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사는 아파트, 안녕하신가요?

우리나라 사람 두 명 중 한 명은 아파트에서 산다. 아닌 게 아니라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경남 전수 집계결과(주택부문)를 보면 경남도민의 거처 주택 유형은 단독주택 47.2% 아파트 46.2%였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는 총 53만 2000가구로 2005년보다 6.1%p 증가했고, 단독주택 거주비율은 2005년보다 4.9%p 감소했다. 인구·주택 총조사는 5년마다 한다. 이런 경향으로 봤을 때 현재 아파트 거주비율과 가구 수가 더 늘었을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해볼 수 있을 같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도 예외가 아니다. 내서 인구 7만 5000여 명 중에 5만 명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다들 이렇게 아파트로, 아파트로 모여들고 있으니 ‘내서 아파트 연합회’가 꾸려진 것도 당연한 일 아닌가 싶다. 지난 6월 10일 오후 함안군 칠원면 용정리 ‘만평1급종합정비’ 사무실에서 내서 아파트 연합회 전영배(54) 회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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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배 내서 아파트 연합회 회장./김구연 기자

-애주가(愛酒家)라고 들었습니다. 사람도 무척 좋아하신다고.

“아, 이런 건 조심해서 말해야 하는 거죠(웃음).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한 병정도 마십니다. 기분 좋으면 더 늘 수도 있고요. 일 마치고 시간 되면 동네 형님이나 동생들과 한 잔씩 합니다. 인생사 뭐 별거 있겠습니까. 좋은 사람들과 술 한잔할 수 있는 즐거움조차 없다면 그게 무슨 인생이겠습니까. 시간 나면 주로 공 차러 나갑니다. 일요일 오전에는 ‘삼계대동FC’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고요. 현재 고문을 맡고 있어요. 평일 야간에는 만 45세 이상 회원으로 구성된 ‘삼계OB축구동호회’ 회원들과 축구를 하는데, 여기서는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소실적 동네 축구선수로 조금 뛰었습니다.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아서 대표선수로는 뛰지는 못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서 이렇게 축구를 하고 나면 낮에 일하면서 쌓인 피로가 싹~ 풀립니다. 이 밖에 당구, 탁구 등 공으로 하는 운동은 다 좋아합니다. 음식은 특별히 가리는 건 없고요. 바다 회를 좋아합니다.”

-내서지역은 30~40대 젊은 층이 많이 살고 있어서 아파트 거주 비율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내서 전체 인구 7만 5000명 중에 5만 5000명에서 많게는 6만 명 정도가 아파트에 거주합니다.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내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엔 내서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습니다. 제가 이사 올 당시만 해도 아파트가 단 한 채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지역보다 젊은 층이 많이 모여 살아서 제법 활기가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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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배 내서 아파트 연합회 회장./김구연 기자

-‘내서 토박이’가 아니신가 보네요.

“고향은 마산회원2동(창원시 마산회원구)입니다. 동네에 ‘곰보 어른’이 몇 분 살고 있어서 곰보 동네라고 불리기도 했죠. 내서에서 산 지는 올해로 40년쨉니다. 아버지께서 마산에서 건축업을 하셨는데, 운때가 안 맞았는지,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내서로 이사를 오게 됐습니다.”

-내서 아파트 연합회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몰라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관리소장님들처럼 별도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내서 아파트 연합회는 아파트 문제와 관련해서 모범사례들을 공유하는 모임입니다. 지난 2005년 4월 창립을 했는데요. 회원은 내서 지역 17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전·현직 회장 등 모두 28명입니다. 몇 년 전에 내서 지역 한 아파트에서 ‘3년차 하자 보수’ 문제가 발생했는데, 공동 대응해서 이기기도 했죠. 아파트 관련 위탁업체가 일을 잘하는지, 못 하는지도 함께 파악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초기에는 관리소장이나 위탁업체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쨌거나 저희 연합회는 결코 필요 없는 일을 벌인 적은 없어요. 약소하지만, 내서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연합회 사무실은 별도로 없습니다. 매달 한 차례 정기회의를 여는데, 회의 장소는 회원 아파트 사무실을 돌아가면서 사용합니다. 사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하더라도 월급이 따로 나오지는 않거든요. 순수 봉사직이죠. 그래서일까요. 능력도 모자란 제가 연합회 창립 이후 10년 넘게 계속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빨리 후임자가 나와야 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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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배 내서 아파트 연합회 회장./김구연 기자

내서지역 아파트 문제 정보 공유하는 모임

-올해 연합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아파트는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공간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크게 작은 사고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입니다. 아파트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강좌를 열고자 합니다. 아직 강사를 섭외하지는 못했습니다만, 가을쯤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아파트 관리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원론적인 이야깁니다만, 입주하신 분들 개개인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동대표가 다 해 주지겠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비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자주 찾아보고, 지켜보고, 참여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파트 연합회장이라고 하셔서 저는 아파트 사무실 같은 곳에서 인터뷰할 것으로 생각했는데요(웃음). 자동차정비소는 언제부터 운영하고 있으신지요.

“1980년대 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줄곧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당시에는 자동차 정비가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제가 이 일을 이렇게 오래하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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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배 내서 아파트 연합회 회장./김구연 기자

-요즘 영업은 어떻습니까.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절대 엄살 아닙니다. 완전 스톱입니다. 그 어렵다던 IMF 시절에도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소비심리가 살아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자동차가 파손되어도 잘 안 고칩니다. 엔진오일도 대개 5000㎞마다 교체해야 하는데, 8000㎞ 정도는 돼야 갈아요.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서민경제가 빨리 좀 살아났으면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아요.”

-푸른내서주민회 회원이라고 들었습니다.

“푸른내서주민회는 내서를 살기 좋게 만들고자 하는 뜻있는 주민들 모임입니다. 1998년 10월 창립했습니다. 회원 가입한 지는 10년 정도 됐습니다. 바로 회원 가입을 한 건 아니고요. 3년 정도 그냥 지켜만 봤죠. 그러다가 주민회가 다른 단체하고는 ‘확실히 색깔이 다르구나, 힘을 보태야겠구나’ 싶었어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같이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하더라고요. 푸른내서주민회 안에 있는 ‘지역연구회’ 평회원이기도 합니다. 행사가 있으면 짐 나르고, 텐트도 치고…. 마당쇠 같은 역할이랄까? 하하.”

-내서에 존경하는 분이 있으신지요?

“우선 우리 연합회에 칠십 넘은 어른들이 몇 분 계시는데, 언제나 제게 힘이 되어주셔서 고맙고요. 나이를 떠나서 푸른내서주민회 역대 회장님들은 내서에 꼭 필요한 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굳이 한 분을 꼽으라면 내서복지패밀리 변종섭(65) 전 위원장을 꼽고 싶습니다.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열정적으로 봉사를 많이 하시는 분이죠. 그분의 봉사정신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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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배 내서 아파트 연합회 회장./김구연 기자

보물 같은 삼풍대 공원 잘 가꾸고 싶다

-내서의 보물을 꼽는다면.

“뭐니뭐니해도 삼계리에 있는 삼풍대 공원이죠.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넉넉하게 쉴 수 있는 쉼터죠. 알뜰장터도 자주 열리고요.”

-앞으로 계획이나 꿈은.

“일단 우리 정비소가 잘 돌아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대학에 가 있는 우리 두 딸만 바라보고 있는데, 애들이 무탈하게 잘 졸업했으면 하고요. 창원지역 담양 전씨 종친회에서도 일을 맡은 게 있는데요. 조만간 일일주점 열어서 ‘종친회 달력’ 제대로 한 번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합회 창립 초기엔 28개 아파트 회장님이 회원으로 있었는데요. 올해 ‘단디’해서 그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자연부락 주민들과 아파트 주민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그런 아름다운 내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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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배 내서 아파트 연합회 회장./김구연 기자

-6월 중으로 소주 한 잔 같이 하시죠.

“좋죠. 이민희 푸른내서주민회 사무국장, 이우완 내서지역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 〈피플파워〉 6월호에 소개 됨)도 같이 보죠. 연락드리겠습니다.”

고백컨대, 나도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아파트에서 ‘먹고, 자고, 씻는 일’ 외에는 솔직히 아파트 일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최소한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일어나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봤다. 내서지역 아파트에 사는 이라면 ‘내서 아파트 연합회’ 이름 정도는 기억해 두는 것도 괜찮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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