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모습 되살리자는 목적 잊었다" 비판전문가 "폭우가 만든 수로 그대로 살려야"
◇애초 목적대로 복원돼야 = 창원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창원천, 남천 등의 생태하천 사업은 국가 시범으로 기존 하천 복원과는 차이가 있다. 첫째는 국비 지원 사업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생태 서식지를 보존하고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있는 친수 공간을 줄여 생물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대폭 확보하도록 의도한 점이다. 기존에 진행됐던 하천 복원 사업은 오염정화를 위한 하천이나 친수 공간 확보를 위한 자연형 하천이 대부분이었다.
인제대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는 "창원시가 하천에 자전거 도로까지 만들었다. 하천 폭이 넓지 않아서 자전거 도로를 넣으면 미관 상도 좋지 않고, 생태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생태복원을 위한 생태 조사도 제대로 벌이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창원대 토목공학과 류시완 교수는 "생태 복원은 사계절에 걸쳐 식물, 동물, 어류, 풀 등 생태 전반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시설계 기간이 8개월로 짧아서 이 부분이 미흡하다. 생태하천은 공사 완공이 끝이 아니다.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연이 만든 물길을 중심으로 보완해야 = 이어 전문가들은 이번에 하천이 폭우로 자연스럽게 만들어 놓은 물길을 살리면서,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현 교수는 "남천 등은 하천 모양을 좋게 만들려고 나무 틀에다 돌을 채워놓는 '나무 방틀 공법'을 썼다. 또, 저수로에 큰 돌을 두는 '사석 공법'을 적용했다. 나무 방틀 공법은 실질적으로 물이 흘러가는 길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 설계상 문제를 보였다. 사석공법 역시 돌이 지탱하면서 그 사이로 물을 흐르게 해 주는 건데, 오히려 돌이 떠내려가 하천을 다 헤집었다"며 인위적인 시설 설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또, 박 교수는 "자연하천 복원 사업이 현재 지자체마다 인기다. 가시적으로 지자체장의 성과로 평가받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생태하천 복원 사업은 과거처럼 하천을 하나의 공원 형태로 활용하는 게 아니다. 하천에 각종 시설을 도입하다 보니, 실제 하천과는 동떨어지게 되는 공법을 적용해 이번에 문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의 가이드라인'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폭우로 만들어진 수로 모양을 그대로 두고, 흙이 메워진 부분도 지금처럼 두고서 유실된 식재를 다시 심어주는 정도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환경부 측도 대체로 동의했다.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벌이는 환경부 물환경정책국 수생태보전과 담당자는 "생태하천 복원 사업은 100년 빈도에 최대 시우량 30㎜를 기준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창원에 시간당 60㎜의 비가 와서, 재난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폭우 이후에 공법 변경을 하거나, 인공시설물이 불필요한 게 있으면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히려 비로 하천 시설물이 유실되고 보니, 자연 상태의 물길이 보이더라. 그대로 하천 물길을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생태하천 복원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서울 양재천 관계자도 인공시설물을 줄이고, 자연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 95년부터 2002년까지 양재천 3.75㎞ 구간에 210억 원을 들여서 하천복원 공사를 했다.
강남구청 치수방재과 담당자는 "처음 양재천 복원을 할 때는 오염 정화 차원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너구리 등 다양한 생물이 사는 생태서식지로 변화했다. 처음에 만들었던 인공시설물은 될 수 있으면 줄였다. 특히 물 흐름에 방해되는 여러가지 인위적인 시설은 가급적 없앴다"고 말했다.
창원YMCA 전점석 사무총장은 "하천 주변에 있는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가장 좋은 복원 방안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생태하천을 시에 요구하면, 시가 이를 지원해 주는 형태여야 한다. 현재 민관협의회가 구성돼 있지만, 이로써는 부족하다. 부산 온천천, 학장천, 서울 도림천처럼 주민이 하천을 가꾸는 형태가 돼야 지속적으로 생태하천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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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자치행정1부에서 창원시, 창원시의회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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