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업계, 3고 현상에 힘겨워 해
중대재해처벌법 차등기준 강조
"지자체 협동조합 활성화 필요"
임기 내 조례 신설 확대 등 약속

중소기업중앙회는 국내 729만 중소기업의 협동조합으로 불리는 단체다. 모든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정책개발,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본부는 총 13곳이 있는데, 경남지역본부는 특히 경남지역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대변하고 정책 제안에 힘쓰고 있다. 노현태(64) 신임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중소기업회장을 만나 경남지역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을 물었다.

노현태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중소기업회장이 진주시 세진기업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노현태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중소기업회장이 진주시 세진기업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노 회장은 진주시 신호등·교통안전 시설물 분야 제작기업 '세진기업'을 30년간 이끌어 왔다. 더불어 한국도로교통시설물공업협동조합 감사, 울산경남광고물제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5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2년의 임기(2023년 3월 14일~2025년 2월 28일) 동안 △협동조합·중소기업계 현안 해결 △업종 간 상호 교류 활성화 △상생을 위한 소통 창구 마련 등에 나서고 있다.

◇3고 현상 못 벗어난 중소기업계 = 노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상승한 대출금리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등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만만치 않다"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경남 중소기업에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양질 일자리 보급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50인 미만 사업장 현실에 맞는 중대재해처벌법 기준 마련을 꼽았다.

그는 먼저 일감이 없다는 문제를 거론했다.

노 회장은 "수도권 중심 교육, 투자, 지원정책이 지역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며 "경쟁력 높은 대학·유망한 기업체 등이 경남에 있다면, 대기업 낙수효과만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단히 말해 '큰 산'이 있어야 계곡이 있고, 다양한 수목이 있어 여러 동물이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며 "결국 이 '큰 산'을 어떻게 키워내느냐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가덕도 신공항, 국가산단, 굵직한 대학 유치 등으로 '큰 산'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지역 산업 특성 한계도 꼬집으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 회장은 "경남지역은 기계설비를 활용한 조립, 가공 등 제조업에 특화한 지역"이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아닌 만큼 새 먹거리 개발에도 힘쓸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최저임금 문제를 거론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매번 최저임금 합의점을 두고 이견이 크다.

노 회장은 차선책으로 업종별 차등을 두어 소상공인, 소기업 등에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다. 노 회장은 이 법이 현장에 적용되기 전에 사업장 현실에 맞는 기준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당연히 노동자 생명과 안전은 가장 중요하다"며 "다만 50인 미만 사업주가 홀로 30개가 넘는 안전보건 관계법령, 1200개가 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안전관리 강화 등 대처방안을 세우고는 있다. 하지만 이게 맞는지 확신조차 할 수 없어 불안해한다는 사례도 내놓았다.

노 회장은 "중소기업이 막연한 불안감을 벗어던지고 재해예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부시행령 보완, 구체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주시 세진기업 전경. /안지산 기자
진주시 세진기업 전경. /안지산 기자

◇중소기업협동조합 결속 강화 목표 = 노 회장은 정책 제안 외에도 중소기업협동조합 자생력 강화를 위해 지자체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남도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에 따라 지난 2022년부터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노 회장은 "도에서 배정한 협동조합 활성화 예산이 현재 3000만 원인데, 수요에 비해 지원금액이 적은 편"이라며 "내년부터 예산을 5000만 원으로 늘려 조합에 필요한 공동사업을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협동조합 사업 지원금 확대가 필요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경남직물진주실크공업협동조합은 실크 생산에 필요한 공정 중 일련의 준비과정을 '실크 원단 제직 공동화 사업'으로 지원한다.

원단 제직을 위한 사전 준비단계인 연사공정은 정밀도가 높은 중형 기계를 활용해야 한다. 실크 제작업체가 개별로 장비를 들이고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커 조합에서 공동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제직에 필요한 사전 준비를 조합에서 대신해 원가 20~30% 절감, 납기 준수 등에 큰 도움이 됐다.

노 회장은 "실크조합은 진주시-우즈베키스탄 실크 원자재 공급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에 공장을 세웠다"며 "현지에서 원사를 수입해 원가 20%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선순환 사례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 회장은 경남도, 경남도의회 등 유관기관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려 한다.

더불어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조례 신설도 지자체에 장려할 계획이다.

현재 경남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조례가 제정된 지역은 창원시, 진주시, 거제시, 밀양시, 김해시 등 5곳이다.

조례는 협동조합이 수행하는 공동구매, 공동생산, 공동판매 등 공동사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노 회장은 "조합은 지자체 지원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조합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환원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도 개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보다 협동조합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노 회장은 임기 중 협동조합, 중소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발로 뛰는 회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알렸다.

그는 "대-중소기업 격차가 날로 커지는 상황 속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더욱 기피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낙수효과에만 기대지 않고 중소기업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산업에서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 풍토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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