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최초 학교 복합화시설 사업 추진
주민 선호도 1위 수영장 제외 불만 가중
소통 없는 일방행정, 오해·불신 자초

양산시와 양산교육지원청이 경남에서 처음 추진하는 증산중학교 복합화시설을 두고 주민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학교시설 복합화 사업은 학교 시설·터 일부를 지역사회 수요에 맞는 도서관, 체육관 등 복합시설로 활용하는 새로운 학교 모델이다. 교육청이 터를 제공하면 시가 시설을 건립해 학습이 이뤄지는 낮에는 학생이 사용하고, 방과 후에는 지역주민이 시설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지자체는 지역주민이 요구하는 생활·문화시설을 확충할 터를 쉽게 확보하고 학교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면서 교육시설 효율성을 높여 평생교육을 실현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았다.

2025년 3월 개교 예정인 증산중은 신도시 과밀학급 해결을 위해 신설을 추진하면서 복합화시설을 갖추기로 하고 2020년 정부 생활기반시설(SOC) 복합화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52억 원을 확보했다. 이후 교육부·행정안전부 공동투자심사에서 한 차례 좌절을 겪었던 계획은 지난해 4월 심사를 통과하고 설계 공모를 거쳐 현재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양산시가 증산중 복합화시설 주민설명회를 지난 25일 연 가운데 한 주민이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두고 불신을 드러냈다. /이현희 기자<br>
양산시가 증산중 복합화시설 주민설명회를 지난 25일 연 가운데 한 주민이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두고 불신을 드러냈다. /이현희 기자

증산중은 물금읍 범어리 2785-2번지 일대 1만 5488㎡ 터 가운데 1만 1488㎡는 학교로, 4000㎡는 복합화시설로 들어선다. 현재 실시설계 중인 복합화시설은 지상 3층(전체면적 3284㎡) 규모로 건립할 예정이다. 문제는 복합화시설 추진 과정에서 이 일대 11개 아파트 단지 주민을 상대로 시설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수영장이 가장 높게 나왔지만 정작 도서관과 문화센터, 다목적체육관을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을 확정해 주민 불만을 사고 있다.

민원이 커지자 시는 사업 추진 상황을 비롯해 수영장을 제외한 배경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주민설명회를 지난 25일 열었다. 우선 2020년 2월 주민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했을 때 수영장이 1순위로 꼽혔지만 같은 해 10월 학생·교사 등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견 수렴에서는 문화·체육시설 수요가 가장 많아 교육청과 협의 끝에 시설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주민 여론과 동떨어진 시설로 결정하면서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소통 부재'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주민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되면 공사가 끝난 후 시설계획과 운영 등에서 주민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동안 시가 '복합화시설'을 단순한 주민편익시설로 홍보한 것 역시 주민 불만과 불신을 낳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애초 복합화시설은 신도시지역 과밀학급과 원거리통학 문제 등을 해결할 중학교 신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방법이다. 사실상 학교 총량제 등 문제로 중학교만 단독으로 신설하는 것이 어려운 가운데 주민을 위한 복합문화시설을 함께 운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승인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부지에 들어서는 복합화시설 역시 학교시설일 수밖에 없지만 '주민편익'을 강조한 나머지 운영에서도 학교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시설로 일부 주민이 오해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시 관계자는 "복합화시설은 시 단독사업이 아니라 교육청과 함께하는 국비 복합사업으로 취지에 맞게 시설 유형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전에 주민 설명을 거치지 못한 점을 양해해달라"며 "앞으로 공사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와 건립 후 운영 방안 등은 충분히 주민과 협의하겠다"고 해명했다.

/이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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