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10일 서울 일원에서 열린 전국체전. 올해 100회를 맞은 체전에서 경남 선수단은 종합 4위를 기록했다. 애초 목표였던 19년 연속 상위권 달성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올라선 성적이다. 일주일가량 이어진 대회에서 1746명의 경남 선수단이 거둔 메달은 총 202개. 금메달 59개, 은메달 61개, 동메달 82개다. 메달을 떠나 누군가에게는 기회였고 누군가에게는 아픔이었을 이번 대회. 그 사이 유독 빛났던 경남 선수를 소개한다.

제100회 서울 전국체육대회 남자대학부 복싱에서 마산대 복싱부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박일호 기자
제100회 서울 전국체육대회 남자대학부 복싱에서 마산대 복싱부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박일호 기자

복싱 2연패 이희섭

올해 전국체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마산대 복싱부. 금 1, 은1, 동 2개를 수확한 마산대 복싱부 중심에는 '전국체전 2연패 사나이' 이희섭(레저과 2)이 있다.

지난해 전국체전 플라이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희섭은 올해 역시 같은 체급에서 우승하며 대학부 마지막 대회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10월 9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남자대학부 복싱 결승에서 이희섭은 비교적 쉽게(?) 금메달을 땄다. 결승 상대인 대전대 배영식이 어깨 부상으로 기권을 선언했기 때문인데, 이희섭은 이 상황을 '기쁨 반, 아쉬움 반'으로 표현했다.

이희섭은 "배영식과는 다른 대회에서 두 차례 정도 붙어봤다"며 "결승 무대인 만큼 그동안 훈련한 결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다소 아쉽다. 그래도 대학 시절 마지막 전국체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희섭의 금메달이 거저 굴러온 건 아니다. 자신을 '맞으면 더 힘이 나는 복서'라고 평가한 이희섭은 매해 스타일에 변화를 줘 경기를 치른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아웃복싱 스타일을 뽐냈다면 올해는 인파이터로 돌아가 링에 오른 게 한 예. 덕분에 상대 선수에게 노출되는 약점을 줄인 이희섭이었다.

이희섭은 "개인적으로는 저돌적이면서도 더 공격적인, 인파이터 복싱이 더 맞지만 매 대회 우승을 위해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일반부 시합에서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학 졸업반인 이희섭은 내년부터 울산시청 소속이 돼 각종 대회에 나선다. 성인 무대 입성을 앞둔 상황, 이희섭은 그전에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도 정했다.

이희섭은 "11월 도쿄올림픽 1차 선발전이 있다. 지난해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는데, 그 기세를 꼭 이어가고 싶다"며 "스텝 훈련에 더 매진하는 등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 무대에 반드시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산대 복싱부는 이번 체전에서 이희섭 외 라이트헤비급 이삭(레저과 1)이 은메달을, 웰터급 김평중(레저과 2)·헤비급 권성훈(레저과 1)이 동메달을 차지했다.

김호상 마산대 복싱부 감독은 "힘든 훈련을 딛고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내년 신입생 7명이 마산대 복싱부에 합류한다. 좋은 팀을 계속 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베테랑의 품격 이순자 

불운에 부상까지. 아쉬움 가득한 레이스였으나 '카누 여제' 이순자(41)는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10월 7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공원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전 카누 여자일반부 K1-500m에서 이순자가 은메달을 땄다.

이순자는 오랜 기간 이 종목 절대 1인자로 군림해 왔다.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K1-500m에서 전국체전 12년 연속 우승을 기록한 그는 2012년 K1-200m 우승으로 '전국체전 13년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대 중·후반에도 이순자 활약은 이어졌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려고 단체전에만 출전한 2013년, 2015년을 제외하고 2014년과 2016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이순자는 2관왕에 오르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랑했다.

지난해까지 전국체전에서 딴 금메달 수만 28개에 달하는 이순자에게 '1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번 대회 역시 기대가 모이기는 마찬가지. 그 누구도 결승선을 두 번째로 통과하는 이순자 모습을 그리진 않았다. 4개 대회 연속 '2관왕'을 노리는 이순자 레이스는 7일 오전 11시 30분 시작했다. 8번 레인에서 결승을 맞은, 이순자 출발은 순조로웠다. 100m, 200m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던 이순자는 300m를 지나면서 선두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막판 스퍼트까지 더하면 그대로 1위 달성이 확실해 보였던 이순자였으나, 불운은 400m 지점에서 닥쳤다. 수풀에 배 후미 부분이 걸린 것. 열심히 노를 젓던 이순자 흐름은 끊기고 배 속도도 일순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사이 이순자를 바짝 뒤쫓던 대전광역시체육회 조신영이 이순자를 앞질렀다. 남은 100m, 이순자는 선두 재탈환을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진 못했다. 이날 이순자의 최종 기록은 2분 3초 745. 1위 조신영이 세운 2분 2초 912보다 1초가량 뒤진 결과표였다.

올 시즌 내내 이순자를 괴롭힌 손목 부상에 뜻하지 않은 걸림돌까지. 그럼에도 이순자는 레이스 결과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이순자는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닌 그저 내 잘못"이라면서 "레인 배정 등도 경기 일부다. 올해 손목 부상 등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기쁘다"고 밝혔다.

이순자가 보인 '베테랑의 품격'은 K4-500m에서 곧바로 성과로 나타났다. 오후 1시 30분 치른 경기에서 이순자는 김국주(30)·이나래(24)·전유라(28)와 힘을 합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남도체육회의 이 종목 2연패이자, 이순자 개인의 29번째 금메달이었다.

이순자는 "감독님, 후배들 덕에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단체전에서 승리해 더 기쁘다"며 "팀워크가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임용훈 경남도체육회 카누팀 감독은 "이순자 선수 외 이나래 선수도 일주일 전쯤 목에 담 증상이 와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사천시청 농구단

사천시청 농구팀은 5년 만에 전국체전 정상에 올랐다.

사천시청 농구팀은 10월 10일 서울시교육청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전 농구 여자일반부 결승전 김천시청과 경기에서 53-46으로 이겼다.

이날 사천은 1쿼터부터 김천을 압박했다. 1쿼터, 외곽포 2개가 터지며 분위기를 잡은 사천은 단단한 수비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1쿼터를 19-6으로 매듭지었다.

이후에도 사천은 단 한 번도 김천에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곽주영과 김향미는 큰 키를 바탕으로 골밑을 장악했고 주장 황미예는 빠른 발로 상대 코트를 휘저었다. 양선희와 이은혜도 리바운드 능력과 빠른 몸놀림으로 팀에 큰 보탬이 됐다. 2쿼터 31-17, 3쿼터를 45-27로 마친 사천은 4쿼터 중반 연속된 자유투 실패와 반칙으로 9점 차까지 추격당했으나 남은 점수를 잘 지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골밑슛 정확도와 속공 능력, 수비 리바운드까지 돋보인 경기였다.

이날 경기 결과로 사천은 2014년 95회 대회 이후 5년 만에 전국체전 정상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특히 이 종목 전국체전 4연패에 빛나는, '숙적' 김천시청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며 기쁨을 키웠다.

앞서 73회 종별선수권대회에서 김천시청에 우승을 내주며 아쉬움을 삼키기도 했던 사천은 체전을 앞두고 국가대표 출신 센터 곽주영(38)을 영입하는 등 전력 강화에 힘썼다. '베테랑' 김향미(39)도 코트로 돌아와 사천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사천은 곧바로 전국체전에서 설욕에 성공하며 전력 확충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신원화 감독은 "오늘 경기는 초반부터 체력전으로 밀어붙이려고 했는데, 그게 잘 통했다"며 "새롭게 합류한 곽주영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이 뽑은 이날 경기 수훈선수인 곽주영은 "올해 실업팀에서 처음 뛰었는데, 프로리그보다 일정이 더 빡빡하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계속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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