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딸이 썰어내는 회, 맛 좀 볼래요?

거제도자연산횟집이 문을 연 지는 5년째. 20~30년 경력을 별스럽지 않게 읊는 상인 중에서는 오히려 짧아서 튀는 경력이다. 그런데 희옥 아지매는 다른 집 못지않은 ‘포스’가 느껴진다. 깔끔한 외모에 단정하게 갖춰 입은 복장 때문일까.

“거제가 고향인데 아버지가 어부였습니더. 횟집 한지는 오래 안 됐지만 회 썬 지는 15년이 넘었지예. 어릴 때부터 회를 먹고 물고기 만지면서 자랐으니….”

희옥 아지매 회 써는 솜씨는 이미 시민들에게 인정받은 기술이다.

어시장에서 이벤트로 개최한 대회에서 희옥 아지매가 내놓은 회가 스티커를 가장 많이 받은 것이다.

/서정인 기자

어설픈 실력으로는 절대 뜰 수 없는 ‘통사시미 회’ 사진이 가게 곳곳에 걸려 있다. 희옥 아지매가 직접 뜬 것이다. ‘통사시미’ 가격은 10만 원에서 20만 원 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모둠회도 있다. 메뉴판을 보면 가격이 다른 집보다 조금 비싸다 느껴질 수 있지만 찬찬히 얘기를 들어보니 비싼 게 아니라 가격 선택 폭이 넓다는 게 정답이었다.

“저렴한 모둠회부터 통사시미까지 골라 드실 수 있습니더. 모둠회가 4만 원이 기본이긴 하지만 양이 적은 두 분이 오시거나 하면 더 낮게 맞춰 드리기도 하고예. 물론 더 비싼 걸 달라고 하면 그만큼 질 좋은 고기를 잡아내지예.”

유독 단골이 많다고 했다. 수족관에서 적절하게 맞춘 수온, 수질로 최상급으로 끌어올린 고기 육질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희옥 아지매는 횟감을 자연산, 양식으로만 구분하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자연산이라도 등급이 있어예. 예를 들면 도다리만 해도 알을 품은 도다리, 안 품은 새 도다리가 있는 데 아무래도 새 도다리가 기운이 좋아 맛이 낫지요. 그런 걸 모르고 자연산이라고해서 다 같이 치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예.”

희옥 아지매는 가게에서 나오는 먹을거리 중에 자기 손이 가지 않는 게 없다고 했다.

“음식 자체에 관심이 많아예. 회뿐만 아니라 우리 촌에서 고추나 상추도 갖고 오고…. 김치나 밑반찬은 5년 동안 한 번도 허튼 것을 쓴 적이 없습니다. 전부 직접 만들고 초장, 쌈장까지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다 만들어예. 우리 집 장이 맛있다고 장을 사가는 분들도 있을 정도니까예.”

/서정인 기자

희옥 아지매는 회 이외 다른 메뉴도 소개했다. 점심때 든든히 먹을 수 있는 회덮밥과 도다리쑥국. 여름에는 입맛 돋우는 물회와 장어구이도 인기가 좋다고 했다.

희옥 아지매는 이야기를 아주 맛깔나게 했는데 이름에는 더 재밌는 사연이 숨어 있었다. ‘문희옥’은 본명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들이 더러 이름을 묻곤 하는데 본명을 가르쳐주기 싫었다고 한다. 그때 마침 가수 문희옥을 닮았다해서 장난스레 ‘문희옥’이라 했더니 그때부터 이름이 ‘문희옥’이 되었다고 한다.

희옥 아지매의 싹싹하고 활달한 표정은 어시장 기운과 딱 맞아 보였다. 마주한 사람이 기분 좋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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