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구성원 동의없이 결정…일부 직원 반발 속 외부압력 논란
프로축구 경남도민프로축구단(경남FC) 이사회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사무국 임직원과 코칭스태프 전원의 일괄 사직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남FC 이사회는 25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STX 광고후원계약금 삭감에 따른 조치로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전원이 일괄사표 제출안을 통과시켰다.
STX가 최근 경기침체로 그룹 전체가 긴축재정에 돌입했다며 올해 지급 예정이었던 후원금 40억 원 중 20억 원의 삭감을 요구하자, 이사회는 자구책의 하나로 구단 구성원 전체가 일괄사표를 제출하는 모양새를 취하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문제는 이 사표 결의안이 당일 오전 이사회 직전 안건에 포함됐고, 직원들의 동의도 전혀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 이사회 몇 시간 전 경남FC 서장욱 단장이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괄사퇴 등의 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구단 내부에서도 소통이 막힌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경남FC 한 직원은 "의기투합하자고 해 놓고 몇 시간도 안 돼 일괄사표를 제출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데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도 "코칭스태프와 사무국 전 직원이 모여 구단의 어려운 사정을 공유하고 연봉의 일부를 자진 반납하자 등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이해를 한다"면서 "그동안 구단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는데 인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참 서글프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남도와 구단, 이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STX 후원금을 되살리려는 방편으로 일괄사표가 논의됐다"며 "구단 측이 직원들을 상대로 미처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괄사표 제출을 두고 STX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간 축구행정 전문가로서 구단을 책임진 전형두(전 대표이사)라는 선장을 잃은 경남FC가 앞으로 경남도와 일부 이사진의 입김에 휘둘려 표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실제 이날 이사회에서는 경남FC 홍보팀장이 오는 30일 인천과 홈 경기를 통합 창원시 출범 2주년에 맞춰 무료입장 경기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경남도 담당국장이 "이런 문제를 내가 몰라서야 되겠느냐"며 호통치는 볼썽사나운 일도 벌어졌다.
25일 이사회에서 새로 선임된 권영민 임시 대표이사는 이와 관련해 "위기를 계기 삼아 구단 구성원 전체가 심기일전해보자는 좋은 취지로 일괄사퇴 이야기가 나왔다"며 "그동안 구단을 위해 열심히 일한 직원이 부당한 처우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이사회 의결 후 최진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은 사표 제출에 동의했지만, 구단 사무국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려 최종적인 사표 제출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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