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에 너무 예쁘지만, 먹는 순간 참 행복하기를

플라워케이크를 아시나요? 처음에는 식용 꽃으로 장식한 케이크를 파는 곳인 줄 알았다. 아니다 꽃송이를 크림으로 직접 빚는다. 카네이션, 장미, 국화 등 만들 수 있는 꽃만 20여 가지가 넘는다. 밀가루를 발효시켜 빵을 만들고, 크림도 직접 제조한다. 김지현(26) 케이크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플라워케이크 전문점 ‘릴라케이크’를 찾았다. 

창의적인 일을 찾아, 제빵사가 되다

릴라케이크는 1인 시스템이다. 케이크 디자이너 김지현 씨는 예약 주문된 케이크만 한정해 만들어 판매한다. 창원에서 나고 자란 그는 부산에서 대학을 나왔다. 부경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지만 케이크 만드는 법을 학교에서 배운 건 아니다. 대개 식품공학과를 졸업하면 음식 제조회사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졸업하기 전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고자 2년을 휴학했다. 1년은 일반 회사 사무보조로 나머지 1년은 대형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일했다.

“서류 정리하고, 엑셀로 문서 만들고 하는데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일반 사무직으로 일하기는 힘들겠구나 스스로 느꼈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사무보조로 일하면서 틈틈이 제과제빵 학원을 다녔어요. 훨씬 재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릴라케이크 _디자이너 김지현(1).JPG
▲ 김지현 릴라케이크 디자이너./박정연 기자

김지현 씨는 틀에 박힌 일에 적성에 맞지 않았다. 1년을 일한 유명 브랜드 빵집도 마찬가지 였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드는 빵. 밀가루도 직접 발효시키지도 않고, 냉동 된 빵을 해동해 매뉴얼대로 토핑하는 일만 반복하는 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제과제빵 자격증으로 대형 빵집에 취직했어요. 3개월 교육 뒤에 빵을 만들게 했는데, 점포마다 똑같은 빵을 만들잖아요. 본사에서 냉동된 빵을 보내줘요. ‘생지’라고 하는데 페스츄리 생지, 크로와상 생지가 따로 있어요. 생지 위에 햄이나 치즈 각종 재료를 얹어서 굽는 일을반복하는 거죠.”

대리점 개념인 브랜드 빵집에서는 메뉴 개발이란 없다. 제빵사로 창의적인 모양과 재료로 빵을 만들기보다 규격화된 재료로 균등한 맛을 내는데 심혈을 기울일 뿐이다.

지현 씨에게는 그나마 케이크를 만들 때가 창의성이 발휘되는 시간이었다.

“케이크 위를 장식하는 일은 창의적으로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만들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에 손이 저절로 움직이더군요. 중요한 건 같은 브랜드라도 점포마다 케이크 맛이 다르다는 거예요. 같은 생과일 크림 케이크도 맛이 다른 이유는 과일 때문이죠. 케이크 생지(시트)는 본사에서 내려주지만 과일 선택은 점장이 하거든요.”

같은 이름을 쓰는 유명 프렌차이즈 빵집도 점포마다 케이크 맛이 다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제철 생과일을 주문해 운영하는 곳과 통조림 과일로 제빵사에게 케이크를 만들도록 하는 점장이 있는 곳의 케이크 맛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김지현 씨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남다른 이유는 직접 밀가루를 발효시켜 빵을 구워 케이크 시트를 만들기 때문이란 걸 알 수 있다. 

케이크에 꽃을 피우기까지

지현 씨는 제빵사라는 이름보다 케이크 디자이너라는 이름이 좋다. 보다 전문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밀가루를 고르고 반죽해 발효시켜 케이크 시트까지 만들고, 버터 크림으로 꽃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수제로 하다 보니 제빵사 역할도 하지만, 꽃 장식에서 화룡점정을 이루니 케이크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자신을 드러내기에 걸맞다.

빵을 굽고 크림을 발라 꽃 장식을 올리기까지 케이크 1개를 만드는 데 최소 3시간이 걸린다.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케이크는 평균 2개, 최대 3개를 넘을 수가 없다.

작약 케익(1).JPG
▲ 작약 케익./박정연 기자

“릴라케이크에서는 밀가루를 중력분으로 쓰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박력분으로 케이크 시트를 만드는 것과 다르죠. 시트가 튼튼해야 꽃 장식을 올릴 수 있지요.”

대개 케이크시트로 쓰는 밀가루는 박력분으로 연질소맥(부드러운 밀)을 사용해 입자가 곱고 쫀득쫀득하지만, 굽고 나면 빵이 가벼워 꽃 장식을 올리면 내려앉아 버린다.

입자가 큰 중력분은 대신 경질소맥(단단한 밀)을 써서, 굽고 나면 무게감이 크고 꽃 장식 15송이도 거뜬히 올릴 수 있다. 다만 박력분으로 만든 빵보다 상대적으로 푸석푸석하다.

주문 제작을 할 때 케이크시트를 미리 고를 수 있다. 당근·브라우니·바나나 세 종류로 선택 가능하다. 달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당근 케이크시트에는 당근, 호두, 파인애플, 건포도, 크랜베리, 시나몬이 들어간다.

브라우니는 초콜릿을 더해 아이들이 좋아하며, 바나나 케이크시트는 촉촉한 느낌이 나머지 두 시트보다 많다.

플라워케이크의 주재료인 크림도 생크림이 아닌 ‘버터크림’을 쓰는 게 또 하나의 차별점이다. 

“일반 제과점에서 만드는 케이크는 대부분 생크림을 사용하는데, 생크림으로 꽃을 만들 경우 빨리 녹아버리고 형체를 만들기 어려워요.”

일반적으로 알려진 버터는 노란빛이 많지만 플라워 케이크에 쓰는 크림은 우유버터로 흰색에 가깝다. 일반버터보다 비싸지만 느끼함도 덜하고 다양한 색을 연출하기에도 적합하다. 

마가린이 들어가지 않아 느끼하지 않고, 달지 않은 크림 때문에 자꾸만 손이 가는 게 수제 케이크의 매력이다.

카네이션 케익(1).JPG
▲ 컵 케익./박정연 기자

릴라케이크에는 ‘원데이클래스’가 있어 손님이 직접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기자도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했다.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3단계인데 꽃 만들기, 크림 바르기(아이싱), 케이크시트 만들기로 나뉜다.

“원데이클래스에서는 꽃 만들기와 크림 바르기를 해 볼 수 있어요. 이것만 해도 초보자의 경우 3시간이 걸리요. 밀가루와 재료를 계량하고 발효시켜 빵을 굽는 과정인 ‘케이크시트 만들기’는 2시간 정도가 걸려서 제가 미리 준비해 두지요.”

수강생은 꽃 만들기부터 시작한다. 재료는 버터크림으로 우유버터와 계란 흰자, 설탕물을 넣고 잘 저어주면 된다. 여기에 식용 색소인 ‘윌튼 색소’를 첨가하면 원하는 색의 꽃을 만들 수 있다.

카네이션을 만들고자 빨간색 크림, 흰색 크림, 분홍색 크림을 사용해 열심히 꽃을 짰다. 성격에 따라 집중력에 따라 꽃이 완성되는 속도는 다르지만, 배우면 누구나 자신이 만들어 놓고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왼손에 종이컵 바닥 크기만 한 ‘꽃 받침대’를 들고, 오른손에 크림이 담긴 ‘짤 주머니’를 들고 물결 모양으로 여러 번 이어서 짜면 카네이션 한 송이가 완성된다.

“짤 주머니 앞에 달린 ‘깍지’ 모양에 따라 장미, 튤립, 잎사귀 등을 만들 수 있는데, 제가 만들 수 있는 꽃은 20여 가지이며 계속 개발 중이에요.”

완성된 크림 꽃은 플라스틱 가위로 잘 떠서 도마 위에 올리고, 15개가 완성되면 냉장고에 보관한다. 실온에 오래 두면 녹을 수 있기 때문에 냉장 보관한 상태에서 만들어 놓은 케이크시트에 크림 바르기 작업을 한다.

크림 바르기 작업은 갈색의 케이크시트를 3등분해 크림을 발라 쌓아 올리고 두 번에 걸쳐 크림을 발라 매끈하게 만드는 것이다. 김 씨의 안내에 따라 도자기를 빚듯이 케이크를 빚어낸다.

크림을 바른 빵 위 중심부에 카네이션 세 송이를 먼저 올려놓고 주변부에 빼곡히 쌓아 올리면 케이크가 완성된다. 여기에 ‘사랑합니다’라는 글도 크림으로 짜서 쓰고, 부모님 이름도 새겼다.

케이크에 사랑을 담다 

고릴라를 닮았다는 별명 때문에 ‘고’를 빼고 붙인 릴라케이크에서 예약 주문은 최소 1주일 전에 해야 한다. 김 씨가 케이크를 만드는 날은 손님이 가져가기 하루 전날이다.

“어버이날인 8일에 케이크를 가져갈 세 분의 예약이 차 버렸어요. 그랬더니 손님들이 7일에 가져가겠다고 주문 날짜를 당기시더군요. 그럼 저는 6일에 케이크를 만드는 거죠. 남들보다 하루 앞을 사는 기분이에요.”

릴라케이크 블로그를 통해 주문을 남기는 손님 중에는 남자 손님이 많다. 원데이클래스에 신청해 김지현 디자이너의 지도로 직접 케이크를 만들기를 시도하는 손님은 대체로 여성이다.

릴라케이크 _디자이너 김지현(3).JPG
▲ 김지현 릴라케이크 디자이너./박정연 기자

“결혼기념일이나 청혼을 하려는 남자 손님들이 특별한 선물을 하고자 주문을 많이 하세요. 사랑을 담는 케이크.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죠. 함께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사진을 찍어 저에게 감사 문자를 보내오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손재주가 있든 없든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려는 사람들이 릴라케이크를 찾는다. 

예뻐서 먹기 아까울 정도의 케이크를 선물해 보길 권한다. 직접 만들어 본다면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해진다’는 기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미니케이크 5만 원 △1호 케이크 6만 원 △2호 케이크 8만 원 △3호 케이크 10만 원 △컵케이크 4개 3만 원 △컵케이크 6개 4만 원(원데이클래스 강습비 3만 원 별도).
◇위치 : 김해시 내외로95번길 15(내동).
◇문의 : 네이버 블로그( www.blog.naver.com/tico1223 ).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