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석공이 돌 깨는 기술을 배우랬더니 눈 깜박이는 법부터 배운다고. 통합 창원시의회와 의원들이 그것을 시연하는 중이다. 돌을 깰 때 눈을 깜박이는 것은 기술이라기보다는 본태적 반응과 다르지 않다. 자연스럽게 눈을 깜박이는 요령을 터득한 후 비로소 돌깨는 기술을 연마하게 된다는 방정식은 이치에 별로 어긋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말을 비아냥의 상징으로 차용하는데 약간의 거북함이 생길 수도 있고 따라서 작금의 의회 파행을 대수롭지 않게 봐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전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석공의 임무는 돌을 쓰임새에 맞게 조각내 다듬는 일이다. 그 일을 잘하지도 못하면서 눈만 깜박이는데 열중한다면 그는 명공이 되기 틀렸다는 진단을 받게 될 것이다. 창원시의회가 지역별 파당을 지어 의원 이기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새해예산심의와 당장 급한 조례 제정 등의 회기를 놓쳐 버린 것은 눈 깜박이는 데만 정신이 팔린 탓이다. 돌 빚는 작업을 하나도 하지 못했는데도 그들은 수당을 받아 부끄럽지 않을까?
원인이 된 시청사 소재지 문제를 전적으로 의회와 의원들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면이 없지 않다. 통합준비위원회와 통합의회 출범 이전에 결정하지 않은 것이 첫째 화근이며, 통합창원시와 의회가 이를 조기에 추진하지 않고 여러 정치적 고려를 이유로 차일피일 시간을 끌어 온 것이 두 번째 화근을 제공한 셈이 됐다. 쇠뿔은 단김에 뽑아야 한다는 현실감각이 결여되는 바람에 이해집단 간 지역주의가 만연함으로써 마침내 통합의회가 지역파벌의 대리전을 자임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청사 소재지에 대한 이해다툼으로 지역 3파전 양상인듯 싶더니 이젠 의원들이 지역정서에 사로잡히면서 기싸움 대상으로 변질한 추세다. 엊그저께 만신창이가 된 본회의는 심각성을 증언하고도 남는다. 그러므로 청사소재지 문제가 핵심인 의회 추태는 전적으로 의원들의 몫으로 비판받아 그릇됨이 없다.
의회와 의원들이 멈출 줄 모르고 비이성적인 지역이기의 포로가 돼 평행선을 달리게 되면 그들의 일부가 하나의 구두선으로 올려놓지 않더라도 통합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행정재분할의 목소리가 사회 저변에서부터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일어나는 혼돈과 갈등 그리고 민심이반은 순전히 의회의 책임이 될 것이다. 두렵지 않은가. 창원시 의원들. 정신 차려야 한다.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