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건강한 먹거리, 진정성도 통했다

‘윤돌 언니’를 아시나요?

의령 용덕면 용소골 참솔농원에서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귀농 16년 차 이강율(55)·정윤돌(52) 대표 부부.
그런데 정윤돌 대표는 ‘정 대표’보다는 ‘윤돌 언니’로 더 유명하다. 

바로 블로그(http://blog.naver.com/chamsol2121) 등 SNS에서다.

도라지·매실·대봉감·고사리 등 철 따라 나는 20여 가지 품목을 판매하는 참솔농원은 대부분 수확물을 온라인이나 전화 주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유기농 수확물을 온라인으로

정 대표는 “귀촌하면서 큰돈 벌 욕심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기농을 고집하며 키운 작물은 제값 받기 힘들었다. 모양도 좋지 않고 수확량도 적어 일반 공판장에서는 관행 농업 수확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기 일쑤였다.

20140710-lwj-의령 참솔농원 이강율 정윤돌 대표 부부-IMG_5444.JPG
▲ /이원정 기자

약을 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풀을 뜯어야 하니 노동력은 훨씬 많이 드는 작업. 아무리 고생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생활이었다. 그때 눈을 돌린 것이 바로 블로그였다.

“어느 날 당시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에 있던 정정석 계장이 12년 동안 만날 풀만 뜯고 있는 모습이 답답하다며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홍보하면 1년에 농사를 두 번 짓는 효과라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2년 동안 열심히 교육받았습니다. 블로그를 한 지는 3년째네요.”

e비즈니스 교육, 전자상거래, 강소농 교육 등 많은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농업기술원과 의령군 농업기술센터 등 주위 사람들의 실질적인 도움도 잇따랐다.

“도 농업기술원 박길석 연구사는 겨우 걸음마 수준이었던 제가 블로그에 보다 잘 적응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1대 1 맨투맨 교육을 해주셨어요. 박 연구사의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때 진주까지 가서 노하우들을 배웠습니다. 의령군 농업기술센터 박철호 연구사도 블로그 운영 등 여러 가지 조언을 하며 도와주고 있어요. 농업기술센터 교육을 통해 만난 농업 컨설팅 회사 송영호 이사는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전수해주셨죠.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어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정 대표는 블로그 등을 통해 대놓고 제품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정 대표가 SNS를 통해 하려는 것은 ‘홍보’가 아니라 ‘소통’.

어제는 농장에 비가 왔다, 오늘은 풀을 뽑았다, 비가 오고 나니 풀이 엄청나게 자랐다, 오늘은 장아찌를 담아봤다, 부추전 맛있게 만드는 방법 등 농장의 소소한 일상을 온라인을 통해 ‘소통’한다.

그런데 참솔농원에서는 매실도 팔았다가 도라지도 팔았다가 하니 고객들에게 쉽게 인식되는 주력 아이템이 없었다.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농사짓는지 의심하는 고객도 많았습니다. 그것을 검증하는 기간이 오래 걸렸죠.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블로그를 통해 신뢰를 쌓고 있습니다.”

정 대표의 블로그를 통한 소통 마케팅은 어느새 신뢰를 쌓아 요즘 블로그 하루 방문자 수는 1000명가량. 많을 때는 하루 4500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정 대표의 신뢰와 제품에 대한 자신은 입소문과 재구매로 이어져 현재 고정 고객은 2000명 수준이다. 올해 매출은 2억 5000만 원, 앞으로 5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IMF 외환위기에 지쳐 농촌으로

이강율·정윤돌 대표 부부가 처음부터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창원에서 고깃집을 크게 운영하고, 남편 이 대표는 제조업을 했다. 이들 부부가 귀촌하게 된 것은 IMP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버티다가 큰언니와 의논해서 친정 고향인 의령으로 와서 살자 했습니다. 귀농·귀촌이라는 단어도 생소하던 때였습니다. 요즘처럼 귀농인을 위한 교육 같은 것도 없었죠. 아무 계획 없이 대충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왔습니다.”

준비 없는 귀농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가져왔다. 참솔농원이 자리잡은 곳은 원래 밤나무 산이었다. 수령 70~80년 된 밤나무를 베어내고 개간하는 일을 1년 넘게 했다.

그러다 제일 큰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바로 생활고였다. 생활비는 바닥났고 아이들 학용품 구입할 돈도 없었다.

결국 남편 이강율 대표는 수원으로 돈 벌러 가고, 친정어머니와 정 대표 자매만 남아 농장을 만들어 나갔다. 이 대표가 수원 생활을 접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은 3년 정도 지나서였다.

현재 이 대표는 밭 관리 등 농산물 생산에 집중하고, 정 대표는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언니와 어머니, 아들 윤녕(25) 씨도 일손을 보태고 있다.

유기농으로 20여 가지 작물 재배

기초를 다지는 데 1년. 무엇을 재배할지 결정해야 했다. 그때 친정아버지가 심은 매실 나무가 잘 자라던 것이 기억났다.

“매실은 약리적인 효능도 있고 작기가 짧아 초보 농업인이 비교적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이라 선택했습니다. 참옻도 심었는데 5년 정도는 잘 자라다가 6년차부터 시름시름 잘 안 크더군요. 그래서 울릉도 고로쇠라고 하는 인삼고로쇠로 변경했습니다. 현재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약도라지입니다.”

어릴 때 농촌에서 자랐을 뿐, 전문 지식은 없었던 자매는 하나하나 몸으로 익히며 실패를 통해 배워 나갔다. 시행착오는 지금도 겪고 있다. 매실 품종이 많다는 것도 재배를 하면서 알게 됐다.

정 대표는 안전한 먹거리, 건강한 먹거리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로 정했다. 먹을 것은 넘쳐나지만 믿을 만한 농산물을 구하기 힘든 요즘 웰빙 농산물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노력으로 농산물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시설재배처럼 금방 돈이 될 수 있는 일은 안 하고 과실수나 오래 키워야 하는 약도라지를 재배했습니다. 돈을 크게 벌 욕심으로 귀농한 것은 아닙니다. 자연과 더불어 풍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죠. 하지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촌에 오면 먹고사는 일은 해결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좁은 골짜기에 잡은 터전. 험악한 지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유기농 재배를 하기에 정말 적합한 환경이었다. 비탈진 경사는 물 빠짐이 좋아 나무와 작물들의 성장에 도움이 됐고, 구불구불하고 외진 용소골은 외부로부터의 병균이나 병충 유입이 어려웠다. 이 동네에는 1급수에 사는 민물 가재도 살고 여름이면 반딧불이도 반짝였다. 하늘소·장수풍뎅이 등도 많았다.

정 대표는 자연의 천적 관계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산에 약재를 뿌리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둔다.

현재 참솔농원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은 도라지·매실·대봉감·고사리·취나물·엄나무순·가죽나무순·두릅 등 8가지. 이외 인증받지는 않았지만 머위잎·뽕잎·포도·자두·대추·수세미·산수유·고로쇠 등이 9만 3000㎡(2만 8000평)가량의 농장에서 모두 자연 상태로 자란다.

동네 어르신 속으로

용소골은 친정이 있는 곳이고 집성촌이라 동네 적응도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도시 생활하던 이들에게 시골 어르신들은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배타적인 동네 어르신들은 젊은 자매가 왜 농촌까지 들어와서 저 난리를 부리나 하시더군요. 어른들과 고기 파티도 하고 간식을 나눠 먹고 해도 융합이 안 되더군요. 그럴 수 있겠구나 이해하고 뒷말을 들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개의치 않고 우리가 할 도리만 다했습니다.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어르신들을 대하니까 젊은이들이 참 꿋꿋하게 잘 해내는구나 하고 인정을 해주세요.”

참솔농원은 ‘사회적기업’은 아니지만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시골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이다. 올해만 해도 벌써 일용 근로로 200명 이상 채용한 셈이다.

유기농 재배를 하다 보니 도라지 밭 매기, 과실수 밑 제초작업 등에 일일이 사람 손이 가야 한다. 정 대표 자매와 이 대표, 친정어머니 등 온 가족이 나서지만 이들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잡초는 베어내서 고랑에 두면 그 자리에서 다시 뿌리를 내려 자랄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한 뼘만큼 자란 잡초도 비가 내리고 난 후에 보면 훌쩍 자라 우후죽순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그런 잡초들과 씨름하는 것은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든다.

“문제는 농촌의 고령화로 70세 어르신도 젊은 새댁 축에 든다는 겁니다. 앞으로 5~6년 정도 지나면 노동력 구하기가 몹시 어려울 겁니다. 재배 방법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정 대표는 이처럼 어마어마한 노동력과 인건비가 드는 힘든 유기농 재배를 도시 소비자가 잘 알아주지 않고 단순히 ‘비싸다’고만 말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요즘은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다행이다. 여전히 제값을 온전히 다 받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 대표는 최고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가공·체험 등 6차 산업으로 확대

참솔농원은 1차 수확물 생산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여기에 도라지 액상과 분말을 가공해 판매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그때그때 제철 농산물을 수확해 보내지만, 주력 제품은 이 도라지 액상과 분말이라 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앞으로 2차 가공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3차 관광 서비스 산업인 체험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즉 6차 산업을 계획하고 있다.

매실 효소·약용 식물 장아찌 등 전통 발효식품도 연구 중이다. 몇 차례 방문객 등에게 시식하도록 해본 결과 ‘팔아라’며 반응이 좋은데, 아직은 1차 농산물 생산에 집중하다 보니 여력이 없다.

정 대표는 “나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이 같이 잘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 등 이웃의 총 5농가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 ‘농부야 놀자’도 이러한 의도를 담고 있다.

‘농부야 놀자’는 개인 농가보다는 단체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모여 활동하다 올 초 설립했다. 개인이 수확할 수 있는 품목이나 홍보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블로그를 통해 서로 작물 소식을 전하고, 고객들은 계절별로 선택폭도 넓힐 수 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도시 소비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5농가의 결속된 모습을 보여줬다.

“팜파티에 전국에서 70~80명가량의 소비자가 오고, 농업인 등 모두 120~130명이 모였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니 고객이 한 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입니다. 팜파티 홍보를 많이 안 했는데 전국에서 소비자들이 왔어요.”

6차 산업을 성공하려면 체험·교육 프로그램에 도시 고객들이 많이 오도록 해야 한다. 이미 인근 학교나 유치원 등에서 체험학습 하러 많이 온다. 전통매듭과 양초 공예 등 공예에 관심이 많은 정 대표는 이들 체험객에게 농촌 체험뿐 아니라 공예 체험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스타팜 농가로 지정된 참솔농원에 벤치마킹하러 오는 다른 지역 농민이나 단체도 많다. 정말 유기농으로 모든 농사를 짓는 게 맞는지 확인하러 오는 고객들도 있다.

정 대표는 이들 방문객을 대상으로 체험 학습 등을 통해 고객과의 커뮤니티를 보다 늘려가고 싶다고 밝혔다.

“농장에서 산약초나 들꽃으로 차를 만들고 발효식품도 만들어 온라인에서의 소통을 오프라인까지 확대하고 싶습니다. 요즘 도시 아이들은 곤충을 보기 힘든데 이곳은 생태계가 온전히 살아있어 체험학습 하기도 좋아요. 머무는 관광, 이것을 목표입니다.”

아내 ‘윤돌 언니’ 정 대표의 인터뷰를 묵묵히 보고 있던 이 대표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아쉬운 건 방문객, 체험객들을 위한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이 없다는 겁니다. 환경이 많이 열악해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편의 시설을 갖추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지금은 엄두 못 내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합니다. 6차 산업에서 농촌의 미래를 찾고 있습니다.”


<추천이유>

◇문병순의령군농업기술센터 농업인교육담당
= 이강율·정윤돌 참솔농원 대표 부부는 9만 3000㎡ 규모에 20여종의 각종 과수와 도라지, 매실 등 약초재배로 다양한 가공품을 생산하고 농장체험과 팜스테이 등으로 지역에서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진정한 일꾼입니다. 부부가 역할을 분담하면서 이강율 대표는 재배와 생산 등 노동에 집중하고, 정윤돌 대표는 가공과 경영, 장아찌류, 체험농장 운영으로 주경야독을 하는 부부농사꾼으로써 많은 재배품목 중에서 도라지, 매실가공, 대봉감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앞으로 가공 산업의 새로운 시장진출과 온라인 판매망도 구축하여 농업의 6차 산업화에 크게 기여하는 강소농가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