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범(52·자유한국당·산청) 문화복지위원장을 봤을 때 떠오른 낱말은 '빠릿빠릿'이다. 말 그대로 '자신감 넘치고 행동이 날래'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학창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다고 한다. 학교를 대표해 축구, 테니스, 마라톤 선수로 뛰었을 정도였단다.

도의원이 되기 전엔 산청군체육회 사무국장을 10여 년 동안 맡기도 했다. 요즘도 아침마다 '러닝머신' 기준 8km를 뛰고, 틈틈이 등산도 자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산청에서 나고 자랐다. 지리산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산청을 '농사지으면서도 부유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가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고 했다. 지금은 문화복지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1년 뒤인 후반기 때는 농해양수산위원회나 경제환경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초선 의원이 대거 진출(83%)한 도의회에서 몇 안 되는 재선 의원이기도 하다.

 

깨끗한 농어촌 만들기

 

11대 의회는 시작부터 파격이었다. 지난해 치러진 6·13지방선거로 경남 '정치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자유한국당 '정치독점 시대'에 마침표가 찍히고, 더불어민주당의 대약진 속 도의회 58석 가운데 34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도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 도의회는 김지수 의장을 의회 66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의장으로 선출한 데 이어 역시 처음으로 양당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의회 구성의 변화는 활발한 입법 활동으로 이어졌다. '경상남도 금융복지상담 지원에 관한 조례', '경상남도 청년농업인 육성 조례' 등 1년 동안 의원 입법 조례안 발의 건수가 100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0대 의회 46건, 9대 26건을 앞질렀다. 이러한 성과는 예산분석담당 신설(5명)을 비롯해 정책담당 신설(12명), 분야별 박사급 전문가 채용 운영(임기제 9명) 등 제도적 뒷받침에 힘입은 바 컸다. 11대 도의회 개원 1년이 지난 소감을 물었다.

"확실히 10대 때와 비교하면 의원들도 많이 젊어졌고, 활발한 의정활동도 돋보입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좋은 조례들이 도민들 삶에 잘 와닿으면 합니다. 정치를 통해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치가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에서도 조금만 고부가가치 작물, 새로운 농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해 나간다면 중산층 정도의 소득을 올리면서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준비 중인 조례도 농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의회는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남 깨끗한 농어촌 마을 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7월 16일 입법예고했다. 이 조례안에는 57명의 의원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조례안은 깨끗한 농어촌 마을을 만들기 위한 기본방향과 재원조달 방안, 주민 참여 방안, 영농폐기물과 재활용품 배출·보관·수거 관리 등을 담고 있으며, 도지사에게 깨끗한 농어촌 마을 조성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시행토록 하고 있다. 또 △깨끗한 농어촌 마을 조성을 위한 사업에 관한 사항 △깨끗한 농어촌 마을 조성을 위한 실천운동 추진에 관한 사항 △비용 지원 및 시·군에 대한 추진 권고에 관한 사항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 대한 우선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몇 해 전, 선진국 농업현장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농경지 주변과 마을이 정말 깨끗하더군요. 지난 지방선거 때 군민들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내세우기보단 교육과 지원으로 '깨끗한 농어촌'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니까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전통혼례, 국악 등 문화 발전에 노력

 

전통혼례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다른 나라를 보면 자신들 전통의상에 대해 자부를 하고 즐겨 입는데, 우리는 이젠 명절에도 전통 옷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농촌 인구가 줄면서 농촌엔 변변한 예식장도 거의 없습니다. 결혼식을 하려면 도시에 나가야 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하객들도 많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전통문화도 살리고 시골에 계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업을 고민하다가 전통혼례에 착안하게 됐습니다.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제대로 말과 가마가 등장하는 '궁전급 전통혼례'이기 때문에 구경하는 분들에게도 재밌는 볼거리가 되지 싶습니다."

이 밖에도 박 위원장은 지난 6월 25일 열린 제364회 도의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으로 산청군에 '경남도립국악원'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국립국악원은 서울과 일부 남부권에 편중돼 있고 전북과 충남에만 도립국악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우수한 전통음악을 후대에 계승 발전시키고 국악교육, 연주와 보급, 창작활동과 보존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도립국악원 건립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기산 박헌봉(1907∼1977) 선생이 태어난 곳이 산청입니다. 박 선생은 1945년 광복이 되자 국악건설본부(國樂建設本部)를 창설하고 부위원장으로 취임해 국악의 부흥과 계몽에 힘썼던 분입니다. 산청군은 이미 그를 기리고자 기산국악당을 건립했고, 국악영재캠프, 토요상설공연을 개최하는 등 국악 우수성 홍보와 저변 확대를 위해서도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인프라를 갖춘 산청에 경남도립국악원이 들어선다면, 국악발전을 도모할 좋은 기회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박 의원은 자기 승용차가 있지만, '택시 타는 의원'으로도 유명하다.

"산청에 있거나 회기 때 창원에 오면 개인적으로 이동할 땐 택시를 주로 이용합니다. 기사님들이 아무래도 사람을 많이 만나기 때문에 지역 현안이나 정치 사안 관련해서도 많이 알고 있거든요. 여쭤보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택시 타는 걸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곧 책 읽기 좋은 계절인 가을이다. 박 의원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추천했다. 목민관, 즉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히면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존경하는 인물을 묻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한 백범 김구 선생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요즘 '작아도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이 유행입니다. 문화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발전하고, 더 널리 확산할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맡은 자리에서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박우범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 프로필

- (전)산청군체육회 사무국장

- (전)지리산평화제위원회 사무국장

- (전)JCI 산청 청년회의소 이사

- (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산청군협의회 사무국장

- (전)산청한방약초축제위원회 사무국장

- (전)제10대 경상남도의회 의원

- (전)제10대 자유한국당 원내교섭단체 총무

- (현)제11대 한·동남아 해외친선연맹 부회장

- (현)제11대 경상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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