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마을활동가포럼 꾸려 주민 주권참·여 확대 성과
정부·단체장 교체 후 위기, 주민참여예산 '일방 삭감'
지역교수들 "다시 마을로" 활동가들과 함께[ 도약 준비

시민이 정치와 멀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외면할수록 정치권력은 힘을 독차지하고, 정치혐오는 정치권력의 주요 전술로 요긴하게 쓰입니다.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숙제들, 노동시간부터 주거환경, 일자리, 돌봄 정책 등은 정치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생활이 정치의 출발점이자 종점이 될 수 있다며, 동네 정치를 하는 시민이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 일상에서 정치가 필요한 이유를 들어봅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주민들이 연대하고자 2015년 3월에 결성한 단체다. 서로 '마을활동가'라고 부르며 개인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하고, 지역에 필요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김은진(48) 대표와 문서영(46) 사무국장은 지난해부터 달라진 지역공동체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조직의 역할과 정체성을 찾는 숙고의 시간을 보내며 시민의 힘은 무엇이며 어떻게 내보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마을활동가 영역 확대 = 대전시는 2013년 사회적자본지원센터를 구축했다. 시민이 행정기관이나 전문가를 쫓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도시를 만들고자 한 것. 그중 하나가 좋은 마을 만들기였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이 지난해 11월 마을활동가의날을 맞아 행사를 연 모습. /대전마을활동가포럼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이 지난해 11월 마을활동가의날을 맞아 행사를 연 모습. /대전마을활동가포럼

대전시 5개 자치구(동구·중구·서구·유성구·대덕구)에는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 활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주민이 마을 교육과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마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매주 금요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전래놀이를 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 하나로 시작한 행사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 이달부터 매주 수요놀이로 진행한다. 문 사무국장은 작은도서관에서 활동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생긴 이후 마을활동가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을 원했다. 그렇게 마을활동가포럼이 만들어졌다"며 "구마다 마을넷을 결성해 구심점을 두고자 했다"고 말했다.

마을활동가포럼은 마을 가꾸기부터 지역경제, 도시재생, 기후위기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성장과 연대를 고민했다. 행정기관이 일률적으로 펼치는 행정서비스를 일방적으로 받기보다 주민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1년에 회비 5만 원을 내는 회원이 130명이나 된다.

문 사무국장은 "활동을 하면 할수록 행정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관 요청이 아니었기 때문에 겨우 방청권을 얻어 본회의장에 들어가거나 실시간 방송을 보며 자체적으로 펼쳤다"고 설명했다.

마을활동가의 영역이 넓어지자 지역활동가 역량을 높이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교육 과정도 만들어졌다. 충남대는 2020년 일반대학원 학과 간 협동과정에 '지역사회 디자인학과'를 개설했다. 사회학·사회복지학·언론정보학·경제학 교수들이 지역조직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학문·실무적 기회를 제공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수료했고 문 사무국장은 재학 중이다.

김은진(왼쪽) 대표와 문서영 사무국장이 2022 대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에 참석한 모습. /대전만을활동가포럼
김은진(왼쪽) 대표와 문서영 사무국장이 2022 대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에 참석한 모습. /대전만을활동가포럼

◇급변한 공동체 환경 = 지난해 7월 이장우 대전시장은 당선되자마자 5개 자치구에 주민참여예산 삭감을 통보했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뀌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200억 원 규모로 운영하던 주민참여예산제를 절반으로 축소했고, 올해 3월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서 100억 원은 다시 50억 원으로 줄었다. 지역에선 논란이 컸다. 시민은 삭감 결정이 올바른지 토론해 보고자 토론회를 요구했지만 시는 거부했다.

김 대표는 "주민자치회는 주민참여예산제 조례로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느닷없이 일방적으로 삭감 통보를 받았다"며 "정해진 절차에서 시민이 자꾸 배제됨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 사무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중간지원 조직이 효율성을 이유로 축소되고 있다. 아니면 보은인사 논란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이어 "마을교육공동체 관련 예산도 줄었다. 경남 등 전국에서 비슷한 양상이다"고 분석했다.

마을활동가포럼은 비판을 넘어 주민 요구를 관철할 수 있도록 '대전시 주민참여예산제를 사랑하는 시민들'을 따로 결성해 집중적으로 활동했다. 이달 주민 서명을 받아 시에 제출하는 것으로 활동을 종료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시민이 목소리를 내도 대전시는 별다른 반응이 없더라. 시민 주권과 시민 참여를 더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이 대전시의 일방적인 주민참여예산 삭감을 비판하고자 시의회를 찾아 주민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이 대전시의 일방적인 주민참여예산 삭감을 비판하고자 시의회를 찾아 주민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

◇조직 정체성 골몰 = 마을활동가포럼은 진일보하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자치 기반 다지기를 올해 목표로 세웠고 △조직체계 안정화 △민관협치 △마을활동가 공론장 활성화 △정책과 제도에 대한 주도적 활동 △사회적 자본 활성화 △학습하는 활동가 등 전략을 짰다. 

무엇보다 10년 가까이 펼친 활동을 자료화할 계획이다. 문 사무국장은 "우리가 마을공동체 사업이 중요하고 그동안 성과가 있다고 말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과를 보여달라 한다. 그런데 공동체 의식이 높아지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는 것을 어떤 증거로 보여줄 수 있느냐"며 허탈해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마을활동에 대한 흐름 연구가 그동안 없었다. 우리가 직접 연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를 넘어 지역 전체 방향을 고민하는 새로운 포럼을 위한 추진위도 꾸려지는 중이다. 김 대표는 "지역 교수들이 '다시, 마을로'를 구성하고 있다. '외부적인 위협'과 '내부적인 약점'이 중첩돼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한다. 주민 태도에 따라 공동체 운동이 수축·퇴보하느냐, 성장·진화하느냐 갈림길에 놓여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방향을 설정하고자 지역교수들이 나섰고 마을활동가포럼은 추진위를 꾸려나가는 과제를 받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을활동가포럼은 조직의 정체성과 시민의 힘은 무엇인지 골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이나 마을교육예산이 정치인 한마디로 삭감되는 것을 봤다. 그동안 주민들이 어렵게 예산을 확보했지만 맥없이 당하더라"며 "일상정치를 위한 활동 지속성을 보장받고자 우리 일을 다시 찾아야 한다. 마을활동가라는 이름과 정의부터 들여다보는 게 시작이다"고 말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이 5월 운영위원회를 열고 사업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이 5월 운영위원회를 열고 사업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대전마을활동가포럼

/이미지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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