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음정천 공정 85%서 유실…완공 기약 없어환경단체 "유속·유량 조절시설 제기능 못해"

20일 둘러본 창원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벌이던 하천 3곳은 그야말로 '폐허'였다. 폭우가 내린 지 며칠이 지났지만, 이곳은 부러지고, 쓰러진 인공 시설이 넘쳐났다. 환경단체는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본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날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영대 의장, 임희자 사무국장은 창원시에서 국비 지원을 받아 벌이는 가음정천, 남천, 창원천을 3시간가량 둘러보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인공적으로 만든 하천 시설 때문에 하천의 비 피해가 오히려 컸다고 했다.

이들은 하천 유속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낙차공, 나무계단, 뱀처럼 구불구불한 하천 모형, 인공 '소(沼)'의 구조 등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창원천변에서 진행 중인 생태하천사업 공사 현장 시설물들이 최근 내린 폭우로 크게 파손됐다. /김구연 기자 sajin@
임영대 의장은 "유속 조절을 위해 만든 인공 시설물이 피해를 키웠다. 나무계단, 낙차공 등은 급류가 내려오면 유속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오히려 짧은 거리에 낙차공이 반복되면서 유속방향을 바꿔 물을 교란했기 때문에 물의 압력이 커졌고, 그러면서 주변 인공 시설까지 다 덮쳐서 시설물을 부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위적으로 사행(蛇行) 하천을 만든 것도 피해의 큰 요인으로 꼽았다. 하천이 뱀이 가는 모양이어서 급류가 이를 벗어나 자연적으로 다른 방향을 찾아 흘렀다는 것이다. 또, 낙차공 바로 아래에 생긴 소(沼)도 규모가 작아서 유속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창원천에 대해서는 "너울과 소를 너무 많이 만들어, 물이 불안정하게 움직이면서 하천 유실이 컸다고 했다. 창원천 인근 용추저수지 부근에 KTX 역사 조성 사업을 하는데, 저수지가 공사 때문에 물을 제대로 가두지 못해 계곡물이 하천으로 쏟아진 탓도 크다. 시가 이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임희자 사무국장은 "가음정천, 남천, 창원천 모두 생명서식지로서의 하천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사업이지만, 하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공 시설물 때문에 모든 게 엉망이 됐다. 인위적으로 낙차공과 소를 일괄적으로 배치하다 보니, 자연재해에는 속수무책이었다"고 했다.

이렇듯 인공 시설물 때문에 하천이 역류하고 피해가 컸다는 주장에 대해 창원시는 예측할 수 없는 비여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밝혔다.

창원시 건설교통국 재난안전과 박우서 계장은 "폭우 대비를 한다고 했는데, 시간당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하천 정비 사업이 피해를 보았을 뿐이다. 환경부에 비 피해상황을 보고해 그쪽에서 지시가 있으면 새로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창원시는 가음정천 2.9㎞의 생태하천 복원 사업에 지난 2006년 9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총 75억 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7월 초까지 공정률 85%였지만, 비 때문에 하천이 유실돼 완공은 기약이 없다. 남천 9.7㎞와 창원천 7.8㎞ 구간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지난 2007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각각 350억 원, 306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두 하천에는 각각 선급금을 포함해 75억 원가량이 쓰였다. 이곳은 공사가 24%가량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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