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

[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 <두 교황>(2019) 베네딕토 16세-프란치스코 만남 새 흐름에 자리 내어준 베네딕토 비틀즈 '블랙 버드' 함께해 절묘 '전주와 피아노협주곡 20번' 등 두 인물 관점 차 메운 명곡 풍성

다름 인정하고 존중하기까지 '성장통'겪는 교황을 위한 응원가

2025. 05. 08 by 심광도 영화평론가

영화 〈두 교황〉(2019)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최다 노미네이트된 영화는 〈콘클라베〉였다.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콘클라베를 둘러싼 음모를 그린 스릴러물이었으며 작품상까지 점쳐졌지만 각색상에 수상하는데 거쳤다. 우연이었을까? 그리고 얼마 후, 지난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88세의 일기로 선종하셨다. 병원에서의 시간이 길어지는 가운데 곧 떠나실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부활절 미사에 등장, 좀 더 우리의 곁을 지켜주시리라 기대케 한 바로 다음 날의 일이었다. 이제 오는 7일이면 콘클라베가 열리며 새로운 교황이 선출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교황이 된다는 것은 순교자가 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진정한 권력은 섬김에 있다고 말이다. 어른이 사라진 세상, 부디 앞선 교황의 자세를 이어 낮은 곳을 돌아보며 새로운 빛이 되어주실 사역자의 등장을 기대한다. 그리고… '프란치스코여, 부디 편히 잠드시길'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영화 〈두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가 가진 3번의 만남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 하여 더욱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음악과 함께하는 여러 의미 있는 장면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기억해야 할 이름이라면 '브라이스 데스너'로, 얼터너티브 록 밴드인 '더 내셔널(The National)'을 결성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이다. 놀라운 것은 클래식 분야에서의 업적도 상당하여, 소품과 실내악, 대규모 관현악과 협주곡까지 아우르며 명곡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대표작은 역시 라베크 자매를 위하여 작곡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일 것이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작업한 영화 음악이라면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며 카모토 류이치와 함께였다. 그리고 영화 '두 교황'에서도 OST를 담당, 여러 장면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수놓았으니, 이 중 가장 인상적인 곡이라면 'Walls'이다. 스스로 기타리스트라는 정체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기타의 독주로 이루어진 선율은 부와 가난을 갈라 놓이는 벽과 그 벽에 새겨진 '벽이 아니라 다리를 지어라'라는 문구를 배경으로 들려오며, 편협과 욕심이 쌓아 올린 이러한 부조리와 불평등의 서글픔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이러한 그의 음악적 재능은 영화를 위한 선곡에서도 빛을 발한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이후 새로운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열리는 장면. 보수적인 독일의 라칭거와 개혁파 마르티니의 경합이 예상되는 가운데 베르골리오의 득표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둘의 표를 합쳐도 라칭거를 넘지 못하였고, 신앙이라는 가치를 지킬 것이란 지지파와 나치와의 관계를 트집 잡는 반대파가 공존하는 가운데 교황의 자리에 오른다. 이러한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 화장실에서 조우한 두 사람. 베르골리오는 너무도 익숙한 선율을 휘파람으로 내었고 라칭거는 무슨 곡이냐며 묻는다. 바로 스웨덴의 위대한 그룹 '아바'의 '댄싱 퀸'이다. 이때 베르골리오가 제목과 함께 가수의 이름까지 알려주지만 라칭거는 알지 못한다. 이러한 장면은 세상과 단절된 그의 삶과 종교관을 대변하는 것으로, 곡은 연주 버전으로 편곡되어 콘클라베의 준비 과정과 함께 흐른다. 시스티나 성당의 문이 닫히는 장면까지.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아니 잊어서는 안 될 장면이 있다. 하늘로부터 촬영된 위태로운 판자촌과 부촌의 명확한 경계와 대비. 그리고 이때 이를 배경으로 비난하듯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의 국민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이며, 곡의 제목은 'Cuando Tenga La Tierra'다. 그녀를 알려면 먼저 '누에바 칸시온'을 알아야 한다. 이는 1970년대와 80년대, 라틴 아메리카의 격동에 영향을 미친, 음악을 통한 사회 참여 운동을 일컫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그녀가 있었고 아르헨티나 군부정권에 맞서다 1981년 청중들과 함께 체포되었으며, 이는 망명 생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불의를 향한 그녀의 맞섬에는 거침이 없었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하니 이러한 장면에 있어 그녀의 목소리만으로도 실로 절묘한 선곡이며 당장 망치를 들고 그 불평등을 향해 돌진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브라이스 데스너의 천재적 선곡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영화 '두 교황'과 관련한 글이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서 소개했던 곡은 '모차르트'의 '전주와 피아노협주곡 20번'이었다. 시스티나 성당에서의 장면 이후, 관광객들 사이를 지나는 장면을 배경으로 흘렀으며 재즈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와 '바비 맥퍼린'이 협업한 '모차르트 세션' 음반에 수록된 버전이었다. 그리고 이후 음악적 명장면이 이어진다. 이제는 시간이 되어 헤어지는 두 사람, 악수를 청하는 교황에게 베르골리오는 포옹으로 다가오고 이가 어색한 교황은 물리쳐 보려 하지만 오히려 춤으로 이어지고 만다. 베네딕토는 퉁명스럽지만, 이런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것이 화해했고 이해했으며, 존중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사람이, 아니 친구가 그리웠고 이제 그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마음 따뜻해지는 장면, 교황의 뒷모습과 함께 또 하나의 명곡이 흐르니 바로 '비틀즈'의 '블랙 버드'다. 

두 명의 교황이라는 인물을 다루고 있으니 종교영화라 여겨지지만, 사실 이 영화는 명백한 성장 영화다. 평생을 지켜 온 신념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며 새로운 흐름에 자리를 내어줄 줄 아는 이와 앞선 이에 대한 존경과 헌사를 아끼지 않는 이의 만남. 알지 않는가? 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말이다. 하여 영화의 말미에 이르러 프란치스코가 아닌 베네딕토가 주인공처럼 여겨지는 것이며, 또한 가사로 보아 이러한 장면에서의 '블랙 버드' 선곡은 실로 절묘하다.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이제 교황은 자리에서 물러날 것임을 공표한다. 그리고 헬기를 타고 군중의 감사했다는 인사를 뒤로한 채 날아오른다. 그동안 자신을 옭던 모든 권위와 지위, 그리고 억제했던 감정과 감춰야 했던 후회를 날려버리는 순간, 교황이었으니 어찌 완벽할 수 있겠냐만 이제 비로소 자유이며 신이 그의 막바지 생에 허락한 따뜻한 선물인 것이다. 

Black bird fly, black bird fly 검은 새야 날아라, 검은 새야 날아라

Into the light of the dark black night 어둡고 검은 밤의 빛 속으로

Take these broken wings and learn to fly 부러진 날개를 지녔지만 이제는 날아보렴

All your life 넌 평생동안

You were only waiting for this moment to arise 날아오를 이 순간만을 기다렸구나

  /심광도 영화평론가

※필자 소개

심광도 음악평론가(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편안한 쉼터, 뮤직파라디소를 지키는 뮤파지기입니다. 문화가 물질을 이기는 세상을 꿈꿉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