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신뢰도를 검증하기 어려워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건강 정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엉터리 정보는 건강을 지키긴커녕 더 해칠 수도 있어 무엇보다 위험합니다. 삼성창원병원이 '명의'로 꼽는 전문의에게 '질환'과 '건강'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신경외과 어환 교수(피플파워 8월호)에 이어 외과 최성호 교수를 만났습니다.

 

"췌장이 발생하는 종양이 모두 최악의 암이라는 췌장암인 것은 아닙니다. 물혹 중에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아 관찰만 하는 종양도 많으므로, 전문의 소견 없이 지레 좌절하지 마세요."

스티브 잡스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유독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진 췌장암(췌장신경내분비암).

그러나 삼성창원병원 외과 최성호(59) 교수는 "췌장암이 무섭지만, 췌장에 생기는 병변이 모두 무서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췌장 물혹 발견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의 도움말로 췌장 종양에 대해 알아본다. 최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췌담도암센터장 등을 지냈다.

▲ 삼성창원병원 외과 최성호 교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췌장 물혹

이자라고도 불리는 췌장은 소화를 담당한다. 신장과 같이 복벽 뒤에 있는 후복막 장기로, 상복부의 위와 척추 사이에 있다.

췌장 종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양성인 낭성종양으로, 장액성과 점액성 낭성종양, 췌장 관내 유두상 점액종양, 고형 가유두상 종양 등이 있으며, 악성 종양으로는 췌관 선암종과 선방세포 암종, 신경내분비 종양도 있다. 낭성종양 중에서도 악성이 있으며, 양성이던 것이 악성으로 바뀌기도 한다.

일부 물혹, 특히 장액성 낭성종양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점액성 종양도 췌관 내 점액종은 악성질환으로 변환이 5~30% 정도 이루어지므로, 악성으로의 변화가 의심될 때까지는 치료 없이 관찰한다.

"점액성 낭성종양의 경우 과거엔 췌장절제술이 표준치료였으나, 근래 들어 악성변화가 예상한 것만큼 많지 않아 일괄적 수술은 지양하고 정기적 관찰을 통해 악성으로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근래 수술 술기의 발달과 복강경 수술 적용으로 합병증 발생과 환자에게 가해지는 침습 정도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가장 수술이 어려운 장기이고, 치명적 수술합병증 발생률이 높고 췌장 절제수술 자체가 인체에 큰 손실을 초래하므로(내분비 기능 저하로 인한 당뇨, 외분비기능 저하로 인한 소화장애, 영양실조) 꼭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수술이 시행돼야 합니다."

최근에는 점액성 낭종에 대해 추적관찰에 대한 부담감과 악성으로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경우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한 에탄올 주입술이 활발히 시술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표준치료로 인정되진 않지만 증례가 늘면서 합병증 발생이 줄면 대안 치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양성이라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고 악성이라면 수술적 절제가 표준 치료이므로 향후 어떻게 정립될 것인가가 의료계의 관심사입니다."

그에 비해 췌장 관내 유두상 점액종양은 많이 정립됐다. 주로 관찰하면서 어느 타이밍에 수술하느냐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쉽게 얘기하면 안전한 상태, 걱정스러운 형태가 보일 때, 악성의 흔적이 많을 때로 상태를 나누는데, 그중 걱정스러운 형태가 보일 때 수술을 고려합니다. 관찰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췌장 관내 유두상 점액종양은 수술적 예후가 췌장암보다 훨씬 좋습니다."

 

췌장암, 왜 위험한가

최 교수는 10년쯤 후에는 췌장암이 암 사망자 원인에서 2위쯤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췌장암이 암 중에서는 인류의 주적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췌장암 발생률은 남자 8위, 여자는 10위 정도인데, 사망률은 5위로 높다.

"다른 암은 치료법이 생기니까 사망자 수가 줄고 있는데, 췌장암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췌장암은 발견이나 접근이 어려워 진단할 때는 이미 치료 시기가 늦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이야기 하곤한다.

하지만 최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다는 것.

"첫째, 다른 암들은 암세포가 외부로부터 반응에 의해 유전자가 변화해 암이 됩니다. 이후 암이 증식해 커지죠. 어느 정도 커지면 다른 데로 이사 갑니다. 즉, 전이가 일어납니다. 증식이 다 이루어지면 다른 장기로 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췌장암은 암세포가 변성이 되고 증식하려는 순간부터 전이합니다. 발견이 늦어서 치료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초기부터 전이를 해버립니다. 발견 당시 이미 전이된 경우가 많습니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5~7cm라도 전이를 안 한 경우가 있는데, 췌장암은 1cm만 돼도 전이가 돼 있다고 한다.

이처럼 췌장암은 발견이 늦다기보다는 생물학적 특성이 다른 암과는 다르다.

두 번째 차이점은 항암치료에 대한 저항성이다.

"다른 고형성 암의 암 덩어리는 거의 다 암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췌장암 덩어리는 췌장암 세포가 얼마 안 됩니다. 암세포를 보호하는 '갑옷'이 많아요. 대부분 섬유질인데, 이것이 갑옷처럼 있고, 그 사이사이 암세포가 박혀 있습니다. 그 얘기는 항암치료를 할 때 약물이 암세포까지 직접 전달되지 못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암은 인체 유전자가 암성 유전자로 변하는 것이지만, 암으로 변하는 유전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포가 암으로 변하려고 할 때 억제해주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것이 약해졌을 때 암이 많이 나타난다.

세포의 암성 변화 원인은 크게 환경, 바이러스, 유전적 요인을 꼽는다.

환경은 발암물질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인데, 제일 흔한 것이 담배이다.

"췌장암 위험 요인으로 가장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담배입니다. 담배를 피우면 발병률이 3배 더 높습니다. 췌장암 예방법은 딱히 없으나, 위험 인자를 피하며 사는 것은 기본입니다."

▲ 삼성창원병원 외과 최성호 교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발견과 치료

그렇다면 어떤 경우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을까.

"원인 모를 체중감소, 명확하지 않은 복부 통증이 있을 때, 갑작스럽게 당뇨가 생겼거나, 있던 당뇨가 갑자기 악화됐을 때, 여기에 췌장암 가족력까지 있으면 꼭 검사해봐야 합니다."

현재 췌장암에 맞는 건강검진 방법은 없다.

"복부CT 중 췌장을 타깃으로 하는 CT가 췌장 종양을 파악하기에 적합한데, 의심할 때 찍어야 합니다. CT는 방사선 노출이 많기 때문입니다.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고가의 건강검진을 하는 사람 중에는 1년마다 방사선 노출 걱정이 없는 췌장 MRI 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췌장암은 진단 후 1년이면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검진의 효과가 크다고 할 순 없어요. 위암이나 대장암은 1~2년에 한 번씩 검사해도 되지만, 췌장암은 굉장히 진행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혈액검사 중 CA19-9 혈청종양표지자 검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 검사만으로 췌장암을 진단할 수는 없다. 대장암과 위암, 여성질환이 있을 때도 수치가 증가할 수 있으며, 종양이 없어도 수치가 높을 수 있다.

모든 췌장암 환자가 수술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췌장암 환자 100명 중 20명가량만 수술을 합니다. 80%는 수술까지 못 갑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예후가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을 해도 5년 생존율이 25~30% 정도입니다."

수술은 간 등에 원격전이가 없고 국소적으로 주요혈관 침범이 없을 때, 그리고 환자가 수술을 견딜 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췌장암 수술은 큰 수술이기 때문에 나이, 영양상태, 심장질환이나 폐질환과 같은 동반질환을 고려한 전신상태 등 환자 상태를 보고 수술을 결정한다.

최 교수는 외과 의사 입장에서 췌장암 치료 방침의 발전은 2가지 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신약개발. 이로 인해 생존 기간이 많이 늘어났다.

두 번째는 외과 수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위험한 수술도 할 수 있도록 수술 술기가 늘었습니다. 그 배경은 합병증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영상중재술이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혈관이 터지는 큰 합병증 등에 대한 대처가 좋아져 사망률이 떨어졌기 때문에 의사들이 좀 더 위험한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신약 개발과 적극적인 외과수술이라는 두 바퀴 축이 함께 움직입니다."

영상중재술, 즉 인터벤션 영상의학(Interventional Radiology)은 영상장비를 이용해 진단이나 치료를 하는 의학분야를 말한다.

"췌장암 수술은 팀이 꾸려지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먼저, 진단하는 소화기내과에서 초음파 내시경 등으로 치료적인 것까지 일부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수술을 하는 외과. 또 췌장암은 1기라도 반드시 항암치료를 해야 하므로 종양내과와 방사선치료를 수행하는 방사선종양학과도 함께 해야 합니다. 여기에 인터벤션 영상의학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치료에 관한 부분이고, 사진을 잘 봐주는 영상의학, 조직 이해도가 높은 병리의사까지 포함해 팀이 구성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경계하라고 경고했다.

"수술이 안 되는, 절망적인 췌장암이라도 표준치료라는 게 있습니다. 예후가 나쁘다고 주위 말만 듣고 검증되지 않은 다른 비싼 치료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표준치료가 괜히 표준이 아닙니다. 여러 전문가가 검증했고, 다른 것에 비해 성적이 좋기 때문에 표준치료로 정해진 것입니다. 그러니 꼭 표준치료를 받으세요. 그리고 표준치료가 효과 없을 때 기댈 수 있는 것은 종양내과 의사들이 하는 임상시험입니다."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할 때 임상시험을 하게 된다. 비용은 환자가 아닌 제약회사가 부담한다.

"제약회사는 가능성이 있는 곳에 투자합니다. 많은 전문가가 모여서 하는 것이므로, 한두 사람이 사견으로 추천하는 비싼 치료보다 월등히 치료의 질이 좋을 수 있습니다. 의료는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좋은 것, 기대치가 있는 것들은 비싸더라도 이미 나라에서 지원해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현혹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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