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야화]지방선거 패배 위기감…지역구 다지기
"다음 행정안전부 장관 1순위", "3선 되면 국무총리", "키워주자"라는 말들이 쏟아졌다.
지난 4일 창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권경석(창원 갑) 국회의원의 <권경석의 열정과 집념, 대장정 1583> 출판기념회에서 나온 축사의 일부다.
이 책은 권 의원이 지난 2004년 7월 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39사단 이전을 제기하고 2008년 11월 6일 39사단과 창원시가 최종 합의각서를 체결한 1583일간 기록을 묶은 일지다.
그렇다면, 권 의원이 2012년 국회의원 선거를 한참 앞두고 벌써 출판기념회를 한 건, 왜일까?
창원지역, 통합 갈등·논란으로 총선 난관 예상한 듯
출판기념회 전날 박완수 창원시장과 하성식 함안군수가 창원시청에서 39사단 이전에 대해 상호협력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의향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권 의원도 함께했다.
창원전문대 문성체육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굉장했다. 다른 참석자를 꼽을 필요도 없이 국회의원만 21명이나 참석했다. 식전 공연에 이어 오후 4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행사는 대부분 축사로 채워졌다.
꼭 선거를 앞둔 출판기념회 같은 분위기였다. 출판기념회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예비주자가 선거 임박해서 얼굴 알리기와 세 결집을 위해 활용하는 전략이다.
특히 자신의 인맥 과시를 위한 '힘 있는' 정치인들을 많이 초청해 연단에 세우는 건 기본이다.
현역 정치인들은 더 그렇다. 서로 상부상조하는 '품앗이'라고 할까.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날 출판기념회 축사 릴레이도 뜨거웠다.
아나운서 출신 유정현 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첫 축사에 나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한나라당 큰 보배, 큰일 할 분"이라며 "다음 행정안전부 장관 1순위"라며 박수를 이끌었다.
갈수록 발언 농도는 진해졌다. 정의화 국회 부의장은 "3선 아무 문제 없다. 3선 되면 바로 국무총리도 하등 문제가 없다"며 더 나아갔다.
'형님 정치'의 장본인 이상득 의원도 한 마디 보탰다. 이 의원은 "3~4선만 돼도 이 지방정부, 국가를 위해서 확실히 큰일을 해낼 것"이라며 "부탁이 있다. 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이 도와줘야 3선, 4선 된다. 흠이 있더라도 덮어 주시고"라고 했다.
안경률 행정안전위원장은 "이번에 만약 총리 청문회에서 권경석 의원이 됐다면 통과가 무난했을 것이다. 정말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성조 기획재정위원장, 국민통합포럼 이병석 대표 발언이 이어졌다.
언론사 대표가 축사를 마무리했다. 경남신문 김순규 회장은 "토요일 지역구 구석구석 뛰며 문제를 해결해내는 집념과 정열을 가진 권 의원을 존경한다"며 "우리 지역에서 키워주지 않으면 누가 키워주겠나"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만 21명 참석 "3, 4선 문제 없다" 치켜세워
이들 축사를 보면 '권비어천가'라 해도 손색이 없다. 정가에서는 이날 출판기념회를 두고 '그 정도로 급하나?'라는 말들도 나온다.
창원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에 창원·마산·진해시 통합과정에서 생긴 갈등과 논란에서 비켜갈 수 있는 이는 없다.
특히 지난 6·2 지방선거 결과만 놓고 봐도 2012년 국회의원 선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3개 지역 중에서도 창원지역, 권경석 의원 지역구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창원지역구 시의원 18명 중 한나라당은 10석만 이겼고, 도의원은 6석 중 2석만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갑 지역구는 도의원 3석 중 1석, 시의원 9석 중 4석을 비한나라당에 내줬다.
권경석 의원 측은 올봄에 하려던 것이 연기된 것이라고 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진작 봄에 하려고 했는데 미뤄지고 일정을 잡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책을 보면 알겠지만 꾸준하게 매 시기 실증적 자료를 정리한 것이지 하루아침에 준비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봄에는 행정체제개편 특별법 때문에 복잡한 상황이었고, 5월은 지방선거 직전, 7~8월은 휴가철, 본격적인 정기국회 전에 하려다 보니 일정이 그렇게 잡혔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축사에서도 그랬듯이 정치인들은 잘 알고 있다. 3선, 4선이 되는 것은 유권자의 마음이라는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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