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 마을학교
지역소멸 넘어설 씨앗으로 자리 잡기를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중반쯤 전학을 하게 됐다. 6년을 한 학교에서 마치지 못해서인지 애틋함이 별로 없다. 고등학교 3년은 읍내에서 도시로 통학했으니 이방인 취급을 받는 것이 익숙했다.

전학도 없이 한 지역에서 계속 다녔던 중학교 3년은 좀 달랐을까? 우선 고입 연합고사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듣거나 도시락을 먹고, 핸드볼을 배웠던 체육 시간 정도가 잘 잊히지 않는다. 학교 밖 풍경은 경기 용인 등으로 떠났던 수학여행, 그때 걸음걸이로 편도 30분이 걸린 통학로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다.

그 당시 학교는 주변 마을과 단절돼 있었다. 학교 바로 앞에 너르게 펼쳐져 있던 논에서 모내기나 가을걷이도 3년 내내 경험해보지 못했다.

30년 가까이 된 학교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학교를 보면서 분명히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고 교육 여건이 달라졌기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을 더 깊이 배우고 몸소 느끼고 있다.

최근 '학교-마을, 소멸 극복의 씨앗'이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경남교육청이 2017년 김해를 시작으로 구축한 행복교육지구, 그 가운데 마을배움터(마을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교육공동체를 잇달아 만나고 있다.

행복교육지구 핵심은 학교와 지역사회 소통·협력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마을과 지역을 배울 시간을 교육과정에 넣고, 마을학교는 학생과 지역민이 어우러지는 자리를 만든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있는 경남행복마을학교도 '학교와 마을을 잇는 협력수업'을 지원한다. 학교는 경남행복마을학교가 구축한 목공·제빵·요리·도예·새활용(업사이클링)공예·밴드·댄스 등 7개 강좌를 활용해 학교만의 프로젝트를 세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삶과 마을, 학교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고민하고 진로도 찾는다. 학교 주변 마을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발견하고, 기후위기와 같은 공동체 과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이를테면 도예 수업에서 동네 공원에 둘 길고양이 밥그릇을 빚어내고, 공예 수업에서 돗자리로 앞치마를 만들어 지역 무료급식소에 기부한 사례가 있다.

학부모와 장유1동 주민들이 꾸린 김해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은 아예 학생들이 마을을 배우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마을교과서도 여러 권 만들었다. '무성할 무(茂), 시내 계(溪)'라는 무계 지명의 뜻은 물론 무계지석묘, 팽나무(무계헌) 등 주요 유적을 담았다. 마을교과서는 그 내용을 보강하면서 두꺼워지고 있다.

지역을 떠난 청년이라도 학교와 마을을 향한 그리움이 있다. 듣거나 보고 경험하는 과정이 있다면, 그 기억은 몸에 더 오래 남을 것이다. 학교와 마을이 이어지는 사례를 꾸준히 소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지역소멸을 넘어서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

/이동욱 시민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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