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규(55) 창원시여행사협회 회장은 마산에서 태어나 나고 자랐다. 

박 회장은 여행사를 경영하기 전까지 마산 앞바다가 멋진 장소인지 몰랐다. 매일 보던 돝섬, 펼쳐진 갯벌들, 무학산 아래로 오밀조밀 모인 동네는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다. 해외 여행객들이 이런 관광지를 원하는지 몰랐다.

박 회장은 "지중해보다 더 좋은 곳"이라고 마산 앞바다를 표현한다. 이런 풍부한 자원을 가진 마산으로 오는 국내외 방문객이 없다. 코로나19로 하늘길, 바닷길이 막힌 것도 있었지만 여행사가 줄줄이 문을 닫은 탓도 있다. 힘을 잃은 여행사가 활력을 심고 권익을 보호하려 ㈔창원시여행사협회를 지난해 8월 19일 창립했다. 어려운 상황 앞에서 여행에 더 집중했다. 

박 회장은 경남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을까? 지난달 박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마산 앞바다를 눈앞에 두고 경남 여행·관광업 상황과 발전 방향 등을 모색했다.

박종규(55) 창원시여행사협회 회장은 고향인 마산앞바다를 좋아한다. 해외에 나가도 이만큼 멋진 여행지가 없단다.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창원시여행사협회를 창립했다. /주성희 기자
박종규(55) 창원시여행사협회 회장은 고향인 마산앞바다를 좋아한다. 해외에 나가도 이만큼 멋진 여행지가 없단다.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창원시여행사협회를 창립했다. /주성희 기자

코로나19가 휩쓴 여행사 = 지난해 창원 내 여행사 협회를 설립한 박 회장은 계속해서 사라지는 여행사를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다. 

박 회장은 "여행사 자체도 줄어들지만 지역 여행사가 특히 줄었다"고 말했다. 조사표를 들여다보니 박 회장이 겪는 현장은 예상보다 더 나빴다.

관광·레저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22년도 관광·레저분야 산업인력현황보고서>를 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조사한 자료를 엮어 정리했다. 2020년 기준 경남 관광사업체 매출액은 2208억 9800만 원. 여행업 매출액은 121억 3900만 원이다. 2020년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여행사업체당 연매출 194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20년 1분기와 2023년 1분기 기준 여행사업체 수 추이를 봤다. 경남 여행업은 2020년 1분기에 1052개소, 2023년 1분기에 784개소로 25.4% 감소했다. 

이처럼 지역 여행사가 줄어들어 규모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전까지 지역마다 지점을 뒀는데 이를 철수했다. 지역 여행사는 가격 협상할 대상이 사라졌다.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만큼 장거리 비행이 없는 영향도 있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전까지 타 지역, 서울에 있는 여행사들이 내놓는 여행상품 가격대를 맞출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어려워지니 지역 여행사들은 선택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 

또 변수가 있다. 홈쇼핑에서 내놓는 여행상품이다. 박 회장은 "다른 여행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놓는 상품들"이라면서 "최소 가격으로 내놓으면서 홈쇼핑사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나면 적자가 난다더라"고 말했다. 여행상품 시장가격을 낮춰놓고 여행사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사들이 문을 닫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박 회장은 여행업계에서 내는 불안한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 

방한객 수요 있다 = 여행사 폐업이 줄줄이 잇고 여행객은 더 이상 여행상품을 구매해 여행가지 않게 됐다. 구매하더라도 여행사에 이익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 값싼 여행상품이 성행한다. 그렇다고 여행업계가 살아날 방법이 전혀 없진 않다.

여행사는 아웃바운드(outbound) 여행을 주요 생계로 이끌고 간다. 국내여행객이 국외로 여행하는 것을 아웃바운드 여행이라고 한다. 반대로 인바운드(inbound) 여행은 국외 여행객이 국내로 방문하는 것을 뜻한다. 

아웃바운드 시장은 기대치만큼 못하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모두 여행을 떠날 거라 생각했지만 3~4월에 집중했다가 5월이 되면서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만 봐도 완전한 개방을 하지 않았다. 백두산 학습 여행(스터디 투어·study tour)을 가야 하는데 완전한 개방이 아니다. 여행사, 관광 안내자 대상으로 하는 학습 여행이 불가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여행사는 상품을 개발할 수 없으며 개방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여행객 모집과 유치 자체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바운드 여행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박 회장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꽝닌성 공무원과 베트남 썬 그룹 등 관계자를 창원으로 초대했다. 당시 박 회장은 인바운드 여행에 무한한 가능성을 실감했다.

박 회장은 "외국 방한객들이 경남을 모르는 건 사실"이라면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서울, 부산 정도만 알고 많이 알아도 제주, 경주 정도를 여행지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관계자들이 창원에 오니 생각보다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하동, 통영까지 간다면 그 만족감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관계자들은 자연풍광뿐만 아니라 창원에 풍부한 산업 자원에 초점을 뒀다고 한다. 박 회장은 "국외에서 관심을 보일 때 2가지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학생 교류다. 박 회장은 "서울, 부산도 좋지만 산업이 발달한 창원을 보여주고, 한국의 중소도시 규모를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교류 방식은 '일자리'다. 경남은 조선업과 제조업, 농업 등 다양한 산업에 일자리가 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농업 분야 일자리를 충족시키려고 외국인 비자 기간을 늘리고 여러 지원을 한다. 

박 회장은 이때 노동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경남을 알릴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오랫동안 경남에서 일하고 가지만 막상 경남을 알지 못하고 떠난다"면서 "노동 계약이 끝나더라도 3박 4일 또는 4박 5일간 경남을 관광하고 본국으로 가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종규(55) 창원시여행사협회 회장은 고향인 마산앞바다를 좋아한다. 해외에 나가도 이만큼 멋진 여행지가 없단다.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창원시여행사협회를 창립했다. /주성희 기자
박종규(55) 창원시여행사협회 회장이 지난달 인터뷰하는 모습. /주성희 기자

여행상품 전문가를 활용하라 = 박 회장이 나고 자란 마산을 제일 잘 알고 다른 나라 지역보다 뛰어난 부분을 잘 알 듯, 지역 여행사들은 그 지역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인바운드 여행사나 인·아웃바운드 여행사라면 말할 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계망 형성, 상품을 구성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기본적인 사무실 공간, 인건비 충당할 여건 등이 없다. 

박 회장은 이런 점을 이용해 여행사에 공모 방식으로 지역 관광 상품을 발굴하고 안내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여행사는 관광객 위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지역 경제, 지역민까지 고려하는 효율성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한다. 요즘 코로나19 이후 여행·관광업계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없는데 지원책은 당장 끊겼다. 여행사 대상 상품 공모부터 지원을 해나가면 적어도 지역 여행사 폐업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인터뷰 중 언급한 상품들만 해도 적절한 지원과 협력이 있으면 당장 실현 가능한 상품이었다. 박 회장은 "여행사는 산업시찰도 맡는다"며 다른 나라 산업시찰한 경험을 말했다. 그는 "중국 폴크스바겐 공장은 누구에게나 탐방을 허락한다"며 "폴크스바겐 자체 홍보가 될 뿐만 아니라 관광상품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도내에 두산에너빌리티, 전기연구원, 재료연구원 등 방문할 곳이 많다. 박 회장은 "국내 또는 도내 여행객이 몰라서 못 가는 곳들이 더 많다"며 "굳이 돈 들여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 자원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라며 되물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구경을 시켜줄 수 있게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공공기관에서 다른 나라 또는 다른 지역 초청 홍보 여행(팸투어·fam tour)를 갈 때 상품과 방문지를 구상하고 안내해왔다. 박 회장은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우리 지역을 초청 홍보 여행지로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우리 지역을 홍보하기도 하지만 체재비가 있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박 회장은 우리 지역 팸투어 상품을 구성한다면 지역 홍보와 더불어 지역 경제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고 봤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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