 김 의장이 회의를 속개하고는 “박해영 의원 외 42명이 발의한 2024년도 경남도 예산안 수정안 철회 요청이 있었다”며 동의를 구했고 수정안은 철회됐다. 의원 64명 가운데 43명이 수정안을 발의했다가 처리를 앞두고 바로 철회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예결특위 수정안과 다른 수정안 발의에 심사숙고하지 않고 동의했다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예결특위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반응마저 나왔다.
‘민의의 전당’에 토론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오후 3시 53분, 의원석에 앉은 한상현(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김 의장 의사 진행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 의원은 시민사회단체 중간지원조직인 공익활동지원센터 운영 예산 3억 원 전액이 삭감된 수정안을 쟁점으로 반대 의사를 밝힐 계획이었다. 본회의 전날 5분 자유발언을 요청했다가 취소하고 반대 토론을 준비했다. 하지만 한 의원 이의 제기 전 이미 내년도 도 예산안 수정안은 가결 처리됐다. 김 의장과 한 차례 논쟁을 벌인 한 의원은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인사말을 하는 동안 준비한 원고를 찢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김 의장은 안건 처리에 앞서 효율성을 이유로 “사전에 발언 신청이 없는 안건은 질의, 토론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었다. “회의 중 신청이 있으면 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덧붙였지만, 안건 30건을 처리하는 동안 토론은 없었다.
유일하게 예상원(국민의힘·밀양2) 의원이 동료 의원 12명 동의를 받아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에게 긴급현안을 질문했다. 밀양고등학교·밀양여자고등학교 이전 문제였다.
본회의를 참관한 한 방청객은 “토론 하나 없이 의결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의원들과 본회의장 밖에서 마주치면 서로 민망할까봐 일찍 자리를 떴다”며 웃었다. 64명 중 60명이 국민의힘이라도 소수 의견을 들어주는 미덕정도는 발휘할 줄 알았다는 것. 한 의원이 찢은 원고에도 ‘동료 의원을 믿는다’는 문장이 있었지만 모두 무색해졌다.
이날 본희의가 끝나고 도의회 로비에서 곧장 이어진 폐회연에서 누군가 “의회다운 의회!”라는 구호를 자신 있게 외쳤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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