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증오 

내가 보기에 인간은 무턱대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게 부끄러운 줄은 아는 것 같아. 그래서 대놓고 나는 네가 미우니까 네가 하는 짓은 다 싫다고 티를 내지는 않으려 애쓰더라고. 그 정도 참는 지성은 가까스로 갖췄나 봐. 그렇다고 그 비합리적인 증오를 스스로 없앨 만큼 성찰이나 인내는 없어. 그게 우리 고양이와 차이지. 그렇다면 그 하찮은 증오를 어떻게 드러낼까 관찰해봤어. 아빠 양반, 혹시 합리적인 비판 뒤에 숨겨서 드러내지 않나? 그러니까 겨우 주먹을 드는 시늉만 해도 될 일을 핑계 삼아 몽둥이를 냅다 휘두르고 있지는 않느냐는 것이지. 인간들은 그런 것 같던데. 야옹. 

 

 

2. 문제 해결 

하루는 우리집이 왜 이렇게 지저분할까 생각했어. 일주일에 한 번 겨우 청소기를 들고 움직이는 아빠 양반 때문일까? 바구니가 가득 차서 넘쳐야만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는 이 집안 스타일 때문일까? 한 번 음식을 차리면 뒷정리는 거의 하지 않는 엄마 때문일까? 옷을 아무 곳에나 벗어던지는 누나 꼬맹이 때문일까? 그런데 놀라운 게 뭔지 알아? 아빠 양반이 청소를 다 하고 엄마가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누나 꼬맹이 빨래가 뒹굴거리지 않았을 때 비로소 발견했지. 내 몸에서 빠지는 털 뭉치와 내가 화장실에서 묻힌 모래가 온 집안을 더럽히고 있었다는 것을. 주변이 문제 투성일수록 정작 내 잘못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을 성찰했어. 아빠 양반은 이런 자기 성찰이 가능해? 아니라고 봐.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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