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 충실 김 지사, 피하기 힘든 부메랑…약속 불이행 이유 밝혀야
김두관 지사가 결국 대선 도전장을 내밀었다. 태도결정 시기를 놓고 작전계획을 짜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대세였긴 하지만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기대도 없지 않았던 터라 출마와 관련해 서로 대립하는 지지계층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을 것이다.
최근 10여 일 동안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11명이 그의 지사직 사퇴와 대선출마, 엄격히 말하면 당내 후보 경선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 데 이어 영남출신 전직 국회의원과 장·차관급 인사, 그리고 영남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기자회견 내지 선언문 낭독 형식을 빌려 대선출마를 호소했다. 국내만이 아니었다. 15개 미주지역 동포들이 김두관 후원회를 결성하고 대열에 합류했다.
출마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당사자 자신의 자의적 욕구에 의해 사전편집됐을 것이라는 징후는 물론 없다. 그러나 다른 대선후보들과 달리 유독 그에게 집중된 출마권유에 감동을 받았을 개연성은 매우 높다. 만일 그가 단안을 내리지 못한 채 필연적 명분을 찾고 있었다면 그게 훌륭한 촉매제가 됐을지도 모른다.
한데, 그의 정치적 기반인 경남의 풍향은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기보다 북풍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총선이 끝난 직후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르기가 무섭게 시민단체로부터 받은 반대여론이 아직 시퍼렇게 살아숨쉬고 있기에 그렇다. 중국출장길에서 날아 들어온 출마확인 소식은 그 바람의 세기를 한층 높여버린 인상이 짙다. 18개 단체로 구성된 경남시민단체연대회의는 곧 다시 반대입장을 재확인하겠다고 밝혀 도지사 선거 때의 우호세력이 변치 않는 지지기반으로 남을 수 있는 입지를 더욱 좁혀버릴 기세다.
특정인의 대권 야망을 과연 누가 억제할 수 있겠는가. 이치가 그러므로 지역 시민사회는 대선출마와 당내 경선에 나가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지사직 중도사퇴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할 뿐이다. 그것은 원칙론에 충실한 김 지사에겐 피하기 어려운 부메랑이다.
공식적인 통계에는 과문하지만 김두관 지사는 최소한 두 개 분야의 대도민 약속을 지키지 않았거나 지킬 수 없게 되는 지경에 놓일 것이 확실해졌다. 집권 여당 누구처럼 지사직을 갖고 경선에 참여하는, 이른바 양다리걸치기를 거부하는 양심행동인데도 임기 중간에 스스로 도민들의 2년 전 선택을 헛되게 만든 것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당적 취득이다. 경남 유권자는 그의 정치적 성향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무소속 김두관에게 표를 줬다. 가령 그가 특정 정당 옷을 입고 지사선거에 나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것은 별로 의미 있는 자문은 아니다. 중요한 주제는 김 지사의 변신이다. 그때부터 대권 도전 그림을 구체화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올초 통합과 혁신이란 정당지향적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며 민주통합당에 입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민과의 약속을 훼손하는 좋지못한 선례를 남겼다.
30대의 나이로 전국 최연소 남해군수로 재직할 당시 그는 자치단체중 제일 먼저 군수실을 개방형으로 탈바꿈시켜 유명해 진 진보적 정치인이다. 무소속 도지사라는 경남선거사상 전무한 기록을 세운 후 지사직에 오른 다음에는 특별히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정치적 신념들이 모여 대선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저력을 키웠다면 진보적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와 젊은이들, 서민 중심 사회저변층은 그를 도지사로 만든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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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사이에 맺어진 신뢰성을 최고의 정치적 자산으로 여기는 것을 마다치 않는다면 대통령 신화 만들기에 앞서 대도민 약속을 어떻게 깰 것인지 그 방법론을 먼저 공개하는 편이 그나마 약속 불이행에 따른 공적피해를 완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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