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트렌드 '발야구'로 도루왕 따내다

지난해 NC다이노스의 ‘발야구’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 뒤에는 발야구를 장려한 김경문 감독과 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도한 숨은 조력자가 있다. 바로 전준호(45) 작전·주루코치이다.

야구에도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 등을 반영한 ‘트렌드(trend)’가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프로야구에는 일명 ‘발야구’로 불리는 뛰는 야구 트렌드가 형성됐다. 타자가 출루해 상대팀 배터리를 흔드는 것은 물론 안타가 나왔을 때 한 베이스 더 진루하는 ‘발야구’는 경기의 흐름과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김경문(56) NC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부터 유독 ‘발야구’를 선호했다. 당시 두산은 김경문 감독의 지휘 아래 발 빠르고 주루센스 좋은 이종욱, 오재원, 정수빈 등이 두각을 나타내며 ‘두산 육상부’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전준호 NC 다이노스 주루·작전 코치./박일호 기자

김경문 감독은 NC로 옮긴 후에도 발야구를 추구했다. 그 결과 지난해 1군 무대에 첫 진입한 신생팀 NC는 팀 타율(0.244)과 안타(1045) 모두 9위로 최하위였지만 부족했던 공격력을 팀 도루 142개(3위)로 보충해 KIA와 한화를 제치고 정규시즌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팀 도루 성공률은 무려 0.750을 기록해 전체 1위에 올랐다.

NC는 지난해 총 50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도루왕 김종호(30)를 배출했고 그의 동료 이상호(25)는 비록 25도루에 그쳤지만 성공률만큼은 당당히 1위였다.

지난 4월 8일 한화전을 앞두고 훈련을 시작하기 전 마산구장에서 NC다이노스 ‘발야구’ 일등공신인 전준호 코치를 만났다.

내 기록 빨리 깨지면 좋겠어.

전준호 코치는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도 많은데 코치를 할 필요가 있겠냐”며 인사를 건넸다.

전 코치는 마산출신이다.

마산동중-마산고를 거쳐 1991년 프로유니폼을 입었다. 19년간 프로무대에서 활약한 그는 통산 타율 0.291, 577타점, 1171득점을 기록했다. 더불어 통산 550개의 도루와 100개의 3루타를 때려내 한국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산출신 야구선수 중 가장 성공한 커리어를 지녔다.

이 같은 기록에 대해 전 코치는 “하루 빨리 후배들이 내 기록을 깨주길 바랍니다”며 “나 역시도 이순철 선배의 기록을 경신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갔어요. 프로야구가 나날이 발전하고 후배들의 실력도 과거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언젠가는 깨지지 않겠습니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전준호 NC 다이노스 주루·작전 코치./박일호 기자

하지만 전 코치가 보유한 최다도루와 3루타 기록은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현역선수 중 이대형(31)과 김주찬(33·이상 KIA)이 전 코치의 기록에 가장 근접해 있다.

하지만 이대형의 도루(379개)와 김주찬의 3루타(43개) 역시 전 코치의 기록을 경신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 코치는 “개인적으로 기록이 경신된다면 우리 팀(NC)에서 나오는 게 가장 좋겠지만 아직 그에 걸맞는 선수들이 보이지는 않아요”라면서도 “(박)민우가 올해 잘해주고 있는 만큼 기록을 깨주는 선수로 성장하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올 시즌 NC의 다크호스는 박민우

전준호 코치의 보직은 작전·주루 코치다. 팀의 약한 공격력을 기동력으로 보완해 창단 첫 7위에 오르는 데 크게 일조했다.

전 코치는 “도루는 김경문 감독님이 사인을 줘요. 나는 그 사인을 받고 선수들에게 이럴 때는 뛰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는 정도”라며 “팀이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나보다는 선수들 스스로 열심히 해줬기 때문입니다. 내가 관여한 것은 2루에서 3루는 뛰지 말라는 것뿐이었어요”라고 김종호, 이상호, 모창민, 나성범 등 선수들을 칭찬했다.

전준호 NC 다이노스 주루·작전 코치./박일호 기자

특히 지난해 전 코치의 지도 아래 김종호라는 걸출한 리드오프를 NC는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전 코치는 손사래를 치며 자신이 만든 선수가 아니라고 말했다.

“지도자는 이론과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에게 효과적인 방법과 방향 등을 제시할 순 있지만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실전에서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선수들의 능력입니다. 김종호와 이상호 등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려 매우 기쁘게 생각해요.”

여러 선수들을 칭찬하는 가운데 전준호 코치는 올 시즌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로 박민우를 꼽았다.

박민우는 프로 3년차 내야수다. 지난해에는 1군과 2군을 오가며 경험을 축적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올 시즌은 2루수 보직을 놓고 지석훈, 이상호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 코치는 “지난해 (김)종호가 날아다녔는데 올해는 민우가 일을 낼 것 같아요. 팀의 다크호스는 민우”라고 전했다.

15일 현재 박민우는 9경기에 나서 타율 0.367, 4타점, 5득점, 도루 7개, 득점권 타율 0.300을 기록 중이다. 도루성공률도 100%다.

전 코치가 박민우를 꼽은 이유는 ‘눈이 좋기 때문’이다. 전 코치가 말하는 눈은 베이스에서 상대 배터리(투수와 포수)의 흐름을 파악하고 뛰는 주루플레이다.

경기 중인 전준호 NC 다이노스 주루·작전 코치./박일호 기자

“민우는 리드오프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아직 경험은 적지만 타격적인 면에서도 잠재력이 높이 평가되고 발도 빠르죠. 단순히 도루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도 빠르고 반응이 민첩해 베이스러닝이 뛰어나기 때문에 올해 민우는 새로이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 코치는 박민우의 또 다른 장점으로 순간적인 스피드를 언급했다. 현재 박민우는 좋은 눈과 순간적인 스피드를 이용해 도루 1위에 올라 있다.

전 코치는 “도루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데 민우는 공격적으로 뛰려는 의지가 강합니다”라고 말했다.

전 코치의 말대로 지난 9일 열린 한화의 경기에선 박민우의 공격적인 주루가 돋보인 장면이 나왔다. 3회말 한화 선발 앨버스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치고나간 박민우는 이후 2루와 3루를 연거푸 훔쳤다.

전 코치는 “민우가 전체 시즌을 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시즌 중반 분명 고비가 올 것”이라며 “이를 잘 넘기고 시즌을 잘 소화한다면 충분히 40도루도 가능한 선수”라고 말했다.

박민우를 칭찬하는 분위기 속에 나성범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전 코치는 “성범이는 시즌 내 우리 팀의 중심타자인 3번을 맡았어요. 프로야구 풀타임을 뛴 경험도 없는 신인이 개막전부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시즌 초 부상을 당해 10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죠. 정황상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첫 해 12개의 도루는 절대 나쁜 기록이 아닙니다. 또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이고 체격 조건 등도 좋아서 올 해는 분명 최소 20도루 이상은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경기 중에 지시를 내리는 전준호 NC 다이노스 주루·작전 코치./박일호 기자

고향의 야구 문화, 과거와는 달라졌다

전 코치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서울에 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을 자주 만나지 못한다. 서울 원정 경기를 갈 때 이따금씩 가족들을 만난다.

전 코치는 “아이가 아직 학생이라 내려올 수 있는 상황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피스텔 하나 얻어서 거기서 살고 있죠. 사실상 반 기러기 아빠죠”라고 말했다.

전 코치가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역시 마산팬들의 달라진 관중문화다.

전 코치는 “과거에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이었을 만큼 마산에서 경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꼈다”며 “1년에 몇 경기 하지 않으니까 마산 팬들이 더 열정적인 응원을 해주셨는데 오히려 부담감으로 돌아와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걱정도 됐다”고 지난날의 마산을 생각하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그는 “지금 마산구장은 과거와는 다른 문화공간이 됐다. 가족 단위의 팬들도 많고 젊은 팬들도 야구장을 많이 찾아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며 “연패를 당해도 격려의 박수를 잊지 않았고, 타 팀 선수가 행여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다 다시 일어설 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신다. 이제는 마산구장 팬들이 너무 다정다감한 소중한 다이노스의 일원이라고 느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 마산구장은 아직 매진 기록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보다 성적도 잘 나오는 상황이지만 팬들이 많이 찾아주지 않고 있다.

전 코치는 “새해 인사도 팬들에게 전하지 못했는데 이 자리를 통해 먼저 팬 여러분 모두 올 한 해 건강하고 하는 일 모두 잘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며 “신생팀 NC가 지난해 7위의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팬 여러분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올 시즌도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 할테니 NC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팬 여러분들이 야구장에 많이 오셔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팬들의 많은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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