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인 사고 피해자 가족 박선영 씨

배우자 사고 후 가족 생계 책임
사과 없는 회사 측 변론에 분개

"다리 개방성 골절로 재활을 받아 절단은 안 했는데, 갈비뼈 다 나가고 뒤통수 찢어지고 파편도 꽂혔어요. 트라우마도 있고 성격 자체도 바뀌었어요."

27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이 끝나고 잠시 장훈(43) 씨 배우자인 박선영(46) 씨와 대화를 나눴다.

박 씨는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이후 6인 가족 가장이 됐다. 현재 장 씨 장해율은 50%다.

"남편은 지금까지 일을 못해요. 남편이 일하면서 받던 돈 반도 못 벌고, 여자 혼자 최저시급 받으며 생계를 책임지려면…. 어느 누가 생활비 보태주지도 않잖아요."

삼성중공업과 민사합의로 장 씨가 받은 돈은 3억 6000여만 원. 사고로 장 씨가 잃은 장래 소득인 일실수입까지 따지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남편 상태가 안 좋아요.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수면제랑 진통제를 먹어도 잠을 못 자요. 지금까지도 거제 집에서 부산대학교병원까지 주마다 세 번을 오가요. 산재 기간도 끝나 병원비는 오롯이 자기 부담입니다."

박 씨는 삼성중공업 협력사 직원에게서 파기환송심 전 형사합의 요청을 받았다.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어요.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라고. 남편은 고통 속에 살면서 모든 것이 다 바뀌었는데."

이날 박 씨는 남편을 대신해 법정에서 발언을 했다. 엄중한 처벌을 바란다고. 발언 뒤에 이어진 피고인 측 최후 변론과 진술을 들은 박 씨는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절에, 나서는 안 될 사고가 났잖아요. 저희는 생계가 달렸어요. 더 괘씸합니다. 한 가족 삶이 바뀌었는데 '지역 경제와 국가에 기여'할 기회를 달라는 둥 그건 아니잖아요. 합의나 보상도 마쳤다지만, 사과는 없잖아요. 지역 경제 운운하기 전에 피해자 삶을 더 속속들이 살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사고를 겪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진짜로."

/최환석 김다솜 기자 ch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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