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과자‧빵…마로 만들어 '꼬시구마'
진주시 지수면 햇살담은자연마을 영농조합법인. 이곳 강정회(49) 대표는 평생을 마와 우엉에 바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20년가량 꾸준히 마와 우엉을 재배하던 강 대표는 몇 년 전부터 마 가공법에 눈을 돌려 마를 이용한 분말 제품은 물론 빵과 과자까지 생산하고 있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진주가 마의 시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건 아니지만 다들 그래요. 진주 사람이 다른 지역에 가서 마 재배를 확대시킨 겁니다. 몸에 좋은 마를 먹기 좋도록 다양한 상품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강정회 대표의 첫 마디다. 그가 ‘마의 고장 진주’ 알리기에 여념 없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고소득 작물을 찾아서
“대학 갈 형편이 안 돼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농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소규모로 집에서 이것저것 농사를 지었지만 그것을 답습해서는 힘들다는 생각에 고소득 작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이 동네가 마와 우엉의 고장이었어요.”
강 대표에 따르면 마와 우엉은 남강변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강 옆 물 빠짐이 좋고 모래와 참 흙이 섞인 곳이 재배 적지다.
“특수한 지역에서 자랍니다. 진주에서는 일본강점기부터 마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시세도 좋고 해서 마와 우엉을 심었죠.”
갓 20세가 된 청년은 그렇게 고향에서 농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경험 없고 지식 없던 시절, 많은 실패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강 대표를 괴롭혔던 것은 바로 ‘자연’이었다.
“지금처럼 수리시설이 좋은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강 옆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홍수 때 물이 들어 1년 농사를 망치는 일이 부지기수였죠. 요즘처럼 장비나 기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어서 힘도 많이 들고 품질도 떨어지곤 했습니다.”
마는 조금 특이하게 자란다. 1년생 식물인데, 1년씩 2번을 키운다.
“영여자라고 하는 마 씨앗이 있습니다. 그걸 3월에 심으면 가을쯤 25㎝ 정도의 얇은 마가 자랍니다. 이것을 수확했다가 다음해 봄에 30㎝ 간격으로 다시 심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뿌리가 내리면서 새로운 두꺼운 마가 자라고, 처음 심은 마는 썩어버리죠.”
강 대표는 건강을 위해 무농약 재배로 마를 키우고 있다.
우엉은 씨앗으로 파종한다. 3월쯤 씨앗을 뿌리면 그해 10월부터 수확할 수 있다. 남부지역에서는 이모작으로 9월에 파종하기도 하는데, 겨울철 서리를 맞으면 잎이 시들고 뿌리는 월동해 봄에 새싹을 틔워 6월 수확할 수 있다. 물론 3월 파종 우엉과 9월 파종 우엉을 같은 밭에서 키우지는 않는다.
가공에 눈을 돌리다
강 대표가 가공에 손을 댄 지는 5년쯤 됐다.
“현대인의 식생활 변화에 따른 선택이었죠. 마가 몸에 참 좋지만, 젊은 층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생으로 먹으라고 하면 아이들은 싫어해요. 그래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마를 많이 알리려고 했죠.”
또 하나 이유는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서였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자투리 마를 가공품으로 재탄생시키면 부가가치는 3~4배 이상이 됐다. 겨울철 노동력 활용 측면에서도 가공 공장 운영은 유리했다.
처음 출시한 것은 마 분말과 우엉 분말이었다. 이것을 물이나 우유 등에 타서 먹으면 된다. 가정에서 마를 씻어서 직접 갈아서 먹는 수고를 덜 수 있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는 마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선호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좀 더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나고 싶은 욕심은 다양한 제품으로 거듭났다.
바로 만주 형태의 ‘진주마빵’과 과자인 ‘꼬시구마’.
농사만 짓던 강 대표에 빵에 대한 지식이 있을 리 없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마를 이용해 앙금을 만드는 연구를 먼저 했다.
“마는 전분 질이 많아서 앙금 만드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팥으로 앙금을 만들면 파삭파삭한데 마로 만들면 끈적끈적했죠. 끈적임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느라 과기대 관계자들이 고생했습니다. 앙금 만드는 데만 4~5개월이 걸렸죠.”
그다음에는 빵 기술자를 초빙해 시제품을 구웠다.
“첫 번째 빵이 나왔던 그 순간은 감동이었죠. 허허”
하지만 생소한 빵. 마 앙금에 팥을 섞는 비율, 재료 배합 등 레시피가 없는 빵. 맛이 없었다.
점점 시행착오를 거치며 한 달여가 지난 후 마음에 드는 빵이 완성됐다. 빵을 만드는데 약 반년이 소요된 셈이다.
2009년 개발한 마 앙금 만드는 법은 2010년 특허를 받았다.
과자도 만들었다. 빵은 유통기한이 짧지만 과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또 과자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마의 모양을 본떠 기다란 형태의 과자를 만들어 ‘꼬시구마’라고 이름 붙였다.
고소하다는 뜻을 가진 경상도 말 ‘꼬시다’에 ‘마’를 붙여 만든 이름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보통 타사 마 가공품은 마가 5% 정도 들어가는데, 꼬시구마는 18%가 들어갑니다. 몸에 좋은 마를 많이 넣어 건강에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게 중독성이 있어요. 한번 손에 잡으면 한 봉지 다 먹을 때까지 멈출 수가 없습니다. 시제품을 만들며 한 달 내내 먹었는데도 질리지가 않더라고요.”
우엉 차는 지난해 큰 히트를 했다. 2012년쯤 만들어 판매는 하지 않고 집에서 끓여 먹었다. 그런데 지난해 TV 프로그램에서 우엉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방송이 나간 후 전국적으로 우엉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우엉 값이 대폭 뛰었다. 햇살담은자연마을의 우엉 차도 덩달아 빛을 봤다.
“물을 끓일 때 조금 넣으면 많이 우러납니다.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거죠. 맛은 둥글레나 칡과 비슷한 향이 납니다.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습니다. 올 6월쯤 햇우엉이 나면 가격이 좀 내려가겠죠.”
판로 확보가 관건
진주마빵과 꼬시구마를 만들었지만, 문제는 판로였다.
마가 좋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평소 마를 잘 접하지 않던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시식용 마빵을 만들어 각종 행사장에 가져갔습니다. 개천예술제나 유등축제 등에서 선보였죠. 또 백화점 등에 가서 홍보도 많이 했습니다.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맛도 좋다고 했지만, 막상 안정적인 판로 확보나 매장 입점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판로 확보까지 하려니 힘에 부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강 대표는 사무실 테이블에 전국 고속도로 대형 지도를 비치해 놓고 고속도로 휴게소 공략에 나섰다.
“지금은 휴게소 20곳 정도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상의 진영에서 섬진강까지는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또 대진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도 조금씩 확장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입점도 노력 중이고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진주마빵은 10개 6000원, 20개 1만 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진주사랑마’에서는 생마와 생우엉, 마 분말, 우엉 분말, 우엉 차, 마빵, 꼬시구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마 시배지 진주’ 알려야
요즘 제일 큰 문제는 바로 농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진주와 고령 등지에서 한때 66만㎡(20만 평)까지 마·우엉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마 11만 6000㎡(3만 5000평), 우엉 13만 2000㎡(4만 평)로 24만 8000㎡(7만 5000평)에 불과하다.
땅이 귀하고, 가공까지 일을 벌인 만큼 여력이 없어서 농사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4대 강 사업 때문입니다. 마와 우엉은 아무 지역이나 농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강 옆이어야 하는데 4대 강 사업으로 하천부지가 줄어들어 바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땅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죠. 그래서 요즘은 진주와 고령뿐 아니라 하동까지 가서 농사를 짓습니다.”
강 대표는 지난 2011~2012년 지역특화품목 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가공공장을 세웠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야심 차게 건립한 공장이지만, 막상 큰 공장이 생기자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더 많았다. 공장이 큰 만큼 안정적인 대형 판로가 있어야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휴게소 공략을 지속적으로 하며 올 하반기 진주에 대리점을 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 밀로 만드는 일반 발효빵은 그래서 시작했다. 대리점 판매 제품을 보다 다양화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팥소를 넣은 빵을 만드는데, 앞으로 야채빵이나 소시지 빵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팥빵은 인근 공장 등에서 새참용으로 인기 있다.
또 꼬시구마와 더불어 마 쿠키를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주에 가면 팥빵 하나로 전국적으로 이름 높은 빵집이 있습니다. 우리도 건강한 팥빵으로 그런 유명 빵집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또 마를 잘라 넣고, 우엉을 잘라 넣어 그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몸에도 좋은 기능성 빵도 앞으로는 개발할 생각입니다.”
대형 거래처 확보를 위해 학교 급식도 추진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에 맞도록 시설 개선을 하고 있다.
“진주가 마 시배지라는 것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아는 사람도 많이 없습니다. 진주시장 등 행정에서 나서서 마 시배지 인증 작업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마를 지역 특산품화 해 지역 농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제품 문의 진주사랑마(http://jinsama.co.kr).
<추천이유>
◇한일문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마케팅전문가 = 햇살담은자연마을 강정회 대표는 25년 동안 마 산업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착으로 마와 우엉을 재배하는 지역 최대의 생산 농가입니다. 강 대표는 1차 산업인 마와 우엉 생산에 그치지 않고 2차 산업인 가공과 3차 산업인 유통·마케팅까지 아우르는 6차 산업화를 추진하는 진정한 강소농입니다. ‘우엉차’ ‘진주 마빵’ ‘마와 우엉분말’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진주 사랑 마’라는 쇼핑몰을 개설하여 온라인 판매에 박차를 가하면서 마를 진주지역의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육성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지닌 핵심리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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