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혁신도시에 들어오기로 돼 있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축소 이전 마각이 탄로난 시기는 작년 가을쯤이다. 필요면적에 크게 미달되는 건축허가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곧바로 그 진의를 의심받기 시작했고 진주시뿐만 아니라 경남도가 전면에 나서 애초 정부 지침의 신뢰성을 지켜줄 것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이전 지침이라 함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전체 임직원 300명 중 40명만 서울에 잔류시키고 260명을 진주로 이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허가받은 건축면적으로 추산해보면 실제 진주혁신도시에 근무하게 될 인원은 줄잡아 80명 정도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소문난 것과 같이 시험관련 부서만 이동하고 6본부 체제인 주력부대는 서울에 남겠다는 의도를 확실히 드러낸 것이다.
권도엽 당시 국토부장관이 그 같은 실태를 확인한 후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후 1년이 되도록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여전히 축소 이전의 저의를 포기하고 있지 않으며 청와대나 관련 정부부처인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는 지역 반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말로만 개선하겠다고 할 뿐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하나의 시험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약속조차 제대로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은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고 이해해도 괜찮은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역할은 산업기술의 향상과 품질경쟁력을 높이는데 두고 있다고 보면 그게 지방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선악이 좌우될 이유가 없다. 장비 이전의 어려움을 핑계로 지방이전을 흉내만 내는 정도에 그침으로써 현 서울 중심의 정책적 전략에 편승하려 함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지압에 산재한 혁신도시가 그 뿌리부터 흔들리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 하나 둘 그 대열에 줄서다 보면 혁신도시는 껍데기만 남고 슬럼화의 길을 걸을 수도 있는 일이다. 정부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이전 계획을 원안대로 이행시켜 그 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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