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이후보를 검증한다] (3) 진해 김병로

지난 2월 1일 진해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병로(70·무소속·사진) 후보는 1995년부터 10년 넘게 진해시 행정을 이끌어온 3선 민선시장 출신이다.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평가 속에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기존 후보자들은 그야말로 "그분이 오셨다"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긴 시간이었던 만큼, 김 후보가 시장으로서 진해에 남긴 족적은 몇 마디로 요약하기 쉽지 않다. 김 후보 측은 "시청사 이전, 국제적 항만물류 도시 기반과 산업단지 조성,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 사회복지시설과 관광 인프라 확충, 건축물 고도제한 완화 등 책 한 권으로 묶어도 부족할 정도"라며 "특히 재정규모(230.8%), 차량보유 수(103.5%), 주택보급률(15%) 증가 등에서 알 수 있듯 시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 내건 핵심공약 역시 예사롭지 않다. '상실된 자치권 회복', 즉 마산·창원·진해 통합의 원상회복이다. 김병로 후보는 지난 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창원시로 통합되고 나서 진해지역이 입은 피해가 너무 크다"며 "시민에게 강제통합 부당성을 물어 잃어버린 자긍심을 되찾을 것이다. 당선되면 진해 분리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무소속인 김 후보는 시의회의 협조 등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정당 가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자치권 회복을 위해 당적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에도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행정통합의 한 주역이자 진해 현역 의원이고, 또 김 후보와 오랫동안 대립관계를 이어온 김학송(61·새누리당) 의원과 필연적으로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다. '벌써' 사건도 하나 터졌다. 지난 1월 30일 진해의 모 단체 정기총회장에서 김학송 의원이 김병로 후보에게 악수를 청하자, 김 후보가 "진해를 팔아먹은 ×"이라며 손을 뿌리친 것이다.

김 의원은 이에 김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까지 했다. 김 후보는 그러나 "개인감정이 아니라 창원시 통합 이후 홀대받는 진해 주민의 분노를 대변한 것"이라며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다.

김병로 후보가 신한국당 소속으로 민선 1기 시장을 할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 사이는 비교적 원만했다. 하지만, 다음 지방선거(1998년) 때 김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에서 밀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서 '질긴 악연'이 시작됐다. 이후 총선·지방선거 등에서 각자의 경쟁후보를 지지하는 관계가 된 것이다.

문제는 갈등이 '사적인 일'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전, 지역 현안 등 공적 영역까지 표면화되면서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풍경과 소모적인 대립이 지속됐다.

신청사 개청식 등 공식행사에 김학송 의원이 초청·소개조차 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F1 자동차경주장, 신항 명칭 등은 김 후보와 한나라당 쪽(김학송 의원·김태호 당시 경남도지사 등)의 불화 때문에 일이 잘 안 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김태호 도지사는 당선된 지 2년 6개월 만인 2007년 1월 진해를 첫 공식 방문했다. 김병로 시장이 민선 3기 임기를 마친 이후였다.

시장 퇴임 후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 역시 이런 악연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이 많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김정권(김해 갑) 의원은 김 시장 재임 시절인 2002년 진해시 해군 시설운전학부 이전사업 계약과 관련, 당시 민간 투자자로 낙찰된 (주)태영이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시장 측이 주거·상업지역이 될 것을 고려하지 않고 헐값에 매각했다는 문제제기였다. 작고한 후임 이재복(한나라당) 진해시장은 이에 계약을 무효화하는 법적 소송까지 진행했다.

김병로 후보 측은 이에 대해 "계약 당시엔 잘된 사업으로 평가받은 것인데, (한나라당 쪽에서) 의도적으로 비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김학송 의원 등 새누리당 쪽과 관계 문제에 대해선 "사람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지난 일을 자꾸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은 듯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로필>

1943년생. 경남 진해 출생.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1년 경남도의회 의원(민주자유당)

1995년 경남 진해시장(신한국당)

1998년 경남 진해시장(무소속)

2002년 경남 진해시장(무소속)

2004년 열린우리당 입당

2007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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