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인쇄가 넘어가자마자 난감한 소식(?)이 들렸습니다. 상황은 난감했지만 제 속마음은 기뻤습니다. 지난달 현지시각 27일 마블과 소니가 극적인 합의를 했는데요. 스파이더맨이 MCU(Marvel Cinematic Univers)를 떠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오는 2021년 7월 개봉을 목표로 공동 제작이 된다고 합니다. 자 그럼 지난 호에 이어 오늘은 집 나갔다 돌아온 마블 히어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엑스맨>, <데드풀>, <판타스틱4> 자연스럽게 회수된 마블의 슈퍼히어로

마블은 재정상태가 어려울 때 캐릭터 영화 판권을 여러 군데 나누어 팝니다. 원작 만화에서 어벤져스의 일원이었던 '판타스틱4', 그리고 만화에서 어벤져스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던 돌연변이 히어로 '엑스맨'의 영화 판권을 '20세기 폭스사'에 팔아버립니다. DC의 <배트맨과 로빈>이후 주춤하던 히어로 영화는 2000년 <엑스맨>의 개봉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게 됩니다. 이후 <엑스맨> 시리즈는 두 편 더 제작되고 리부트 된 4편이 더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엑스맨 최고 인기 캐릭터 '울버린' 단독 영화까지 3편 더 제작하게 되는데요.

20세기 폭스사도 소니와 마찬가지로 엑스맨 캐릭터를 MCU에 출연시키는 협의를 마블과 진행합니다. 그 히어로는 <엑스맨>의 대표적인 빌런, '매그니토'의 아들과 딸로 설정된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입니다. MCU에서는 본명 '피에트로 막시모프', '완다 막시모프'라는 이름으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첫 등장 합니다. '엑스맨 유니버스'에서는 초능력자 아버지 '매그니토'의 유전적인 요인으로 초능력을 얻었다면 MCU에서는 실험을 통해 초능력을 얻었다는 설정의 차이가 있습니다.

20세기 폭스는 <엑스맨>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안티 히어로 <데드풀>도 2편 제작합니다. 원작 만화에서 데드풀도 엑스맨과 같은 돌연변이로 묶였으니 당연히 판권은 20세기 폭스사의 소유가 됩니다. 영화 <데드풀>은 안티 히어로답게 기존의 히어로 무비와는 달리 '섹드립'과 '선혈이 낭자'한 19금 슈퍼히어로 무비로 제작이 됩니다. 현재 3편이 제작되고 있다고 하는데 1, 2편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제작될 것 같다고 하는군요.

폭스사가 가진 또 하나 판권 <판타스틱4>. 마블 원작 만화에서 <판타스틱4>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큽니다. 마블 코믹스의 원로급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데요. <판타스틱4>의 영화 판권은 80년대 독일 '콘스탄틴 필름'의 '베른트 아이힝거'가 구매합니다. 아이힝거는 영화화를 위해 투자와 배급을 맡아줄 대형영화사를 찾던 중 판권 만료일을 앞두고 저예산 영화의 대가 '로저 코먼'(훗날 영화 <분노의 질주> 제작)의 '뉴 호라이즌'사에 영화 제작을 의뢰합니다. 그래서 1994년 세상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망작 <판타스틱4>가 제작 됩니다. 마블의 창시자 '스탠 리'는 이 1994년 판 <판타스틱4>를 두고 판권을 계속 가지기 위한 꼼수였다고 강하게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아이힝거는 판권 연장 때문에 만든 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결국, 대형 투자자를 찾던 와중에 '20세기 폭스사'가 판권을 구입하는데요. 폭스의 <판타스틱4> 인수 조건에는 1994년작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들어갔다고 합니다만 이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겠습니까? 

훗날 저화질 복사본으로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지요.

아무튼, 20세기 폭스는 2005년 <판타스틱4>를 1억 달러로 제작하여 전 세계에서 3억 3000만 달러를 벌어들여 흥행에 성공합니다만 2007년 개봉한 속편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의 흥행이 부진한데다 설정 파괴로 말미암은 팬들의 비난과 출연진 사이 불화로 더 이상 후속편 이야기는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후 20세기 폭스는 2015년 다시 리부트 된 <판타스틱4>를 내놓습니다. 그러나 원작과 다른 이미지의 배우 캐스팅, 빌런 닥터 둠에 대한 설정 파괴, 확인된 루머는 아니지만 감독과 제작진과의 불화 등으로 새로운 <판타스틱4>는 산으로 가버립니다. 결국, 속편은 꿈도 못 꾸고 접어야 할 상황이 되었지요.

그러던 중 2017년 말부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21세기 폭스'(20세기 폭스의 모회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2018년 6월 20일(현지 시각) 월트 디즈니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현금과 주식으로 713억 달러에 21세기 폭스사를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알렸습니다. 2019년 3월 21일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었는데요. 무엇보다 이 소식을 반겼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마블 원작 팬. <엑스맨>, <데드풀>, <판타스틱4>의 영화 판권이 다시 마블에게 돌아오기 때문인데요. 팬들은 원작에서처럼 어벤져스와 엑스맨이 같은 세계관에 나올 수 있기를 무엇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당장 두 세계관이 합쳐지는 영화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팬들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조만간 확장된 MCU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얘네들도 마블이었어? 마블을 떠났다 다시 돌아온 캐릭터들

'니콜라스 케이지'가 죽음의 바이크 라이더로 등장하는 <고스트 라이더>. 소니에서 판권을 가지고 2007년에 1편, 2012년 주인공이 그대로인 리부트 <고스트 라이더 : 복수의 화신>이 제작되었지만 흥행 성적을 시원하게 말아 먹고 다시 마블로 판권이 회수되었습니다. 현재 따로 영화는 나오지 않고 마블에서 만든 TV 시리즈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즌 4에서 또 다른 고스트 라이더가 모터사이클이 아닌 죽음의 자동차를 모는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20세기 폭스사가 판권을 가지고 있던 <데어 데블>. 스핀 오프 격인 <엘렉트라>를 각각 2003년 2005년에 제작했지만 비약적인 설정과 따분한 액션으로 역시 흥행에 실패 했습니다. 결국,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TV 용 판권을 구매하여 <데어 데블>은 TV 시리즈로 제작되어 시즌 3까지 방영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마블의 히어로팀 '디펜더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앞으로 제작될 영화 <스파이더맨 3>에서 피터 파커의 법률 고문으로 <데어 데블>(변호사 매트 머독)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스파이더맨3>개봉 시기에는 저작권이 다시 마블로 회수되기는 합니다만 시나리오 제작 시기에는 아직 넷플릭스에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소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군요. 

새로 업데이트 된 마블 캐릭터 영화 판권 인포그래픽 /thegeekstwins.com
새로 업데이트 된 마블 캐릭터 영화 판권 인포그래픽 /thegeekstwins.com

'뉴라인 시네마'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던 반인 반흡혈귀 다크 히어로 <블레이드>시리즈는 3편까지 제작되며 흥행에는 성공하였습니다. 다만, 3편은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는데요. 반대로 국내에서는 세 편 중 마지막 3편의 흥행이 가장 잘되었습니다. 주연 배우 '웨슬리 스나입스'의 탈세 때문일까요. 이후 후속편 제작 이야기는 쭉 나오지 않고 있었는데요. 얼마 전 웨슬리 스나입스는 마블에서 <블레이드>가 다시 제작되기를 희망하고 자신이 다시 주인공 블레이드를 맡길 기대했었는데요. 최근 열린 코믹콘에서 마블은 새로운 블레이드 시리즈 제작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젠 웨슬리 스나입스가 노쇠해서일까요? 새 블레이드 역은 영화 <그린북>에서 주연을 맡았던 '마허샬라 알리'가 맡게 된다는군요. 연기파 배우와 마블의 기획력. <블레이드>도 큰 기대를 하게 하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2회에 걸친 슈퍼히어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시대에 슈퍼 히어로 이름까지 외우려니 머리가 아프시죠? 더 깊게 들어가면 힘드실까 봐 여기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이렇듯 '덕후의 세계'는 깊고 심오하답니다. 덕후를 양성하는 마을 양'덕'동. 다음에도 재밌고 심오한 덕후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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