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상을 노래하는 유쾌한 교사 듀엣

"에어컨 좀 틀어 주세요 너무 더워요 냄새 쩔어요
중앙제어 풀어주세요 부장님 실장님 교장 선생님"
-수요일 밴드 〈에어컨 좀〉 중

지난달 16일 포털사이트 다음 검색어 1위는 수요일 밴드였습니다. 이날 수요일 밴드가 만들고 부른 '에어컨 좀'이란 노래 동영상이 유튜브나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마구 퍼졌지요. 수요일 밴드는 함안 칠서초등학교 박대현(33) 교사와 이가현(27) 교사로 이뤄진 듀엣입니다. 동영상에 나오는 귀여운 여자분이 이가현 교사고요, 그 옆에서 건반을 치는 웃긴 남자가 박대현 교사입니다. 어느 날 오후 수요일 밴드를 만나려고 함안 칠서초등학교를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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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박대현 교사 오른쪽이 이가현 교사./사진 강대중

- 왜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거죠?

박대현(이하 박) "작년 7월 초에 올린 동영상인데요. 인디스쿨이라고 페이스북에 초등학교 교사 커뮤니티 페이지가 있어요. 거기에 우리 노래 동영상이 공유가 많이 됐었죠. 그래서 제 생각에는 그 페이지에 있는 동영상을 어떤 기자가 보지 않았나 싶어요. 제일 먼저 기사가 난 곳에서 사회 비판적인 가사를 담고 7월 11일 음원을 발매했다는 식으로 썼어요. 그걸 또 다음 뉴스 첫 화면에다 올렸어요. 그러니까 바로 똑같은 내용으로 온라인 기사들이 막 뜨기 시작했죠. 그러더니 지난 16일인가 수요일 밴드가 다음 검색어 1위에 오르더라고요. 그래서 16일을 우리가 '수뺀데이'로 정했습니다.

이게 작년 이야기에요. 작년 진짜 에어컨 안 틀어줬거든요. 정전 사태 일어나고 하면서 모든 관공서가 그랬었죠. 그런데 댓글을 보니 이 나쁜 교장 어쩌고 그런 게 달리더라고요. 이게 학교에서도 조금 논란이 있었어요. 그래서 동영상에 다시 작년 얘기라고 글이 뜨도록 했습니다. 올해는 잘 틀어주고 있어요."

- 밴드 활동은 작년부터 하셨죠?

박 "칠서초 오기 전에 통기타 그룹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다들 아이를 낳고 나서 애 키우느라 바빠서 잘 안 됐어요. 그러다 이 학교 와서 근처 학교에서 일하는 후배랑 해서 4명으로 시작했죠. 우여곡절을 거쳐서 지금은 저와 이가현 선생님 둘이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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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현 교사./사진 강대중

- 이가현 교사는 어떻게 보컬로 합류하셨지요?

박 "자기가 노래를 잘한다고 하기에."

이가현(이하 이) "제가요? 아니에요! 전 그냥 노래를 좋아한다고 그랬죠. 박대현 선생님이 이 학교 오고 나서 젊은 선생님들끼리 회식 자리 가는 길이었어요. 처음 본 날이었어요. 그래서 차 타고 가는데, 취미가 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노래하는 거 좋아합니다, 그랬더니 그럼 내가 가수를 시켜주겠다, 그러더라고요. 이거 뭐지, 싶었어요. 그때는. 제 노래도 안 들어본 상태에서 일단 하기로 결정돼버린 거죠. 그러고 밴드 모였을 때 가서 노래 처음 불렀어요."

박 "노래를 못하면 못하는 데로 곡을 맞춰서 쓸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노래를 잘하더라고요."

"마트에 가면 700원 편의점 가면 900원
남기지 말고 먹어라 흘리지 말고 좀 좀
우유 가져가 좀 우유 마셔라 좀
우유곽 던지지 말고 잘 포개 넣어 좀"
-수요일 밴드 〈우유 좀 가져가〉 중

- 노래 가사가 재밌는데요? 예를 들면 '어색해 공개수업' 같으면 '아직도 어색해 공개수업 언제쯤 익숙해지나 호봉 좀 올라가면 나아질까 어색한 공개 수업'이라거나 '우유 가져가'에서 '선생님 제티 타 먹으면 안 돼요? 옆 반은 된다는데 왜 안돼요?' 같은 부분이요. 아이들하고, 동료 교사들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박 "그게 제 스타일이죠. 사랑을 많이 안 해봐서 그런가 사랑 노래 같은 것도 못 만들고요. 무슨 말인지 모르는 시 같은 걸로도 노래 안 만들고요. 먼저 어떤 것을 소재로 노래를 만들어야지, 이런 생각으로 현장을 며칠 동안 가만히 보고 있어요. 그러면 가사와 멜로디가 나오는 거죠."

이 "박 선생님이 기획력이 엄청나요. 일벌이기 좋아하고 일단 해보고 하다가 안 되면 버리고."

박 "수요일 밴드가 그나마 이 정도까지 유명세를 탄 것도 유튜브에 동영상 꾸준히 올린 덕분이죠. 어쩌다가 얻어걸린 유명세 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처음 밴드 시작하고 수요일마다 저녁에 모여 연습하고 동영상 찍고 편집해서 올리고 그랬어요. 일주일에 한 곡씩 올렸던 것 같은데 이미 써 둔 곡이 있어서 가능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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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교사./사진 강대중

"일정도 받았는데 나아진 것도 없는데 후배들이 물어보네 어떻게 하면 잘해요
아직도 어색해 공개수업 언제쯤 익숙해지나 호봉 좀 올라가면 나아질까 어색한 공개 수업"
-수요일 밴드 〈어색해 공개수업〉 중

- 다른 노래 동영상에서는 얌전하게 부르시던데, '에어컨 좀'이란 노래는 좀 다르던데요?

박 "맞아요. 다른 노래는 다 라이브였죠. '에어컨 좀'이란 노래에는 랩이 있는데요, 도저히 랩을 실시간으로 못 하겠더라고요. 가사도 안 외워지고. 그래서 이거는 어쩔 수 없다. 립싱크로 가자, 그랬죠. 이 동영상이 유명해지면서 최근에 누가 댓글을 달았는데 제 랩을 보고는 도대체 어디다가 박자를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더군요. 하하하."

- 초등학교 교사신데 아이들이 두 분 노래를 좋아하나요?

박 "그럼요 좋아하죠. 카카오 스토리에 막 서로 공유하고, 유튜브에도 수요일 밴드 채널이 있는데 그것도 서로 얘기해서 구독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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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컨 좀' 동영상 한 장면./사진 강대중

박대현 교사와 이야기를 나눈 곳은 6학년 1반 교실이었습니다. 박 교사가 담임인 학급입니다. 교실에는 책걸상이 20개 정도 있었습니다.

교실에는 아이들의 일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악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수요일 밴드가 연습을 하고 녹음을 하고 영상을 찍는 작업실이라고 합니다.

수요일 밴드 노래는 교사와 아이들의 학교 일상을 그대로 담은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수요일 밴드의 음악은 그냥 신나고 재밌습니다. 이들은 즐겁고 행복하게 노래를 만들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아이들 앞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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