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힘이 될 것 같은 말
너를 힘들게 하는 친구 이야기를 듣는 일은 늘 괴롭단다.
괘씸한 녀석을 혼내주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지.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려는 것은 그 친구 편이라서가 아니라
네가 더 성숙하길 바라서다.
감정 표현이 성숙하지 못한 친구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나친 감정 표현은 어떤 면에서 자기 방어 본능일 것 같다고 했다.
사람은 자신이 다치기 전에 과한 감정 표현으로 벽을 치기도 하거든.
"그 친구가 아빠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어. 힘이 될 것 같아."
네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바쁠 텐데 '힘이 될 것 같아'라니.
생각보다 너는 곱절은 큰 아이구나.
2) 상담
너를 힘들게 하는 수많은 고민을 듣고 싶었다.
네가 가까스로 말을 꺼내기 시작하자 기꺼이 답을 찾는 여정을 떠났지.
마치 준비된 것 같은 모습에 꽤 놀랐을 것이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선생님, 학교, 친구, 학원, 집, 공부, 휴대폰, 덕질?
13살 어린이 고민은 끝이 없구나.
어쨌든 13살 딸과 도란도란 얘기하는 시간이 어느덧 두 시간을 넘겼다.
이것이야말로 하찮은 아빠에게 눈부신 훈장이란다.
"어떤 방법으로든 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진로나 직업 같은 게 아닌 진정 꿈다운 꿈을 응원한다.
이승환 기자·삽화 서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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