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 백낙삼 신신예식장 대표가 세상을 등졌다. 1967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에 신신예식장을 차려 50년 넘게 최소 비용만 받고 예식을 치르도록 도운 일명 '행복한 사진사'. 마산 살면 웬만하면 이름 정도는 한 번쯤 들었을 인물이고, 매체에서 꾸준히 소식을 다뤘던 인물이라 전국구 인물이기도.

고인 생전 한 차례 대담한 적이 있는데, 당시 주문받은 기사는 두 건이었다. 백 대표와 신신예식장이 등장한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재조명하는 대담 기사 하나, 백 대표 사위가 바로 박노자 교수라는 사실을 알리는 기사 하나였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 재직하는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 교수는 논객 활동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 대담 과정에서 읽은 백 대표 정치 성향과 사위 성향이 사뭇 달라서 평가를 부탁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즈음 박 교수가 낸 책도 집에 있지만 읽지는 않았다 했다.

다만, 백 대표는 "나와 정치적 성향은 다르지만 그 생각은 존중한다"고 이내 진중하게 답했다. 당시 대담에서 유일하게 명징한 기억이다.

백 대표 사후, 박 교수가 마산YMCA 아침논단 100회 강연을 하러 창원에 들렀기에 반대로 장인 회상을 부탁했다. 박 교수는 여러 말끝에 "서로 정치적 생각 등 다 다를 수 있지만 저한테는 인격적으로 많은 영감을 주신 분"이라고 답했다.

누구는 "학자스러운 장인 평가(?)라며 생경하다" 했다. 처음에는 동의했지만, 박 교수 답을 곱씹으니 뒤늦게 가슴이 뻐근해졌다.

백 대표나 박 교수 모두 세대나 성향을 넘어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태도가 잔잔하게 빛났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최환석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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