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10년간 인구감소 지속세
내년 특례시 출범 앞 특단 대책
자녀 출생 때 1억 원 지원

새해 초부터 창원시가 추진 중인 '결혼 드림론(Dream loan)'이 뜨거운 감자다.

창원시는 인구가 갈수록 주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인구정책 가운데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자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혼 드림론은 금융기관과 협약해 창원시민이 결혼할 때 필요한 목돈을 저리로 빌려주고, 자녀 출산 시 단계적으로 이자와 원금 상환을 지원해 결혼과 양육부담을 덜어주는 사업이다.

시는 내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결혼 때 최대 1억 원을 대출해 첫째 자녀를 낳으면 이자 면제, 둘째 자녀 출생 때 대출원금의 30%, 셋째 자녀 출생 시 전액 상환 지원하는 방안을 기본모델로 검토 중이다.

찬성하는 이들은 창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막고자 아이를 낳으면 목돈으로 지원하는 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여성들과 여성단체는 인구감소 문제를 출생 장려 정책으로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반발하는가 하면, 자녀 3명을 둘 수 있는 부부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 허성무 창원시장이 7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창원시
▲ 허성무 창원시장이 7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창원시

◇결혼 드림론 추진, 왜 = 창원 인구 감소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인구는 한 도시가 유지·발전하기 위한 토대다. 예산이 얼마나 늘고 주느냐에 따라 자치단체가 펼 수 있는 복지 등 정책은 달라진다.

정부는 지방교부세 산정 시 인구를 항목 가운데 하나로 평가한다. 기업도 인구 규모에 따라 고용자 수를 정하고, 각종 기반시설 규모를 정한다.

창원시는 지난 2010년 7월 같은 생활권인 창원시·마산시·진해시 3개 시가 합쳐 탄생했다. 통합 이듬해인 2011년 12월 기준 인구는 109만 1881명이었다. 그러나 이후부턴 줄곧 인구가 줄었다. 통합 이후 10년 동안 5만 5143명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103만 6738명까지 내려갔다. 다른 통계치도 있다. 최근 3년간 창원에서 혼인한 건수는 2017년 5459쌍, 2018년 5074쌍, 2019년 4632쌍이다. 같은 기간 태어난 아기의 숫자는 2017년 7640명, 2018년 7124명, 2019년 6230명이었다.

물론 인구가 급감하는 건 비단 창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12월 말 현재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5182만 9023명으로, 1년 전보다 2만 838명이 감소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인구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원시는 전국 자치단체마다 각종 인구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지역 간 인구이동만 있을 뿐 근원적으로 출생이 느는 인구 증가 효과는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이처럼 '뺏고 빼앗는' 인구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실질적으로 인구를 늘리는 방안으로 결혼 드림론을 구상하게 됐다. 2022년 1월 특례시 출범을 앞두고 특례시 인구 하한선 100만 명을 지키겠다는 점도 반영됐다.

구상의 출발은 가정을 꾸리게 되면 어차피 주택자금이나 생활자금, 자녀양육비 모두 한 주머니에서 나간다는 데 주목했다.

가장 큰 부담인 주택자금을 덜어주면 자녀양육비로 쓸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시는 결혼 드림론 도입을 위해 동유럽 헝가리 인구정책을 '비교 검토'했다.

헝가리는 해마다 인구가 수만 명씩 감소하자, 지난 2019년부터 결혼 시 신혼부부에게 4000만 원을 무상으로 대출해 준다. 부부가 첫째를 낳으면 이자 지원, 둘째 출생 시 원금 30% 감면, 셋째 자녀를 두게 되면 대출 전액을 상환 지원해 준다.

헝가리는 이러한 정부대출 정책 시행으로 혼인건수가 2010년 3만 6000건에서 2019년 6만 2000건으로 늘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인 출생률도 2011년 1.23%에서 2020년 1.56%로 0.33%p 증가했다.

시는 국내 사례로는 충북 제천시 인구정책도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제천시는 지난 2017년부터 인구가 많이 감소하자 결혼·출산·주거지원책으로 '3快(쾌)한 주택자금 지원 사업'을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신청했다.

주택자금을 대출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을 구분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주택자금대출을 한 가정에서 첫째가 태어나면 일시금으로 150만 원, 둘째 최대 1000만 원, 셋째가 태어나면 최대 4000만 원 등 합계 5150만 원을 지급한다.

결혼 드림론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거쳐야 한다. 최대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이후에도 조례 제·개정 여부를 두고 창원시의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찬성과 반대 = 찬성과 반대 여론도 팽팽하다.

창원시 성산구에 사는 30대 여성은 "아이 셋을 낳으면 1억 원을 지원해주는 점은 미래를 봤을 때 다른 정책보다는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우리나라 전체가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막고자 아이를 낳으면 목돈으로 지원하는 건 괜찮은 정책인 것 같다. 선심 쓰듯이 막 퍼주는 다른 정책보다는 훨씬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마산회원구에 사는 40대 중반의 한 시민도 "지금까지 각종 인구 늘리기 정책으로 수백 조가 넘는 세금을 쏟아부었다"며 "우리 세금이 엉뚱한 곳에서 낭비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해 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는 한 30대 여성은 결혼 드림론이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저를 포함해 주변 신혼부부들을 봐도 하나 아니면 둘을 낳을 건지를 고민하는데, 자녀를 3명까지 두면 혜택을 파격적으로 주겠다는 정책은 너무나도 현실성이 없는 것 같다"며 "아이 하나 낳아도 이웃에 부모님이 살지 않으면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가 버거운 판인데, 옛날 사람 머리에서 나온 정책인 것 같다"고 했다.

의창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은 "최근 청년층, 특히 청년과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원인에 대한 분석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결혼과 출산 이후에 여전히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가사노동과 육아 부담, 경력단절 문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에 대한 해결책이 없으면, 결혼과 출산 거부는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한 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다양한 반응이 나오자,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 11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결혼 드림론을 잘 보완·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허 시장은 "결혼 드림론이나 다자녀가구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는데, 정책에 대한 소외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잘 보완하고 준비해서 시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 기획예산실에서 총괄해서 정책 방향을 잘 잡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필 창원시 기획관은 14일 "결혼 드림론의 목적은 전체적인 결혼과 양육비용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다"며 "이 정책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여성, 낳지 않기로 한 여성을 배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육아 중인 가정, 비혼자와 청년들을 위한 정책도 병행해서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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