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비결, 족발 맛은 이런 거!

어시장 안 돼지골목이다. 여러 점포 중에 장목돼지가 눈에 띈다. 웅성웅성, 벌써 몇 사람이 줄을 서 있다. 주인아주머니는 썰어서 포장하느라 손이 쉬지를 못한다.

“어머님이 35년 전에 여기서 돼지 내장 같은 부속물을 삶아 팔았다데예. 인자 어머님은 못 나오시고 서른다섯 된 딸이랑 같이 하는데 딸은 인자 7년 정도 됐어예. 아무래도 평일보다 주말이 바쁘니까 금토일만 나와예.”

남경숙 아지매는 창원에서 시집 와 아이들 좀 컸다 싶을 때 시어머니가 하는 장사에 거들 요량으로 같이 나섰다.

“그러고로 나도 25년 됐네예. 처음 왔을 때는 당시에 국밥이 300원인가 했어예. 옛날에는 요기 위에도 다락이라 손님을 받았는데 국밥 먹는 사람으로 꽉 차 있데예. 장에 한 번 오면 시골 사람들이 국밥 한 그릇 먹는 기 낙이다 아입니꺼. 그라고 요기 주변에 배 타는 사람들도 오고. 돈 없는 사람들이 든든히 먹을 수 있는 게 국밥이니께네.”

경숙 아지매는 솥두껑을 열더니 큰 국자를 펄펄 끓는 솥에 넣어 여러번 휘젓는다.

/권영란 기자

“생것을 2시간 삶고, 다시 양념해서 2시간을 꼬박 삶아예. 뭘 넣든지 물어보는데, 그냥 몸에 좋은 온갖 걸 다 넣는다고 생각하몬 됩니더. 그래야 냄새도 잡고 고기도 부드러워지니께네.”

큰 족발은 1개 4000원이다. 물론 국내산이다. 돼지머리는 2만원이다. 돼지머리는 고사를 지낼 때 많이 쓰인다. 인근 공장이나 차주,

무속인들이 곧잘 찾는다. 단골들은 미리 주문하는데 대개 새벽에 쓰이는 거라 밤새 돼지를 삶아야 할 경우가 많다.

“집에 가져가서 먹을 거니까 맛있는 걸로 썰어주이소.”

금세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와 주문을 한다. 족발은 이 집 것만 먹는다고 말했다.

/권영란 기자

“이 집 족발은 믿고 먹는다예. 국산이라 맛이 다르제.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먹어보던 그 고기 맛이라. 족발 고유의 맛이라 얘기해도 되것나예.(하하) 한 번 먹어본 손님은 다시 찾아오지예.”

휠체어를 탄 할배와 할매가 며느리와 어린 손자를 앞세워 고기를 사러 왔다. 좌판에 진열해 놓은 족발을 둘러보고는 망설이듯 주문을 한다.

“큰 거 세 개 주이소.”

경숙 아지매는 도마 위에 족발을 놓고 다시 썰기 시작한다.

장목돼지는 3대에 걸쳐 하고 있다. 경숙 아지매는 딸이 조금 거드는 것 정도일 뿐이라고 하지만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손녀로 이어지는 맛이다. 고기 맛은 3대로 이어지듯 이 집 단골들도 3대로 이어지고 있다.

경숙 아지매는 도마 위에 썰어놓은 고기를 포장하다가 할배 휠체어를 꼭 잡고 있는 어린 손자의 입에 고기 하나를 물려주었다.
 

/권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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