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문화도시지원센터 사업 참여자
지역 역사와 주민 희망 담긴 몸짓 펼쳐
진해루 무대...예술인 평화 염원 노래

때로 춤은 언어를 뛰어넘어 동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2일 오전 11시 뙤약볕이 내리는 창원시 진해구 진해루 야외공연장에 춤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창원시문화도시지원센터가 주최하고 봉림문예사발·문향시가 주관하는 ‘춤추는 삼시삼색 창원’ 사업에 참여한 주민 4개 팀이 지난 6개월 동안 팀별로 갈고닦은 창작무를 선보이는 자리로 긴장감과 설렘이 곳곳에 교차했다. 여기에 더해 협력 무대로 지역의 무용·음악가들이 초대되어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전체 8개 공연이 1시간 30분 남짓 펼쳐졌다.

지난 2일 창원 진해루 야외공연장 '춤추는 삼시삼색 창원' 무대에 오른 '진해루 윤슬' 팀이 창착무 <희망의 아리랑>을 펼치고 있다. /박정연 기자

◇꽃바람·춤바람·꿈바람 = 진해루 윤슬, 봉림카이로스, 창원시민 만만세, 춤추는 청춘. 이들은 창원의 동네별 춤추는 주민 모임 이름이다.

첫 번째 무대는 ‘진해루 윤슬’이 <희망의 아리랑>이라는 춤을 선사했다. 각각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을 전공한 이상훈·황정민은 창원 청년 춤단체 아트디엠(ARTDM) 소속으로 이번 사업 강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경화동에서 일어난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비추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해방감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진해루 윤슬 팀에는 성인 장애인들이 참여해 함께 춤으로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뿜어냈다.

두 번째는 평균 나이 72세 주인공 ‘춤추는 청춘’이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흥을 돋우는 창작무 <손님 온다>를 선보였다. 황경숙 단장은 “진해중앙시장 상권 활성화를 기원하며 만든 춤으로 상인들의 손님맞이 기쁨을 역동적인 동선으로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춤추는 청춘' 팀이 창착무 <손님 온다>를 선보이고 있다. /박정연 기자

다음은 ‘봉림카이로스’ 차례로 창원시 의창구 봉림동에 있는 400살 넘은 느티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슈퍼히어로>를 창작했다. 마을을 지키는 나무, 이웃을 살피는 작은 영웅들을 기억하고 시민과 공유한다.

네 번째로 ‘창원시민 만만세’는 태극기를 활용해 만든 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이들은 1919년 추산정 만세의거에서 시작해 창원읍민 만세의거, 웅천·웅동면 연합 만세의거, 삼진의거 등 역사의 기억을 소환해 독립을 외쳤던 함성을 <아, 대한민국>이라는 몸짓으로 전했다.

장순향 한국무용가가 저항정신을 담은 창작 독무 <민들레>를 펼치고 있다. /박정연 기자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에 춤을 = 진해 앞바다가 펼쳐진 진해루에는 이 땅의 현실을 울부짖고 노래와 선율, 몸짓으로 평화를 갈구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지역의 예술인도 함께 무대에 섰다.

한국무용가 장순향은 창작 독무 <민들레>를 온몸으로 쏟아내며 저항 정신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소식들이 평화를 삼키고 있다”며 “역사 현장을 누비며 실천 무대를 펼치고 있는 춤꾼 중 한 사람으로 시국춤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창원 진해루 야외공연장 '춤추는 삼시삼색 창원' 마지막 무대에서 서빛나 전자바이올린 연주자가 '아리랑 환타지'를 선사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수 이경민은 ‘광야에서’와 ‘호랑수월가’를 부르며 평화와 진실을 노래했고, 전자바이올린 연주자 서빛나는 ‘아리랑 환타지’ 등을 선사하며 마지막 무대를 하나로 만들었다.

끝으로 문화기획자이자 ‘춤추는 삼시삼색 창원’ 사업을 기획한 한영신 봉림문예사발 대표는 “여러 가지 ‘바람’이 담긴 춤으로 지역에 ‘춤바람’을 일으키고자 다채로운 무대를 기획하고 있다”며 “마을의 역사를 함께 배우고 춤으로 일상을 깨우는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정연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