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겨울달, 11월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철마디(절기)와 비슷하게 어김없이 바뀌는 철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겨울로 들어선다는 들겨울(입동)을 지난 뒤부터 추워지더니 수능을 보는 날은 겨울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지요. 곳곳에 첫눈이 내렸다는 기별도 들렸습니다. 이제 올해도 마지막 한 달이 남았습니다. 눈이 엄청 많이 내린다는 한눈(대설)을 지나고 그야말로 온이 겨울로 가득 차는 온겨울(동지)까지 보내고 나면 새해가 머지않았겠지요. 따뜻함과 포근함 속에서 한 해를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과 함께 마을에 있는 아름다운 토박이말 이름 가게를 찾아보기로 했는데 미리 여러 가지 것들을 챙겨 보시고 아이들 스스로 배움이 이루어지도록 챙기시는 마을배곳 갈침이님들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신다는 걸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참 고마웠습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거침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걸림돌'과 비슷한말입니다. 많이 쓰는 '장애물'과도 비슷한말이지요.  하지만 우리 말모이(사전)에는 이 세 가지 낱말이 비슷한말이라는 것을 알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걸림돌'에는 비슷한말이 '거침돌'이라고 되어 있는데, '거침돌'에는 비슷한말이 없고, '장애물'에는 '방애물', '방해물'만 비슷한말이라고 해 놓았습니다. 

'장애물'과 뜻이 비슷한 토박이말을 쓰고 싶어도 말모이(사전)에도 나오지 않으니 그럴 수가 없는 것이지요. 말모이가  토박이말을 살려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거침돌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장애물'이란 말을 써야 할 때 '거침돌', '걸림돌'이란 토박이말을 떠올려 쓰시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지난 닷날(금요일) 들말마을배곳 아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밝은 얼굴로 재미있게 노는 걸 보니 저도 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이들을 챙기시는 갈침이님들의 꼼꼼하고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이어진 이야기 나눔 자리에서 앞으로 할 일들을 두고 슬기를 모았습니다. 일거리를 만들고 꾸려 나가는 데 마다하지 않으니 우러러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엿날(토요일) 이어진 이레끝 놀배움터와 이바지하기(봉사활동)도 짜장 좋았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모임을 제대로 해 보기로 했으며 뜻을 같이 하는 푸름이들을 더 모으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남부럽지 않은 멋진 모임이 될 수 있도록 힘껏 도울 것입니다. 그리고 이레끝 놀배움터에 와서 함께해 준 아이들, 놀배움과 먹거리까지 알뜰히 챙겨 주신 갈침이님들,  이바지하기에 온 푸름이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건듯'은 흔히 많이들 쓰는 '대충', '대강'을 갈음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지 '건듯'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일을 그렇게 하면 누군가 다시 일을 하게 되는 걸 자주 봤습니다. 이 말의 센말은 '건뜻'이고  '무슨 일이나 움직임이 갑작스럽게 일어나거나 바뀌는 모양'을 뜻하기도 하며 '바람이 가볍게 슬쩍 부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도 알아 두시면 좋을 것입니다.

어제 아침에 씻고 나와 물을 닦은 자리에 땀방울이 맺혀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씻은 보람이 없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무더위에 시원한 바람이 저는 좋지만 다른 사람들은 춥다고 할 때는 제 곁에 바람틀(선풍기)을 하나 갖다 놓지 않은 게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오늘은 꼭 챙겨 놓아야겠습니다. 

오늘 맛보여 드릴 토박이말은 '걸림새'입니다. '매끄럽거나 잘 다듬어지지 않아 걸리는 모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토박이말입니다. '걸림+새'의 짜임이라고 할 수 있고 같은 짜임으로 된 말에 '팔림새'가 있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여러분 하시는 일은 걸림새 하나 없이 시원하게 잘 되기를 비손합니다.^^

낮밥을 먹고 배곳 안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아이들과 마을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토박이말로 된 가게 이름을 찾으러 나선 길이었습니다. 한 모둠은 미리 알아둔 가게에 가서 임자를 만나고 다른 한 모둠은 저랑 골목골목을 돌며 가게 이름을 살폈습니다. 토박이말 가게 이름이 많지 않고 영어, 일본어로 된 가게가 많아 놀랍다는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찾아 낸 토박이말 이름 가운데 저마다 마음에 드는 것을 뽑아 보고 그 열매를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이야기방에 올려놓았더군요. 글 끝에 우리가 토박이말을 널리 알려, 가게 이름들이 토박이말로 되어 있는 날이 빨리 다가오면 좋겠다는 말이 제 어깨 위에 얹히는 것 같았지만 걸음품을 팔고 땀을 흘린 보람을 느끼게 해 주어 고마웠습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걸음품'이라는 말은 많이 쓰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가 어딜 '오고 가는 데 드는 수고'라는 뜻으로 쓸 수 있고, '그 삯(대가)'이라는 뜻으로도 쓸 수 있으니 많이 써 보시기 바랍니다.

엿날(토요일)에는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이 있어서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땀을 실컷 흘렸지만 그 만큼 보람이 있었습니다. 옛날 배움책에서 캐낸 쉬운 토박이말들을 알려 드리고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지름길은 쉬운 배움책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 주시고 크게 손뼉을 쳐 주셨습니다. 

덧붙여 토박이말바라기에서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과 새로나꽃배곳과 들말마을배곳에서 펼치고 있는 토박이말 놀배움 이야기를 해 드리고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여러분들이 해 주신 좋다, 잘한다는 말씀도 기분 좋고 고마웠지만 제가 더 마음을 쓰고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들을 말씀해 주셔서 더 고마웠습니다. 더 많은 분들께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최문상 인화씨엔피 대표님과 함께한 만남도 뜻깊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의 값어치를 알아주시고 앞으로 토박이말바라기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겠다는 입다짐을 해 주셔서 짜장 고마웠습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검정새치'는 우리가 흔히 쓰는 '간첩', '스파이'와 뜻이 비슷한 말입니다. 이 말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말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셨으니 앞으로 '간첩', '스파이'라는 말을 써야 할 일이 있을 때 떠올려 쓰는 분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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