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해양·항공·우주 다 갖추고
역사도 미래 역량도 있는 경남
국외서 제조기술 배우러 온다면
국제 기업회의·축제 열 수 있고
각국 산단 연합 기구 설립 가능
최장기 과제로 삼아 추진해가야

"경남 관광 자원은 이미 충분하다. 어떻게 연계하고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하다" 

황희곤(65) 경남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창원이 가진 산업 자원으로 인센티브 여행, 마이스(MICE)를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경남관광재단 대표이사직은 지난 1년 반 동안 공석이었다. 그에 대한 부담은 제쳐두고 경남 관광에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황 대표이사는 'Great 경남'을 목표로 삼았다. 당장 해야 할 일, 임기가 끝나더라도 진행할 수 있는 최장기 계획을 구상했다.

황 대표이사가 구상하는 '경남 관광'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10일 경남관광재단 대표이사실에서 황 대표이사를 만났다. 

황희곤 경남관광재단 대표이사가 지난달 10일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 내 경남관광재단 대표이사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황희곤 경남관광재단 대표이사가 지난달 10일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 내 경남관광재단 대표이사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경남 관광의 현재와 미래 = 황 대표이사는 경남관광재단 운영 계획을 세우면서 동시에 경남 관광 실태를 파악했다.

경남은 제조산업을 위주로 경제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에 관광·서비스업 개발이 절박하지 않았다. 양과 질이 부족한 경남 일자리. 청년 세대가 떠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황 대표이사는 "제조업 위주 산업기반 시설을 잘 갖췄지만 재미(fun)나 환상(fantasy)을 경남에서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창원산업단지가 세워질 때 50년간 미래를 내다보고 경남을 찾았던 이들이 있었다.

2030세대에게 미래와 환상, 새로운 시야(New vision)를 제공하는 건 관광의 몫이라 보고 있다. 사천의 항공우주청,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등이 관광에 새로운 기회다. 미래를 내다보고 맡길 수 있는 실제가 있다. 

황 대표이사는 "경남은 육상·해양·항공뿐만 아니라 우주까지 있다"며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둘러봐도 모든 자원을 다 갖춘 곳이 없다는 게 황 대표이사 설명이다. 다만 모든 걸 갖추고 있음에도 경남을 대표할 만한 관광 상품이 잘 보이지 않는 구조라고 했다. 황 대표이사는 "대표할 만한 관광상품이 분명히 있지만 지금까지 (대표화시킬) 노력과 투자가 부족했다"고 말하며 "관광상품을 서부권, 동부권, 남해안 중심으로 연계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관광을 섬세하고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았다는 뼈아픈 현실도 짚어냈다. 황 대표이사는 김해공항을 예시로 들었다. 명칭은 경남 김해를 쓰지만 막상 공항에 다다르면 경남을 상징하거나 설명할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황 대표이사는 관광객들과 접점(터치 포인트·touchpoint) 부재를 원인으로 들었다. 관광객과 접점을 만드는 '경남관광 정보포털'은 단기 과제 중 하나다. 그는 "경남에 오고 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어떤 불만이 있는지 알아야 개선점을 알 수 있다"면서 "앞으로 경남관광재단은 관광객에게 경남 관광을 묻고 그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장기 과제, 새롭게 추진할 과제는 도내 중점 산업인 '제조업'과 연계다.

◇경남이 기업관광 메카 되도록 = 황 대표이사는 창원의 큰 줄기 하나를 짚었다. 지속적으로 경남을 찾고 세계적으로 경남을 찾을 수 있는 방안 하나를 구상한다. 황 대표이사는 "창원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내년이 50년째, 지역에 쌓여있는 역사와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전경. /창원시
창원국가산업단지 전경. /창원시

황 대표이사는 산업관광과 인센티브 여행의 중심지로 창원을 제안했다. 

황 대표이사는 "(외국인들이)한국에 케이팝만, 한국어만 배우러 올 게 아니다"라며 "제조 기술을 삼성, 현대, 한화에 배우러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에 있는 산업을 활용한다면 국외 방한객이 서울·부산으로 집중하는 현상도 퍼트릴 수 있다고 봤다. 

황 대표이사가 말하는 국가산업단지를 이용하자는 건 단순 모객을 말하는 게 아니다. 창원이 가진 산업기술, 국가산업단지 역사 등을 활용해 독일, 일본 등 산업단지를 구축한 다른 국가와 연합 가능성까지 살폈다. 

황 대표이사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원에 LG전자 공장과 방산을 다루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있다. 조선을 배우려면 거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등이 있다. 

황 대표이사는 타 국가 기업이 우리나라에 제조 기술을 탐방하러 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 제조 기술 탐방 규모가 넓어지면 산업단지 B2B(사업자·기업 대상 사업, Business to Business) 축제를 열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 탐방은 국외 기업에서 포상 휴가(인센티브 여행)까지 연결할 수 있다. 황 대표이사는 "산업단지 동맹 또는 연합(Alliance) 체계를 구축하면 국제기구 설립까지 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지역민, 청년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엑스포 등 큰 행사를 예로 들었다. 마산자유무역지역과 창원국가산업단지 등 큰 범위로 살펴보고 경남이 가진 가능성을 관광 측면에서 선보이자는 것이다.

황 대표이사는 "우리가 가진 자원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며 "관광을 생각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에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황 대표이사는 임기 내 해야 하는 창원컨벤션센터 운영 등 단기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는 사업 발판과 뿌리를 심는 작업을 시작했다.

◇경남 마이스산업 가능성 = 경남관광재단은 앞으로 창원컨벤션센터를 운영한다. 황 대표이사는 ㈜코엑스 전략기획실장과 한국MICE관광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창원컨벤션센터 운영에 박차를 가한다. 

창원컨벤션센터 전경.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 전경. /창원시

황 대표이사는 단지 창원컨벤션센터 운영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그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경남 마이스(MICE) 산업을 조망한다. 그리고 발전 가능성을 내다봤다. 

국회는 지난해 9월 정기회에서 '관광진흥법'과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률안 개정 이전 기업회의는 협회 회의 등으로 비교적 영역이 좁았다. 이 개정안 통과로 국제회의업 정의가 세미나·토론회·전시회에서 기업회의가 추가됐다. 국제회의업은 국제회의를 직접 유치하고 기획하는 주체가 된다는 개념이 개정안에 담겼다.

기업회의라 하면 기업 내부 회의를 대규모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주주총회, 이사회, 직원 연수 등도 기업회의로 볼 수 있다. 또는 기업이 개발자 대회를 열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연초에 새 제품, 새 기술을 설명한다.

황 대표이사가 눈여겨보는 분야 중 하나는 '의약품'이다. 그는 제약회사와 의약품 개발사 등에서 의사들이 모인 협회, 학회 등을 초청해 회의를 열 때 마이스 기업이 나설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국제회의산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가능하게 됐다. 

경남에서 국제 기업회의가 열리면 경남 관광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회의를 하면서 숙박과 음식을 즐기지만 주변 기업을 살피면서 기업회의가 기업 산업관광까지 이어진다고 봤다. 황 대표이사는 이런 연계성과 산업이 관광으로 확대하는 게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황 대표이사는 "마이스 산업이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 경남이 그 중심에 서서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 본다"고 경남 관광 활성화 가능성을 엿봤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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